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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 이대로 좋은가
작품성과 실험성으로 승부하는 ‘단막정신’회복해야

|contsmark0|단막극은 그 어떤 장르보다 ‘작품성’과 ‘실험성’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모든 드라마의 토대가 된다. 그러나 이 단막극조차도 시청률 경쟁에 내몰리고 있으며, 각 방송사마다 지원과 투자도 인색하다. 바야흐로 단막극은 드라마의 꽃에서 ‘찬밥’으로 전락하는가. 연합회보에서 현업 pd들의 문제의식을 듣고 단막극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contsmark1| 참석자사회:한정석(본보 편집부주간)토론자:이상우(kbs 일요베스트) 김명욱(kbs 일요베스트) 박 종(mbc 주간단막극) 이창섭(mbc 베스트극장) 김종혁(sbs 드라마국) 이현직(sbs 드라마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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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3|한정석 : 단막극은 그 어느 드라마보다도 작품성과 실험성이 강조되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단막극도 시청률 경쟁에 내몰리고 있고 또 각 방송사마다 단막극에 대한 홀대가 심한 것 같다. 연합회에서 단막극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우선 단막극의 위치에 대해서부터 얘기해보자.
|contsmark4|이상우 : 80년대 후반 이후 일일극과 주말극이 메인편성으로 자리잡으면서 작가, 신인탤런트를 발굴했던 단막극의 역할이 많이 축소됐다. 이것은 소위 투자에 비해서 효과가 적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또 연속극 중심의 편성을 정례화시키면서 시츄에이션물, 추리물, 시대극 등 여러 장르의 드라마들이 사라지고 ‘단막’이라는 왜소한 장르로 남게 됐다. 이제는 드라마 전체 발전에 맥을 두고 단막극의 위상이 재정립되어야 한다고 본다.박종 : 처음 mbc베스트셀러극장이 생겼을 때는 pd들은 자기 성취감 때문에 수준높은 문학 작품을 많이 했고, 더구나 90분물로 필름 작업을 했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가 높았다. 고참 pd도 ‘단막극’ 연출을 명예로 삼았다. 그런데 방송사간에 드라마를 통한 시청률 경쟁이 일어나고, 전체 시청률 경쟁이 주말·일일연속극 중심으로 가면서 단막극을 홀대하기 시작했다. 물론 방송사 입장에서 수지 맞는 장사는 아니지만 어쨌든 단막극에서 연기자와 작가, 연출자가 발굴되는 것이기에 mbc의 경우에는 몇 번 폐지의 위기를 넘기고 지금은 안정되어 있는 편이다.
|contsmark5|김종혁 : 짧은 역사의 sbs가 색깔을 가져보자는 의도로 시작된 70분 드라마는 외부인력을 투입해 인력순환을 원할히 하고 충분한 제작시간을 확보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보자는 의도였는데 결과적으로 imf사태를 맞으면서 ‘이윤 추구’라는 실리 때문에 내부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폐지됐다.
|contsmark6|한정석 : 단막극을 통해 젊은 pd들이 데뷔하고 있는데 자기 색깔 없이 선배를 답습하는 분위기는 큰 문제가 아닌가.
|contsmark7|김명욱 : 단막극도 시청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실험적이고 다양한 표현방법, 즉 단막정신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단막정신이 단기적으로 방송사의 경영이나 수익면에서 성과가 미미할지라도 장기적으로는 드라마의 전반적인 수준을 높이고, 좋은 드라마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돼야 한다. 요즘 간부들이나 연출자 모두 ‘시청률’을 먼저 고민한다. 이런 것이 ‘단막극의 질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게 하는 것 같다.
|contsmark8|이상우 : 단막을 통해서 드라마를 보는 눈, 드라마를 만드는 힘을 배양해야 한다. 나름의 장점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선배들의 방식을 발전시켜야 하는데 결국 후배들이 부딪치는 문제는 작가의 역량이다.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작품이 나올 때 드라마도 같이 발전하는 것이다. tv문학관이나 베스트극장이 검증받은 기존의 문학작품을 택했던 것도 대본의 취약한 부분을 보강하려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contsmark9|김종혁 : 단막에서만큼은 작가의 중요도가 전체 드라마 중에서 가장 작은 부분일 수도 있다. 그만큼 pd의 영역이 나름대로 많이 열려있다. 그런 면에서 단막극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새로운 교육을 받았던 젊은 층들이 나름대로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평가될 수 있었으면 한다. 향후 우리 드라마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여러 가능성을 시도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단막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contsmark10|한정석 : 그렇다면 단막의 잣대를 시청률이나 cm의 개수로 두지 않고, 작품성이나 작가주의적인 관점에서 평가하는 비평의 장이 필요하지 않을까.
|contsmark11|김명욱 : 단막을 연기자나 작가가 외면하는데 이는 언론도 마찬가지다. 단막마저도 시청률과 같은 양적인 경쟁에 휘말리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이런 시청률 경쟁을 완충해줄 수 있는 것은 비평의 활성화다. 신문의 ‘인상 비평’이 아닌 전문적인 비평가들의 수준 높은 비평이 있었으면 좋겠다.
|contsmark12|박종 : 단막극은 ‘잊혀진 여인’이다. 미니시리즈나 연속극은 욕을 먹어도 누가 뭘 하는지 관심을 가지는데 단막극은 누가 했는지, 잘했는지 못했는지 관심도 없다. 그래서 힘이 많이 빠진다.
|contsmark13|이상우 : kbs에서는 이번에 부장이나 cp의 ‘실명평가’라는 사후평가를 도입했다. 그러니 데스크의 기준에 맞는 실험성만 용인된다. 방송사 중견 선배들의 시선에 맞는 실험이어야 하니, 이상적으로는 실험적인 것을 추구한다지만 현실적으로는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주력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방송사 내에서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단막극 활성화’와 ‘pd 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contsmark14|한정석 : 시청자들의 가장 큰 불만 중의 하나는 왜 소재가 항상 남녀간의 얘기인지 하는 것이다.
|contsmark15|박종 : 매년 베스트극장 극본 공모를 하고 있는데 대개 젊은 여성작가들이고, 작품 내용 또한 95% 정도가 남녀 관계다. 언젠가 드라마 속에서의 직업이 드라마작가, 구성작가, 기자, 디자이너 등으로 아주 협소할 때가 있었다. 그만큼 작가들이 사회생활의 경험이나 폭이 넓지 않다는 것이고, 직업세계나 현실세계에 대한 천착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contsmark16|김명욱 : 대중적인 호소력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실험과 새로운 것을 모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pd들이 데뷔를 하고 작품을 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개성 발휘보다는 각자의 모난 부분이 마모되는 것 같다. 특별히 잘 만들지도, 못 만들지도 않은 고만고만한 상품을 생산하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나는 오히려 드라마들의 편차가 심했으면 좋겠다. 각자의 개성이 여과없이 발휘될 수 있도록 자유로운 제작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contsmark17|김종혁 :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어떤 pd가 되는가 하는 것은 방송사에 들어오기 전에 결정되어 있는 건지도 모른다. 27년 동안 만들어진 한 사람의 인성을 드라마로 표현해야지 너무 형식적인 부분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소재의 다양성보다는 같은 소재라도 어떠한 관점에서 보는가가 중요하다. 인간은 각자 다르게 존재한다는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풍토가 아쉽다.
|contsmark18|한정석 :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어떤 부분인가?김종혁 : 대본을 들고 갈때마다 선배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선배들이 가진 논리가 있지만 우리가 보는 또다른 방식도 있다. 그것은 결국 감성의 차이인데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임에도 이미 고착된 드라마의 문법을 강요하는 측면이 많다.
|contsmark19|이현직 : 선배들의 조언이 갓 데뷔한 신참 pd들에게 과연 좋은 것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지나보면 선배의 말이 맞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똑같이 갈 수는 없다’는 갈등을 하게 된다. 세대가 다른만큼 이건 기법의 차이라기 보다는 문화적인 차이다. 각자의 관심 영역과 장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후배들의 작품을 기본에 어긋났다고 생각하기 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만드는 기법’이 아니라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가 하는 것이다.
|contsmark20|이창섭 : 십년 전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땐 선배들이 참 즐겁게 웃으며 일했다. 지금은 굉장히 우울하다. ‘단막’은 유일하게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장르다. pd가 하고 싶은 작품을 공감하는 작가와 배우를 만나 실현하는 것이 단막이고, 단막은 방송사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 단막으로 기본기를 쌓고 시청률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 이건 아니다. 좋은 단막극은 우리 스스로가 좋다고 인정해주자. pd들 다 전문가 아닌가.이상우 : 이전에 tv문학관이나 베스트극장은 검증된 pd들이 참여했는데 지금은 반대가 됐다. 신인들의 등용문이 되다시피 하고 여기서 무엇인가를 검증하려고 한다. 다른 장르에서 검증이 된 pd가 정말 자유롭게 작품을 해 ‘단막’을 연출하는 것이 자랑스럽게 돼야 한다. 각 장르에서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투입되고, 또 후배들의 실험도 함께 이루어져야 ‘단막’이 발전할 수 있다. 지금처럼 각 방송사에서 때우기 식으로 끌고 가는 문제는 개선되어야 한다.
|contsmark21|박종 : 작가나 연기자 심지어 pd까지도 ‘스타’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현실이 이런 부분을 더욱 가속화한다. 실험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실험을 하고 싶어도 이제는 한번 실패하면 다시 올라올 가능성이 희박하므로 부담된다. 이런 부담이 자유로운 개성을 표현하는 것을 막고 천편일률의 남녀관계로 이루어지는 드라마를 양산하는 게 아닌가 싶다.
|contsmark22|이창섭 : 옛날엔 야외촬영, 원 카메라, 필름작업 등으로 가장 앞선 장르였는데 지금은 스튜디오 물의 강화와 예산상의 문제로 가장 후진 장르가 됐다. 그 당시에는 연기자들도 단막에 참여하는 자긍심이 있었는데 요즘엔 스케줄이 되도 단막배우로 인식될까봐 기피하는 경향이 있을 정도다.
|contsmark23|한정석 : 제작비 문제와 편성 문제를 좀 얘기해 보자.
|contsmark24|이창섭 : mbc베스트극장의 경우 직접비만 5천만원 정도인데, 부족하다. 하지만 작품을 하다보면 제작비 규모가 감이 잡힌다. 예를 들어 배우를 많이 쓰면 크레인을 안 쓰고, 야외를 줄이는 식이다. 월급이 적다고 해서 살림을 못 꾸리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contsmark25|김명욱 : imf 이후 제작비가 30% 감축됐다. 드라마의 경우 야외촬영을 줄이는 것이 가장 편한데 연속극의 야외촬영 축소와 단막극 야외촬영 축소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차이가 많음에도 경영진들은 그런 생각을 못한다. 이러다보니 imf시대에 단막은 자꾸 소품이 되어간다.한정석 : sbs는 단막극이 부활될 조짐이 있나?
|contsmark26|김종혁 : 올해에는 힘들 것 같다. 제작비 삭감이 많아 지금은 꿈도 못꾸지만 내년쯤에는 단막이 부활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contsmark27|박종 : sbs는 단막극이 없으면 작가와 연기자, 연출자의 트레이닝 작업은 어떻게 하나?김종혁 : 지금 당장 연출자 데뷔가 문제가 된다. 올초 데뷔해야 할 pd들이 무기한 대기상태이고, 작년에 뽑았던 극본 공모작들도 아직 작품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일선 pd들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contsmark28|이상우 : sbs는 스타급 배우 한 명, 프리랜서 pd 한 명만 스카웃하지 않아도 단막극을 할 수 있다. 방송사에서 단막극 하나 보듬을 수 없는 것은 경영진의 마인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은 거품을 걷어내는 것이지 절대적인 수치를 절감하는 게 아니지 않는가.
|contsmark29|한정석 : 편성시간은 어떻다고 보나?
|contsmark30|이상우 : 일요베스트의 전신이 금요극장인데 금요일 9시대에 같이 편성했다가 신문에서 시청자의 선택권 운운하는 바람에 일요일로 왔다. kbs-1tv [용의 눈물], sbs 주말연속극과 같은 시간대에 편성되어 있으니 사실 힘들다. 차라리 단막끼리 같이 편성되는 게 나을 것 같다.
|contsmark31|박종 : 단막이 같이 배치되어 있으면 상승효과가 있다. 요즘 각 방송사마다 드라마가 같이 시간대에 편성되어 있지 않은가. 오히려 단막 시간대로 특화되어 있으면 시청자들에게 시간대를 뚜렷히 각인시켜 주목 효과가 있고, 시청자들도 각자 취향에 따라 골라볼 수 있을 것이다.
|contsmark32|이상우 : 양적인 문제보다는 질적 개선 차원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 옛날엔 역사물, 추리물, 문학물 등 장르별 질적 편성이었는데 요즘은 월화, 수목, 주말 등 요일별 양적 편성이다. 그러다보니 드라마 장르가 매우 축소되었다. 이게 문제다.
|contsmark33|김종혁 : 같은 소재, 같은 주제라도 ‘다르게 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봤으면 좋겠다. 형식적인 측면보다는 남이 못 보았던 나의 관점으로 다시 세계를 보는 것이 필요하다.
|contsmark34|한정석 : 이제는 대안을 이야기 해보자.
|contsmark35|박종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내가 사는 이유, 거짓말 등을 쓴 작가 노희경은 재작년 베스트극장 극본 당선자이고, 보고 또 보고의 작가도 베스트극장 극본 당선자다.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적인 성과가 크다는 것을 경영진이 알아야 한다. 베스트극장도 제작비가 광고료보다 많은 마이너스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단막이 가진 보이지 않은 자산이 있다는 걸 인정을 해줘야 한다.
|contsmark36|이현직 : 일본의 드라마 pd들은 1년에 미니시리즈와 특집드라마 하나를 하는데 1년을 준비해서 방송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물론 단막도 내용적으로 풍부해져야겠지만 pd도 능력에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지금처럼 4∼6주에 작품 하나를 만들어내는 상황에서 고품질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과정이 없는 결과물은 뻔한 것 아닌가. 또 단막극이 imf시대에 계속 축소되는데 tv 매체에서 작품성으로 승부할 수 있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이유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장르라는 걸 느꼈다. 이런 현실에서 단막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contsmark37|이상우 : 전반적으로 단막극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경영진의 발상의 전환과 아낌없는 지원, pd의 능력이 검증이 되지 않았더라도 pd를 믿고 맡겨주는 풍토가 관리층에서 형성되야 한다. 또 우리 pd들도 단막극이 자신의 사유영역을 확장하는 장르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contsmark38|한정석 : 단막극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고, 또 단막극을 눈에 보이는 성과로만 가지고 평가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던 것 같다. 지금까지 수고 많았다.
|contsmark39|<기록·정리 :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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