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시평] 삼성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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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에 관여하는 사람을 만나보고 심히 놀란 적이 있다.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세습체제에 대한 증오심에 가득 차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이건희 회장을 법정에 세우는 게 자신의 평생 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경제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의 분노를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각종 탈법, 불법을 통한 세습공작은 우리 모두를 짜증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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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삼성은 어찌됐건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선진국의 아성이라 생각되던 첨단 분야에 성큼 올라선 한국 최초의 기업이란 사실에 이의를 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도대체 무엇이, 어떤 조건이 삼성을 이런 성공의 길로 이끈 것일까. 정부의 특혜와 보조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론 설명이 불가능하다. 다른 재벌그룹도 혜택을 입은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삼성의 인맥 관리력와 로비력, 성과에 집착하는 관리력, 국내외로부터 우수인력을 끌어 모으는 인재중시의 풍토가 작용한 것일까. 이를 인정한다면 이런 특유의 역량과 문화와 풍토는 도대체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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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조직이라도 이를 이끌어본 경험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인정해야 하는 점이 있다. 조직의 지향과 역량, 문화와 풍토를 규정짓는 것은 어디까지나 리더십이란 사실이다. 자칫 논란만 벌이며 도덕적 해이에 빠져들기 쉬운 게 인간 조직의 특성이라고 볼 때 이런 비효율을 매듭짓고 내부의 규율을 세우고 긴장감을 유지시켜 성과를 내도록 만드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삼성의 이건희 씨를 세습공작과 별개로 평가해야 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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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은 1988년 이병철 회장이 타계하면서 그룹총수가 됐다. 이후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고부가가치화였다. 당시만 해도 1천억원 정도로 이익을 내면 계열사 사장이 한껏 뻐기던 시절인데, 그는 이를 일거에 묵살하고 조 단위로 이익을 낼 것을 주문했다. 선진 초일류기업이 같은 사업을 하면서 왜 10배, 100배의 이익을 올리고 있는지를 탐색하도록 그는 계속 쪼아댔고, 그것이 기술 중시의 경영, 인재의 세계화로 이어지면서 오늘날의 삼성제국을 만드는데 밑거름이 됐다. 우리는 이 점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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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삼성이 잘한다고 한국경제를 온통 삼성에게 맡겨도 되는 것일까. 그건 그렇지 않다. 삼성은 이미 기업제국이고, 제국이란 이유만으로도 다른 이들의 기회를 제약하고 정당한 성장의 가능성을 봉쇄한다. 삼성의 힘이 커질수록 우리 모두 한편에서는 기쁘고 자랑스럽지만 다른 한편에서 심히 걱정스러워지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2차대전 후 약 20∼30년간은 미국의 패권질서가 우방국에게 도움이 되었지만, 오늘날에는 거추장스러운 부담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삼성의 이익이 그대로 한국경제와 한국민의 이익으로 등치화되는 시대는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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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제조업과 금융업 양 사이드에서 공히 제국을 형성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이 양대축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이것이 한국경제의 딜레마이다. 삼성이 국민경제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를 확보해 한껏 뻗어가는 것은 무방하지만 닥치는 대로 모두 장악하는 건 곤란하다. 삼성이란 하나의 민간자본이 정치권까지 좌지우지할 정도로 온통 장악하고 뻗어간다면 경제의 진화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불균형을 해소해야 할 정치가 무기력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97년 외환위기는 삼성의 무모한 자동차산업 진출을 막아내지 못한 삼성에 매수된 정치권의 무사안일에 의한 것이었음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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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출신의 황영기 씨가 우리금융지주회사의 회장으로 취임하고, 재경부가 나서서 사모펀드 조성 방식으로 우리금융의 국내적 인수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자칫 우리금융지주마저 삼성제국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 특유의 관리력에 비춰볼 때 삼성이 훌륭한 은행을 키워낼 수 있는 필요조건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비대화된 삼성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향후 국민경제 전체가 도탄에 빠져들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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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치권과 삼성간의 대타협이 필요하다. 정치권은 삼성의 지배권 안정을 허용하고, 삼성은 금융계열사의 분리로 화답함으로써 국민경제는 성장의 동력을 재차 회복하고, 아울러 금융에 의한 산업의 견제라는 시장의 자율조정 원리를 작동케 해야 한다. 이처럼 한국경제의 문제는 이건희-노무현간의 밤샘 토론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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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근 / 인천대 금융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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