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방송심의제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토론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젠 방송심의도 ‘판갈이’ 할 때”

구시대적 기준·행태 극복, 회의 내용공개 절실표현의 자유 보장 자율화 시대흐름 반영해야4·15 총선을 전후한 시기 방송계는 탄핵방송 등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방송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심의결과를 놓고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현행 방송심의규정과 심의기구의 구성과 운영 등 제반사항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되기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 지난달 29일 PD연합회는 한국언론정보학회 등과 함께 방송심의제도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모색해 보는 세미나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이날 세미나에서 제출된 3가지 주제에 대한 토론결과를 지상중계한다.■ 방송심의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 무엇이 문제인가?“방송심의 내용적 공정성 우선돼야”방송사 자율심의 강화방안도 시급…시민네트워크 통한 방송심의 필요최근 방송심의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는 원인은 표현의 자유 문제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지적이다.‘방송심의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 무엇이 문제인가’란 토론회 제1주제 발제를 맡은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탄핵방송 심의문제를 예로 들면서 “심의위와 국민 정서는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렸는데, 이런 심의위와 국민간의 불일치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결국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이 교수는 또 “과거 보도의 공정성에 있어서는 여야간 균형만 맞추는 형식적 공정성만을 강조해왔으나 이제는 내용적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내용적 공정성이 심의절차에 반영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 교수는 이어 이런 표현의 자유와 내용적 공정성 확보를 위해선 제작자의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만 제작자가 자율성을 제기할 수 있을 만큼 방송사 내부의 심의제도가 타당한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자율성을 존중받기 위해선 방송사 내의 심의제도가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방송사의 자율심의는 시청률에 의해 아전인수식으로 진행되거나, 프로그램의 제작일정에 쫓겨 대본심의에 그치는 등 유명무실하다”며 “각 방송사의 자체심의가 부실하면 결국 외부의 타율적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방송협회 차원에서 이에 대한 강화방안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방송심의의 의제를 만들고 논의를 전개하는데도 한 기관에만 묶일게 아니라 다양한 통로로 방송내용에 대한 감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시청자 평가원이나 옴부즈만 프로그램, 모니터 단체 등 시민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이어진 토론에서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기계적 공정성 때문에 심의가 지향해야 할 문화적 다원성과 사회적 공공성 보호를 위한 장치가 왜곡되면서 표현의 자유가 억압돼 왔는데 이에 대응하지 못한 게 안타까웠다”며 “방송심의에 대한 우리의 논의는 방송위를 비난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호받는 장치로서 본래적 의미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또 “심의가 정치로부터 벗어나 중립적으로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우리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과 정치적 열망을 제대로 조율할 수 있는 심의규정을 확보하기 위해 방송위가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 비판과 감시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선거방송 심의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심의위원 공모제 도입 검토해야”심의 지원조직 독립 위상 필요…심의규정에 PD저널리즘 확대 반영돼야제2주제인 ‘선거방송 심의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에서는 현행 심의위원에 대한 정당추천제와 심의업무 지원조직의 위상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발표를 맡은 류한호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우선, 총선을 전후해 MBC <시사매거진 2580>, 등 선거방송심의위에서 제재조치를 내려 논란이 된 사례를 분석하면서 선거방송심의위원의 공모제를 주장했다.류 교수는 “정당 추천자가 위원으로 참가하는 현 제도 아래서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소속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심의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정당을 배제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심의위원을 선임할 때 KBS 이사 선출방식처럼 공개적 절차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심의과정에서 특별한 물의를 일으킨 위원이 있을 경우 그를 소환 또는 해촉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류 교수는 방송위 내부의 심의 지원조직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방송위 직원들이 평소 방송심의업무에 종사했다하더라도 규제지향적 사고와 접근방법을 바탕으로 선거방송심의업무에 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심의업무 지원조직은 비록 한시적일지라도 별도의 독립기구로 위상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류 교수는 이어 “현행 선거방송심의규정과 선거방송심의위는 과거 미디어정치시대가 도래하기 이전에 틀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선거와 정치환경이 현저하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규정이 바뀌지 않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PD저널리즘의 확대를 반영하는 쪽으로 규정이 개정돼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시민사회의 자율적 통제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토론자로 참석한 권오훈 전국언론노조 정책국장은 “현재 방송심의는 ‘수구정당’ ‘수구언론’ ‘방송위’라는 삼각구도 아래서 옥석이 구분되지 않은 채 편파적인 판정과 제재를 남발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시청자위원회’ ‘시민단체의 모니터링’ ‘옴부즈맨 프로그램’ 등 공공에 의한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권 국장은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수구신문·정당에 의한 보이지 않는 프로세스”라며 “회의 공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종욱 CBS 편성국 PD는 ‘PD제작물도 보도물에 포함시킨다’는 선거방송심의위의 유권해석에 대해 “어정쩡한 타협의 산물이 돼선 안된다”며 “보도와 제작의 직종구분 없이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추세를 반영한 심의규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자율규제나 사후 책임에 무게를 두는 등 PD적 양심에 맡기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 방송 심의위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문제점“방송심의 공개원칙 세워야”심의위, 사실상 방송위 사무처에 종속…반언론 인사 심의위서 배제해야최근 방송심의를 둘러싼 논란은 그동안 수면아래서 제기돼 온 방송관련 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론화하는 상황에 이르게 했다.이와 관련, 토론회의 제3주제 ‘방송 심의위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문제점’ 발제를 맡은 PD연합회 김동준 정책부장은 △심의의 비공개성 △사무국에 종속된 심의위의 성격 △심의위 위원구성의 문제 △사무국의 객관성·공정성에 대한 의식 부재 등을 집중 비판했다.김 부장은 우선 “심의위는 원활한 회의 진행과 심의위원들의 프라이버시 등을 운운하면서 회의결과 공개불가를 고수했고 결정사항만을 간략하게 통보하는 수준이었다”면서 “방송이라는 공적 논의에서 왜 심의위원들의 프라이버시가 문제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심의의 비공개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방송위의 모든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의결기구와 다름없는 부문별 심의위 회의 역시 공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김 부장은 이어 탄핵방송과 관련한 심의위의 일부 회의자료를 공개하면서 심의위 업무를 지원하는 방송위 사무국의 객관성·공정성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회의자료에는 ‘지상파 3사 ‘탄핵정국’ 방송현황’에 대해 방송경향 및 문제점이 검토안건으로 올라 있었고, 여기에는 ‘극한 대립장면 반복 노출’, ‘기계적 균형에 맞추려는 노력이 있었으나 전체적으로는 ‘반대’ 입장 전달에 치중한 경향’, ‘균형성에 노력한 흔적은 있었음’ 등으로 작성돼 있었다. 이에 대해 김 부장은 “심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방송에 문제가 있음을 전제하는 등 사무국의 자의적인 가치평가가 개입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사정과 관련해 김 부장은 심의위가 사실상 방송위 사무국에 종속돼 있음을 지적하면서 “탄핵과 총선을 거치면서 방송에 대한 심의의뢰는 여러 차례 제기됐고 매번 심의위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안건으로 상정되기에 적합한지에 대한 논의는 없었고 사무국은 단지 시청자 민원, 즉 특정정당의 편파시비가 근거라고 밝히고 있다”며 “공정한 심의를 수행해야 할 심의위가 사무처에 의해 편향된 정보를 입력받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하면서 안건 상정의 불투명성을 제기했다.심의위 구성에 대해서도 김 부장은 “일부 심의위원들은 여전히 5·6공 시절의 언론관을 그대로 갖고 있으며 수구세력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눈치를 보는 태도를 나타내기도 한다”며 그 사례로 지난 3월 탄핵관련 방송에 대해 관련학회에 판단을 의뢰하기로 결정했다가 보수신문의 공격이 잇따르자 다음 회의에서 슬그머니 ‘권고’결정을 내린 것을 들었다.김 부장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방송심의에 관한 회의 공개를 재차 강조했다. 김 부장은 “현재와 같은 밀실 논의식의 방송심의와 폐쇄적 회의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방송심의의 방청을 허가하고 보다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는 방향으로 회의를 개방하는 ‘공개원칙’이 세워져야 한다”고 밝혔다.토론자로 나선 송요훈 MBC <시사매거진 2580>팀 차장은 심의위가 내린 제재 조치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송 차장은 총선연대가 발표한 낙천낙선 대상자관련 방송이 지난달 14일 방송위로부터 ‘주의’ 결정을 받은 것과 관련, “방송위의 심의기준은 공익성에 부합하느냐가 아니라 어느 당에 불리한가 하는 것이었다”며 “방송위 스스로 정치권과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도록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이강택 PD연합회장은 “심의위원 구성시 방송위원과 주무 상임위원에 의한 작위적인 방식이 아니라 위원 선정을 위해 보다 폭넓고 공개적인 의견수렴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심의위원 선정시 과거 경력 등을 조사해 반민주, 반언론적 행태를 보였던 사람은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또 현 보도교양 심의위원들의 임기가 오는 8월 만료되는 만큼 다음부터라도 민주적인 소양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선임될 수 있도록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정리= 이서라 기자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