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칼럼>너무도 애처로운 권영길 대표의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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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우리나라 영상분야에서 성공한 2가지 장르가 있다면 하나는 한국영화요,또하나는 정치 뉴스 방송이다. 한국영화의 저력이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시나리오의 탄생과 영상미 표현의 기술적 완벽성’에 있다면, 이 두가지 요소는 일찌기 우리 정치뉴스 방송이 달성한 영역이다. 사실적이고 스펙타클한 활극이 매일 저녁 9시면 시청자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있고, 음모와 배신, 협박과 결탁 등 스토리 또한 탄탄하기 그지없다. 스케일도 커서 훔치는 돈다발은 적어도 차떼기 수준은 돼야 하며, 자기들이 무슨 ‘막가파’도 아닌 주제에 검찰 수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배포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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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한겨레21> 정치팀장을 맡고 있는 박창식 기자는 월간 <인물과 사상> 2월호에서 정치관련 기사에 대해 다음과 같은 고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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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정치 담당을 8년째하고 있다. 그런데 8년째 다루고 있는 메뉴는 대선자금이나 측근비리, 특검, 신주류 구주류, 공천물갈이 따위가 주종이다. 즉 국가권력 전체를 놓고 다투는 총론적 권력투쟁 아니면 그보다는 하위 범주인 당권을 둘러싼 싸움 외에 정책이나 이념 문제는 기사를 써본 기억이 거의 나지 않을 정도이다. 오죽하면 신문사 정치부에서 정당의 정책을 다루는 정책위원회는 정당 출입기자들 가운데 가장 말석이 담당하고 있다.”방송 또한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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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가끔 우리나라의 선거가 연기상 시상식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평소 우리가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이 홍콩 무협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그 와중에 연기를 누가 잘했냐 아니냐를 평가하는 장이 선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훌륭한 연기와 파워풀한 액션으로 열연한 이가 아카데미상을 받는 것과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이 대체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의원들 사이에선 좋게 보도되던 나쁘게 보도되던 일단 방송만 타면 당선된다는 인식이 퍼진지 이미 오래전 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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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악순환의 고리를 우리 방송 언론인들이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자신들이 깊이 반성해야 할 지점이다. 이를 비판하는 외부의 질타 또한 수없이 있어왔다. 그러나 우리들은 관행이니, 경쟁이니하는 변명꺼리를 통해 숨어 있다는 사실 또한 안타깝지만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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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방송인들의 무시와 정치권의 활극 속에서 가장 피해를 입고 있는 곳은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정당들이다. 소위 정상적인 정책 개발로 선거에 임하겠다고 선언한 진보정당들의 목소리는 묻히다 못해 사라질 지경이다. 민노당의 권영길 대표는 지난달 19일 참다못해 방송사와 신문사에 애처로운 제도를 하나 제안했다. 이른바 ‘3분3면 정책보도 협약’. 방송뉴스에서는 하루 적어도 3분, 신문의 경우 3면에 각 당의 총선 공약과 정책을 비교해 보도해 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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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표의 제안이 애처로운 까닭은 첫째 자신들의 당을 선전해달라는 부탁이 아니라 제발 정책으로라도 경쟁하게 해달라는 너무나도 정당한 요구라는 점이고, 둘째는 만약 우리가 정상적인 선거보도를 한다면 하루 3분이 아니라 30분이 정책기사가 돼야 마땅하고 신문3면이 아니라 1,2,3,4면에 날카로운 정책 비평기사가 채워져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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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진짜 애처로운 느낌이 드는 이유는 권대표가 이 협약을 제안한지 무려 2주가까이 지나고 있지만 이 기사 또한 필자는 지나간 ‘미디어 오늘’ 신문에서 오늘에야 비로소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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