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경제가 위기다, 위기를 과장하고 있다는 등 여러 가지 말이 많다. 어쨌거나 중국의 긴축정책, 미국의 금리인상, 국제석유가격 인상의 움직임이 한국경제의 경기변동에 강력한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갖가지 처방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들 문제의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성격과 이에 대응하는 보다 근본적인 전략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자.
|contsmark1|
|contsmark2|
1987년 이전까지 한국경제는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로 산업을 ‘형성’해 온 과정이었다. 국가는 유치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재벌체제를 용인했고, 재벌체제는 국가의 보호 아래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행했다.
|contsmark3|
|contsmark4|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한국경제는 ‘거대한 전환’에 돌입한다. 민주화의 진전으로 87년 이후의 노동-농업체제는 더 이상 일방적인 저임금-저농산물가격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3저 호황으로 국내 금융수급조건도 완전히 변했고, 국가는 자금 배분의 권한을 통해 재벌체제를 통제할 수 없게 됐다.
|contsmark5|
|contsmark6|
그러나 한국경제는 그동안 제대로 손을 쓰지 못했다. 세계적 차원에서 급속히 진전된 무역자유화와 금융심화 속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관리할 시스템은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탈냉전이 진행되면서 힘의 균형이 무너진 한반도 주변은 정치군사적 불안정이 상존하고 있고, 한국경제는 분단체제의 굴레를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경제가 10년 가까이 국민소득 1만 달러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발견하지 못한 까닭이다.
|contsmark7|
|contsmark8|
따라서 더 이상 내향적 방식으로 쟁점을 키워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국내외 환경이 재벌체제를 확대재생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대기업의 경우 이제는 산업정책의 대상이 될 만큼 유치하거나 자금이 부족하지도 않다. 기업의 발전 경로가 매우 다양하고 지배구조 형태에 특정한 모범 답안은 없다.
|contsmark9|
|contsmark10|
그렇다면 자금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걸러줄 수 있는 금융시스템 마련에 주력하고, 대기업 지배구조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선에서 국가-자본 간에 절충하는 것이 좋다. 큰 의미는 없으면서 서로 예민해지는 개혁 쟁점을 생산하면, 감정의 골은 깊어가고 힘이 분산된다. 거센 국제환경 변화에 대한 거시정책상의 장기전략,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경쟁체제 관리와 업적주의 가치의 제고, 중소기업·벤처기업·r&d를 중심으로 한 신산업 창출 등이 평범한 것 같지만 역시 근본적인 문제이다.
|contsmark11|
|contsmark12|
지역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행정적 배분을 시도하는 것은, 결과가 의도를 배반하는 경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등교육체계, r&d 체제의 개혁 없이 지방대학과 지방기업이 결합된 클러스터가 잘 발전할 것 같지는 않다. 동북아를 향해 서울-인천에 날개를 달아주고 이를 뒤따르는 몇 개의 지역거점을 밀어주는 방식으로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남동지역 벨트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는 데 더 많은 자원을 집어넣고, 개성공단을 민족경제의 공간적·산업적 기반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라든가, 서해안 바다도시 프로젝트라든가에 발랄한 상상력을 내놓는 것이 좋다.
|contsmark13|
|contsmark14|
무엇보다 새로운 국제환경 속에서 한국경제의 활로를 스스로의 노력으로 뚫고 나가겠다는 개척자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순서가, 속도가 어찌되든 asean+3의 자유무역지대(fta) 논의는 전진할 것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칠레와의 fta만으로도 나라가 일대 홍역을 치른 것은, 열광과 연대의 과잉을 생각하게 한다. 더욱이 무역적자 규모가 커서 단기적으로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한 일본과의 fta 추진은 결실을 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과의 fta는 아예 모두가 겁에 질려 말도 못 꺼내고 있고, 미국과의 통상문제도 과장되기 일쑤이다. 열정 뒤에 숨은 소심성, 이것이 오늘 한국경제의 초상이다.
|contsmark15|
|contsmark16|
과거의 전략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은 이제 잘 작동하지 않는데 새로운 전략과 시스템은 발견되지 않고 있는, 과도기적 상황이 지나치게 길어지고 있다. 국가, 자본, 노동, 농업, 교육 부문 모두 서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자신은 웅크리고 있는, ‘나쁜 균형’에 익숙해지고 있는 셈이다. 내적 균열 속의 보호주의적 균형은 유리그릇처럼 깨지기 쉬운 반면, 중국, 북한, 미국, 중동 등 외부로부터의 파도는 거세고 완강하다. 개혁이라는 말로써 위기론을 덮으려는 것은 방휼지쟁(蚌鷸之爭)을 반복하는 것이다. 분열과 보호주의 모델에서 협력과 혁신주의 모델로의 발본적 전환 없이는 정말 위기를 맞을 수 있다.
|contsmark17|
|contsmark18|
|contsmark19|
|contsmark20|
|contsmark21|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