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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아시아 여행을 다니면서

최상일/MBC 라디오본부 부장l승인2004.07.08 10: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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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요즘 들어 아시아 지역을 다녀올 일이 많았다. 다른 지역도 그리 많이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아시아 나라들을 여행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우리나라와 그 나라를 비교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의 생김새가 비슷해 다른 지역을 여행할 때보다 현지인들의 시선을 훨씬 덜 의식하는 데다, 생활환경도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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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비슷한 환경의 나라들을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는 또, 흔히 ‘이 나라는 우리나라의 60∼70년대쯤 되겠군’ 하는 식으로 비교를 하게 된다. 예를 들면, 베트남은 우리나라 1970년대쯤 되고, 우즈벡은 80년대, 몽골은 우리나라 60년대쯤 될까? 문제는, 이런 판단이 서는 순간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며 시선의 방향도 거리낌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우쭐한 기분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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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태에서 여행을 계속하노라면 십중팔구 지루한 여행이 되기 쉽다. 왜냐 하면, 우리와 비슷한 것은 수준이 낮아 보이고 우리와 다른 것은 이상하게 보이면서, 호기심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앙아시아의 어느 곳에서 손수레에 날고기를 얹어놓고 파는 것을 보게 되면, ‘냉장고가 없어서 저렇게 날고기를 노천에 놓고 파는구나. 지저분하게….’ 이런 생각을 하고 스쳐 지나가지만, 실은 기후가 건조해 굳이 냉장을 하지 않아도 고기가 부패하지 않는 것이다. 냉동했다가 녹인 고기보다는 오히려 이런 고기가 더 맛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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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다름’을 우리보다 ‘못함’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여행이 무척 피곤해질 수도 있다. 마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의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모든 물건을 살 수 있는 대형 마켓이나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는 샤워시설이 없는 것에 절망한다면 결코 여행이 즐거울 리 없다. 하지만 대형 마켓은 서울과 같은 인구 과밀 도시의 산물이며, 샤워시설 또한 물과 에너지를 함부로 쓰는 ‘지속 불가능한 문명’의 징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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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와 우리나라를 굳이 비교해야 할 때, 내 나름대로 생각해둔 방식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시골의 살림살이를 서로 비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농촌과 우즈벡의 평범한 농촌을 비교하면 어디가 더 잘 산다고 말할 수 있을까?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가 그 나라의 서너 배가 넘을지 몰라도, 농촌 살림은 우즈벡이 훨씬 여유로워 보이던 것이 내 느낌이다. 우리나라 평균 농가 부채는 무려 2600만원이 넘는다. 그들은 최소한 빚은 지고 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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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생활을 비교하더라도 실제 생활을 한 꺼풀 더 젖히고 들어가 본다. 같은 밀가루 음식을 먹더라도,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그 나라에서 생산된 햇밀가루로 국수나 빵을 만들어 먹지만, 우리는 농약에 버무린 미국산 밀로 국수를 뽑아 유전자 조작된 수입 콩에서 짜낸 기름으로 튀긴 라면을 끓여 먹고 있다. 서울에서는 수억원을 들여야 아파트 한 채를 사는데,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는 수백만원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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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와 민간예술의 측면에서 나라를 비교해보는 것도 유익하다. 우리네 결혼식은 예식장에서 붕어빵 찍어내듯 후다닥 해치우고 갈비탕 한 그릇으로 그만이지만,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는 결혼식이 가족과 친지와 마을 사람들이 모여 노래하고 춤추고 마시는 축제 마당이다. 과연 어느 나라의 신랑 신부가 더 많은 축복을 받을까? 공동체와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나라를 여행하는 일은 우리가 잃어버린 시절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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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여행에 맛을 들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는 말이 있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돈 안 드는 오지 여행을 부지런히 하고, 나이 들어 은퇴할 때쯤 되거든 그 동안 번 돈 가지고 유럽 같은 데로 편안하게 여행 다니라고. 그런 점에서 대학생들이 배낭여행을 한답시고 모두들 돈도 없이 물가 비싼 유럽 등으로 돌아다니는 것은, 자칫하면 잘 먹고 잘사는 나라 사람들의 모습에 주눅 들어 사대주의적 정서로 흐를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순서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아시아라고 해서 마냥 미개발 상태로 남아있을 것도 아닐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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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일/mbc 라디오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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