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칼럼>신입PD들에게 띄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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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칼럼>신입PD들에게 띄우는 편지
  • 관리자
  • 승인 2004.02.0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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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딱딱한 칼럼 대신 우리 새내기 신입회원들이신 pd 후배님들에게 간단한 편지나 한통 써볼까 합니다. 얼마전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하고 검은 정장 차림으로 우르르 몰려다니는 후배님들을 보았답니다. 조금은 우습기도 하고(^^), 옛날 생각도 나고 하여튼 정말 반가왔습니다. 후배님들의 총기어린 눈망울이 부럽기도 하고요.

하지만 한편으론 우리 후배님들이 겪을 고생길이 눈앞에 아른거려 안타까운 생각도 듭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방송국들의 노동강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나비가 나인지 내가 나비인지가 아니라, 편집실이 집인지 집이 편집실인지 헷갈리며 우리 pd들은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요사이는 방송국 카메라만 보면 사람들이 신기해하던 시절도 아니지 않습니까? 이제 앞으로 여러분들도 저처럼 남몰래 구석에서 눈물 흘릴 일도 생기고, 대학친구들 앞에서 속았다며 pd란 직업을 저주하는 일도 생길 것입니다.

그래도 전 우리 pd 후배님들이 저보다 훨씬 더 잘 견디며, 헤쳐나가리라 믿습니다. 여러분들은 저보다 지혜롭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과 훨씬 더 많은 문화적 소양과 훨씬 더 많은 감수성을 여러분들은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후배님들에게 가지는 기대는 사실 단순한 기대 이상입니다. 솔직히 새내기 여러분들은 무거운 짐을 안고 pd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기로에 선 우리 방송의 미래가 여러분의 어깨위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몇몇 후배님들은 식상한 선배의 넋두리려니 하며 ‘피식’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방송의 미래는 여러분들에게 달려있습니다.” 그것은 현재의 방송이 ‘위기’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가장 세련된 문화콘텐츠 생산기지라는 자부심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방송의 헤게모니는 이제 없습니다. 디지털 다매체 환경이 생활화 된 것은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것입니다. 누구도 이제 방송이 가장 세련됐다고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일례로 이제 누구도 드라마가 영화에 앞선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누구도 방송뉴스만을 뉴스라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누구도 인하우스 방송다큐멘터리가 역시 최고야라고 더 이상 말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이제 팔짱끼고 기존의 방식대로 프로그램을 제작할 상황이 아닙니다. 우린 변화해야만 합니다. 살아남기 위해....그리고 그 변화의 시작과 중심에는 젊은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합니다.

십여년전 영화의 위기를 영화인들은 젊은 감수성으로 돌파했습니다. 인맥과 서열로 점철된 영화계를 바꾸어 낸 일단의 무리들은 바로 지식과 도전력을 겸비한 젊은 신진 영화인들의 출현이었습니다. 인맥과 거대조직, 서열화의 잔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방송의 정체된 문화에 균열을 내줄 분들 또한 바로 신입 pd 여러분들입니다.

써놓고 보니 다시한번 쓸데없는 선배의 넋두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편지 형식의 글보다 이런 이야기는 살갑게 얼굴 맞대고 이야기 해야 되는데 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한 방송국에서는 멘토제도라는 선후배 짝짓기 놀이(?)를 하더군요. 선배와 빨리 어울릴 수 있는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느껴집니다. 후배여러분 오늘부터는 딱딱한 얼굴 우스으니까 그만 하시고 선배한테 한번 엥겨(?)보세요. 자, 그럼 후배님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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