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심의규정 개정시안 공청회 현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제조항 지속은 행정편의주의 발상”

토론자들 주의경고 남발 방지책·재심청구 거듭 요구간접광고 표현의 자유 위축없게…심의과정 공개해야방송위원회가 최근 방송심의규정 개정 작업과 관련, 심의규정정비위원회(정비위)가 마련한 개정시안에 대한 각계 의견 수렴을 위해 지난 19일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에선 그동안 현업에서 독소조항으로 손꼽혀 온 재심신청과 그 절차 등에서부터 방송심의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까지 폭넓게 논의됐다. 일부 토론자들은 “방송심의는 몇몇 조항만이 아니라 심의위원 구성과 운영절차 등 제도 전반에 걸쳐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청회에서 나온 주요 쟁점과 논의결과를 정리했다.△주의·경고조치= 토론자들은 방송위가 주의조치를 남발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송일준 MBC 시사교양국 PD는 “방송위가 지난 2월 ‘친일파’편에 대해 경고조치를 내린 것을 일부 신문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해, 일반 시청자들에겐 마치 프로그램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쳐졌던 게 사실”이라며 “주의조치가 징계는 아니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큰 징계효과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 PD는 “주의·경고조치에 재심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한 현 규정을 정비위가 존속시키기로 하면서, 그 근거로 방송사에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는 점과 오히려 방송위와 제작진간 대화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는데, 주의·경고가 실제 제재효과를 갖고 있음을 볼 때 설득력이 적다”고 반박했다.김용섭 변호사도 “주의·경고조치는 행정지도 차원을 넘어 처벌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이강택 PD연합회장도 “문제의 핵심은 다양한 시각에 조명 가능한 사안을 방송위에서 보수일변도의 잣대로 적당히 주의·경고를 남발하는 것”이라며 “제재조치가 아니라고 하면서 유사한 행정지도를 남발하는 것은 심의위원회 존속을 위한 자구책이자 특정한 힘 있는 집단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재심신청= ‘친일파’편에 대한 경고 결정과 관련, 송일준 PD는 “방송위의 심의결정에 이의제기할 방법이 없어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라며 “정비위 시안이 이처럼 잘못된 주의·경고 에 대한 재심청구를 담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일부 토론자들은 이런 방송위의 발상을 ‘행정편의주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행정기구와 같은 성격을 갖는 국가기구라고 할 방송위가 방송정책과 규제, 심의까지 모두 관할한다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행정 절차의 타당성과 합리성, 규제의 효율성 등에 무게를 두는 태도는 행정편의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이강택 회장도 “기본적으로 행정지도는 최소화하는 게 좋은데 오히려 그 반대로 가고 있는 현실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의 전형”이라며 “재심 남발을 우려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를 방송위가 악용하고 있고, 이것이야말로 규제기관에서 전형적으로 쓰는 수법”이라고 지적했다.△간접광고= 송일준 PD는 “이 규정 때문에 시사교양PD들은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규제 필요성이 인정된다 해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광고주단체연합회 김동현 전무는 “간접광고가 그대로 들어있는 해외 수입프로그램과 비교하면 오히려 역차별 받는 느낌”이라며 문화산업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글로벌화 돼가는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조항”이라며 완화를 요구했다. 김 전무는 “‘간접광고를 의도적으로 노출해선 안된다’는 등의 내용으로 간접광고 관련 조항을 명확히 해 부작용이 발생할 요소를 차단한 뒤 간접광고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경실련 최성주 미디어워치 기획위원은 “간접광고 문제를 근절할 수 없다면, 심의규정 개정 등을 통해 이를 양성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심의절차= 심의절차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방송위 심의위 활동 경험이 있는 김은주 민언련 협동사무처장은 “심의위 안건은 사무처에서 올리는데 정치권의 이해 등 입김이 많이 작용할 수밖에 없어 독립적 활동이 어려운 구조”라며 “심의안건도 회의 당일 아침에 나와 그 자리에서 보면서 평가하게 된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또 “심의 내용이 공정하고 일관성 있게 적용되지 않고, 심의위원 구성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면 신뢰를 얻기 힘들고, 적절한 제재를 내린다 해도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양한 틀에서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시청자 평가원 등 방송사 자체 기구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 그 결과물이 심의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밖에 신설조항인 ‘시정명령’에 대해 “또 다른 행정처벌인 만큼 의견제출 절차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고,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에 대해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차원에서의 심의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방청객은 “방송위 심의가 방송사 자체심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심의규정 개정 작업를 하면서 일반 대중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은 얼마나 했는지 의문”이라며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발제자 반응= 정비위에 참여해 왔고 이날 공청회에서 ‘방송심의규정 개정의 의미와 주요내용’을 주제로 발표한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심의규정 개정작업이 신뢰성과 타당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간접광고 완화요구에는 부정적인 뜻을 나타냈다. 이 교수는 “협찬드라마의 감독은 협찬주의 노골적인 압력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오히려 침해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같은 정비위원으로 ‘방송심의규정 개정시안의 체계와 주요 쟁점”이란 제목으로 발제한 오준근 경희대 법학과 교수는 일부 토론자들의 ‘(개정시안이)행정만능주의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부분적으로 공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오 교수는 “행정법 학자로서 규정이나 법률을 보면 행정의 효율성, 준법 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데 (심의규정을 대할 때도) 그런 논리 속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며 “좋은 지적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 교수는 “주의·경고 조치의 남발로 방송사들에 실질적인 규제가 된다면 시정이 필요하겠지만, 역으로 이들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오히려 일방적인 규제 만능주의가 강화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한편 방송위는 오는 28일부터 이틀간 5개 심의위 위원들과 워크숍을 열어 공청회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을 한차례 더 논의한 뒤 이달 말 정비위 회의를 거쳐 최종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이서라 기자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