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만찬’이 호평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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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PD연합회 다섯번째 연구비평모임 개최, "지사 저널리즘 벗어난 공감하는 언론 보여줘"

▲ 31일 방송 예정인 KBS <거리의 만찬> 현장 사진. ⓒKBS

[PD저널=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 KBS <거리의 만찬>을 주제로 다섯 번째 프로그램 연구비평모임이 열렸다. 지난 29일 홍성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발제를 맡고 <거리의 만찬> 남진현 CP와 조현웅 PD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알찬 토론이 펼쳐졌다.

발제자 홍성일 교수(한예종), 사회자 유재우 PD(KBS)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알찬 토론이 펼쳐졌다.

홍성일 교수는 ‘PD저널리즘’의 변천사를 개괄하고 그 흐름 속에서 <거리의 만찬>을 자리매김했다. 그는 “(5·18을 다룬) 1989년 MBC <어머니의 노래>와 KBS <광주는 말한다>에서 본격화한 ‘PD저널리즘’은 자본의 지배 강화,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대두로 굴곡된 역사를 밟아왔는데, ‘세월호 사건’과 촛불혁명을 겪으면서 새로운 지평을 모색하게 됐다”며 “세월호 이후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일방적 수용자였던 시청자들이 ‘내 얘기를 들어 줘’라고 요구하게 된 극적인 변화에 <거리의 만찬>이 호응했다”고 진단했다.

방송인 박미선 등 여성 MC를 대폭 기용한 것도 신선한 시도로, 시청자를 가르치려 들던 과거의 공영방송이 아니라 시청자의 얘기에 귀를 열고 마음으로 공감하는 미래 공영방송의 가치관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홍 교수는 “이 프로그램은 과거의 ‘지사(志士) 저널리즘’과 엘리트주의를 벗어던지고 부드럽게 경청하는 카운슬러(counsellor) 역할을 견지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소수자의 이야기에 공감해 주는 자세가 프로그램의 성공 포인트라는 것. 이러한 자세는 KBS에 요구되는 겸허한 태도를 앞장서 보여주기 때문에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홍 교수는 “‘PD저널리즘’이 여성화되는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시대의 화두인 페미니즘은 여성의 인권을 향상시키는 측면 뿐아니라, 감정의 디테일에 집중하고 이를 능숙하게 다루는 여성의 능력에 주목한다는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이 맥락에서 메인 MC 박미선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내가 해 봐서 아는데”라는 ‘꼰대스런’ 태도가 아니라 “나도 겪어봐서 공감하는데”라는 태도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임신 중절 이야기가 나올 때 자기의 경험을 털어놓고, 북한 이야기 할 때는 “우리 아버지가 실향민”이라며 공감을 표한 게 큰 울림을 낳았다.

박미선은 겸손의 미덕과 함께 상식적인 주관과 소신으로 프로그램의 가치를 잘 살리고 있다. “손석희가 ‘인터뷰이의 말을 잘 들어주는 언론인’으로 신뢰를 받는 거라면, 박미선도 ‘기록하고 전달하는 사람’으로서 저널리스트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 지난 29일 한국PD연합회 강의실에서 한국PD연합회와 언론정보학회가 공동 주최한 연구비평모임이 열렸다. ⓒ한국PD연합회

지나치게 음악을 많이 쓰는 것은 한쪽으로 몰고 가는 느낌을 줄 우려가 있고, 스틸 사진 위에 자막 캡션을 넣는 것은 시청자에게 과잉 친절로 보일 수 있다는 점 등 개선을 위한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홍 교수는 특히 “소수자의 관점에 매몰될 위험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수자의 목소리를 살리되 전후좌우를 잘 체크한 뒤 제대로 힘을 실어주도록 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것이다. 홍 교수는 시청층을 극대화하기 위한 크로스미디어 전략, 젊은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한 젊은 MC 발굴, 그리고 금기와 성역 없는 취재 등을 제안했다.

프로그램의 산파역을 한 남진현 CP는 “발제 내용에 거의 다 공감한다”며 “장수 프로그램으로 가기 위해 아이템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 CP는 “장자연 사건의 증인인 윤지오씨를 섭외할 때 ‘새로운 내용을 꼭 얘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득해 편안한 마음으로 토크에 임할 수 있도록 했다”는 뒷얘기도 들려주었다.

“만찬 메뉴는 게스트 의견을 존중하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다룬 조현웅 PD는 “<거리의 만찬>이 여성성을 살린 프로그램”이란 지적에 대해 “남성성, 여성성이란 말로 규정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같은 인간으로 솔직히 자연스레 대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거리의 만찬> 제작진 6명 가운데 남성 PD가 5명, 여성PD는 1명이라고 한다.

<거리의 만찬>은 2부작 파일럿으로 선을 보인 뒤 지난해 11월 정규 편성됐다. 지금까지 26회를 방송하며 “이 시대 핫이슈의 주인공을 초대해 따뜻한 토크로 진실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프로그램”이란 호평을 받아왔다. 지난해 9월 PD연합회가 주는 ‘이달의 PD상’을 필두로 여성가족부 ‘양성평등 미디어상’ 우수상,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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