"언론에 안 나오는 마을 뉴스 직접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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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시민참여 프로그램 ‘우리동네라디오’ 방송 석달, "직접 취재해보니 뉴스 보는 시각 달라져"

▲ 지난 29일 tbs '우리동네라디오' 녹음에 참여한 서울마을미디어 활동가들. ⓒPD저널

[PD저널=이은주 기자] 지난 29일 tbs <우리동네라디오> 녹음을 위해 마이크 앞에 앉은 김정아 씨(48세)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을라디오 구로FM에서 인권을 주제로 한 <최근담>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김정아 씨는 이날 <우리동네라디오> MC로 신고식을 치렀다. 

서울 마을미디어와 연계한 시민참여형 프로그램 <우리동네라디오>는 신청을 받아 2주간 진행을 할 MC를 선정하는데, 이번에 김정아 씨가 발탁된 것이다.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이영준 PD는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말하면 된다"고 김정아 씨를 안심시켰다.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신입 MC와 출연자들의 NG가 거듭되면서 15분짜리 방송 이틀치를 녹음하는 데 꼬박 두시간이 걸렸다. 

학창시절 방송 진행자를 꿈꿨다는 김정아 씨는 결혼과 육아 등으로 접어뒀던 꿈을 마을미디어를 접하면서 다시 펼쳤다. 2주간 서울 각 지역의 소식을 직접 전하는 김정아 씨는 "“MC를 맡으면서 배우는 게 많다”며 “몰랐던 다른 지역의 소식도 알게 되고, 직접 소식을 전해야 하니까 미리 공부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방송을 시작한 <우리동네라디오>는 김정아 씨뿐만 아니라 18개 서울 마을미디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50여명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이영준 PD는 "마을미디어에 참여하는 분들이 기획을 제안하면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15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뉴스를 전달하는 게 쉽지 않지만, 시민의 관점에서 보는 현안과 소재는 기성 언론과 확실하게 달라 신선하다”고 말했다. 

▲ 지난 29일 tbs <우리동네 라디오> 녹음에 앞서 이영준 tbs PD와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이 방송 내용을 점검하고 있다. ⓒPD저널

<우리동네라디오> 방송 석달을 넘기면서 작은 변화들도 생겨나고 있다.

방화마을방송국 국장으로 있는 박현주 씨는 직접 동네 소식을 취재하면서 뉴스에 숨은 이면을 주목하게 됐다.

박현주 씨는 “교육청에 폐교 활용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담당자가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뒤 ‘이 말을 빼 달라’며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며 “예전에는 언론 보도를 일방적으로 수용했는데, 뉴스에 담기지 않는 정보도 많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무역업에 종사하는 우용복 씨(56세)도 <우리동네라디오>를 통해 지역 현안인 강서구 의료관광특구의 면면을 직접 소개했다. 

우용복 씨는 “강서구 주민으로 강서구의 소식을 소개하면서 사명감을 갖게 됐다“면서 ”뉴스를 생산하는 입장이 되고나선 취재 욕심도 나서고, 실제 보도 나오기까지 과정에 쉽지 않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뉴스 제작 과정을 이해하게 되고, 같은 소재를 다룬 보도에서도 관점이 어떻게 다른지 유심히 보게 된다”며 “각 언론사마다 어떤 방향과 관점으로 사안을 바라보는지, 뉴스 수용자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 관심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지역민의 눈으로 날카롭게 지적한 비판 보도는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북지역 3개 구청이 추진한 '남녀 공무원 미팅' 이벤트가 무산된 건 <우리동네라디오>의 역할이 컸다. 

<우리동네라디오>가 지난 2월 25일 마포·서대문·은평구 구청장이 결혼적령기 비혼·미혼 남녀 공무원의 미팅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이후 구의원들도 관심을 보이면서 3개 구청은 결국 미팅 이벤트를 철회했다.

휴대폰으로 녹음을 하는 열악한 제작 여건과 <우리동네라디오>에 참여하는 시민과 tbs 제작진과 크고 작은 의견 충돌 등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도 많다. 

마을미디어 활동가들과 tbs사이에서 의견 조율을 맡고 있는 황호완 시민PD는 “시민참여프로그램이 확산되려면 저변에서 경험을 쌓아온 ‘마을미디어의 성장’이 확대 되어야 협업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 마을미디어 활성화 예산을 전년도 대비 15억을 증액한 상태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올해 시청자참여 프로그램 지원 예산을 소폭 늘렸다. KBS <열린채널>을 포함해 48개 프로그램이 올해 시청자참여 프로그램으로 선정돼 지원을 받는다. 지난해보다 2개 프로그램이 늘었다.  

공공미디어센터 미디액트의 권세미 활동가는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은 직접 방송을 만들면서 정보를 가려내는 훈련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기성 언론과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이 긴밀한 소통을 통해 서로 이해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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