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의 눈>‘이 달의 나쁜 노래’ 선정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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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지난해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의 학예발표회에 간 적이 있다. 학생들은 악기연주, 마술, 개그, 춤, 노래 등 다양한 솜씨를 보여줬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효리의 ‘10 minutes’를 부르면서 춤을 춘 학생이었다. 의상에서 몸 동작까지 완벽했다. “용기 내봐 다가와 날 가질 수도 있잖아 … just one 10 minutes 내 것이 되는 시간”. 초등학생이 이런 노래와 춤을 추고 부모들은 박수를 치면서 앙코르를 외치는 상황, 이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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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상품을 기획할 때에는 수용자보다 반 발자국 앞서가든지, 뒤따라가든지 해야 한다. 즉, 수용자와 코드를 잘 맞추라는 얘기다. 그럼, 효리의 ‘10 minutes’는 초등학생과 코드가 맞는 음악인가? 하긴 싸이의 ‘새’에 비하면 이런 노래는 아무것도 아니다. “당신 갖긴 싫고 남 주긴 아까운 거야 10원짜리야”. 이거야 말로 막가자는 것 아닌가?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노래 중간 중간에 나오는 야한 효과음이 이 노래의 성격을 대변해 준다. 음반 표지를 넘겨보면 더욱 더 확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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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새’도 queen의 ‘don’t stop me now’에 비하면 양반이다. 신나고 기분 좋은 이 곡의 가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섹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i am a sex machine ready to reload”. 뭐 이런 식이다. 우리말로 번역해서 방송을 한다면 방송불가 이전에 항의 전화가 빗발칠 수준이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소재는 대중가요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광고 등 문화전반의 현상이다. 물론, 이러한 소재가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제 별로 심각한 뉴스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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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스타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대중매체를 통해 자주 보게돼 친숙성이 높기 때문이다. 친숙성이 높아지면 그들의 말과 노래가 가치판단의 기준이 된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계속해서 야한 가사와 몸짓에 노출되면 도덕적으로 무뎌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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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성이 높아지면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싶은’ 친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라디오는 말과 광고 이외의 방송시간이 음악으로 채워진다. 음악이 오염되면 그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은 말보다 더 심각해진다. 방송 코멘트는 늘 새롭게 바뀌지만 노래는 반복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곡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선곡되며 광고, 영화, 그리고 휴대전화 벨소리까지 같은 음악이 나온다. 상처받고, 기뻐하고, 괴로워할 때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해왔던 라디오…. 이건 영화 ‘라디오 데이즈’에서만 가능했던 일은 아니다. 노래 하나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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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언어는 바른말과 표준어를 사용해야 하며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 어조 및 비속어, 은어, 유행어, 조어, 반말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사투리와 외국어를 사용할 때에는 국어순화 차원에서 신중해야 한다. 그럼,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노래는 아무 문제가 없는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방송, 가정, 학교 순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송대관의 유행가 가사처럼 “유행가 노래 가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야기”이다. 그래서 더욱 더 우울하다. 세상이 어쩌다가 이 모양이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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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주신 밤에 씨뿌렸네” 수준의 가사에 맞춰 춤추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자. 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고, 들려주고 싶은 음악을 내 보내자. 가요는 음악하는 사람들이 만들지만 선곡은 방송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가수는 노랫말과 곡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하지만 pd는 음악과 말의 선택과 배치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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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 가이드는 매주 다른 사람들에게 같은 얘기를 한다. 성직자는 매주 같은 사람들에게 다른 얘기를 한다. pd는 매일 혹은 매주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에게 다른 얘기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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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pd는 여행사 가이드나 성직자보다 더 영향력이 큰 존재이다. 어떤 노래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세상은 밝아지기도 하고 어두워지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얘기를 아름답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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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라디오가요발전협의회에서는 매월 ‘이달의 좋은 노래’를 선정하고 있다. 더불어 ‘이달의 나쁜 노래’도 함께 선정할 것을 제안한다. 좋은 노래는 밀어주고 나쁜 노래는 막아주는 것이 ‘제2의 신’, 미디어를 다루는 우리의 ‘존재의 이유’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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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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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 대구방송 fm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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