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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잉카의 지혜 그리고 SBS

이윤민 SBSl승인2004.03.04 00: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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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지난해 12월말 까미노 델 잉카(camino del inca: 잉카의 길)를 걷고 있었다. ‘잃어버린 공중도시’ 마추피추(machu picchu)로 가는 3박4일의 여정이었다. 둘째날 잉카 트레일의 제일 높은 지점(해발 4,198미터)을 통과했다. 희박한 공기와의 싸움이었다. 세째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려 잉카인들이 500여년 전에 만들어 놓은 길을 적셨다. 위도상으로는 열대지만 고산지역 텐트 속에서의 밤들은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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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짙은 안개를 헤치고 마추피추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잉카 제국과의 만남이었다. 그것은 벅찬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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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제국은 불과 100년 만에 조그만 왕국에서 4,300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제국으로 변신했다. 이런 급속한 팽창이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학자들은 잉카 번영의 비밀을 독특한 제도적 장치에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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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제국에서는 전임 왕이 서거하면 후계자에게 왕의 신분과 특권은 물려주지만, 재산은 이전의 문중 소속으로 남겨진다. 이전 왕이 일구어 놓은 재산은 빠나까라 불리는 가계문중에 넘어가고, 문중의 귀족들이 죽은 잉카의 궁전에 왕의 미라를 모시며 재산을 관리한다. 빈털터리인 새 왕은 등극하자마자 자신의 궁전을 지어야 하는 등의 ‘통치 자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했다. 왕이 바뀔 때마다 대대적으로 일어난 정복전쟁은 이러한 제도에 기인한다. 현대적으로 해석하자면, 잉카인들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시킴으로써 경영의 효율을 극대화 시킨 것이다. 잉카 번영의 중요한 단서는 잉카식 소유-경영의 분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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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속해 있는 sbs는 얼마전 부터 ‘경영권 세습’ 논란에 휘말렸다.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2월 18일, 윤세영 회장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선언했다. 언론계 안팎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것 같다. sbs노조도 ‘경영권 세습에 대한 내외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용기있는 결단’으로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일천한 기업문화를 돌이켜 볼 때 소유와 경영의 분리 선언은, 선언 자체만으로도 언론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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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소유-경영 분리’는 선언의 대상이 아니라 제도로 규정돼야 한다”는 성명을 통해 선언의 실천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어떻게 실체화할지, 그리고 어느 정도를 소유와 경영의 분리로 볼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sbs 노사는 머리를 맞대고 ‘소유-경영 분리’ 선언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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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속성상 많은 자본이 투여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pd를 포함한 방송인들은 ‘자본’과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는 민영방송인 sbs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현재의 상황으로는, 모든 방송은 광고 등의 일정 형태의 자본과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언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세력이, 정치권력에서 경제적 통제 즉 ‘자본의 힘’으로 옮겨 가고 있다. sbs의 소유-경영의 분리 선언과 그 실천여부가 모든 언론 종사자들에게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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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해서, 방송은 경제적 통제를 비롯한 모든 외압에서 좀더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소유와 경영이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할 때만, 방송의 공익성과 효율적 경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첨단 디지털 시스템의 sbs 목동 신사옥에서 500여년 전 잉카인들의 지혜를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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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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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제작본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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