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시평] 서울시 ‘교통혁명’ 잃은 것과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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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시평] 서울시 ‘교통혁명’ 잃은 것과 얻은 것
  • 황상규 / 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04.07.0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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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교통정책을 포함해 정부가 각종 정책을 시행하려고 할 때는 ‘정책의 완결성’과 ‘정책의 적시성(適時性)’을 잘 조화시켜야 한다. 우선 정책의 완결성은 여러 가지 정책대안들 가운데 최적의 정책대안을 선택하고, 추진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이른바 종합적인 정책패키지(package)를 형성하는 것과 같다. 반면, 정책의 적시성은 시행과정상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당한 시기를 선정하는 것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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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자는 모두 중요하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계층이 존재할 경우에는 정책의 완결성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반면, 현재 발생되는 문제가 심각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정책의 적시성이 오히려 중요할 수 있다. 그래서 혹자는 정책의 완성도가 약간 떨어져도 정책시기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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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울시의 대중교통체계 개편사업은 무엇보다도 정책시기의 선정에 착오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이명박 서울 시장은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청계천 복원공사의 경우, 고가구조물의 철거시행 시기를 통행량이 줄어드는 여름방학 및 휴가기간으로 잡았다. 일종의 완충기간을 둠으로써 도심 교통체계의 변화에 시민 스스로가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하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 당초 교통혼잡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일반시민의 우려와는 달리 큰 교통혼잡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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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 대중교통체계 개편사업은 여름휴가나 방학이 한달 가량 남은 7월 1일, 그것도 교통량이 많은 주중에 전격적으로 시행함으로써 큰 혼란을 야기했다. 물론 서울시의 입장에서는 충분한 준비기간을 갖고서 추진했다고 항변할지 모르겠지만, 서울시 당국자조차도 ‘교통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사업을 학생, 노인 및 일반 주부 등 교통약자들이 적응하는 데엔 시간적으로 부족했다. 그 결과 좋은 제도를 준비하고도, 많은 홍보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원성만 듣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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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정책 추진방법도 전략적이질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이번 대중교통체계 개편사업은 네 가지의 중요한 정책방안을 하나의 정책 패키지로 묶어 추진한 것이다. 첫째는 버스노선체계를 간선·지선으로 구분하였고, 둘째는 ‘버스 따로 지하철 따로’식의 요금제도를 통합하고 이용거리에 따라 요금을 내는 거리비례제를 시행하였다. 셋째는 버스노선에 공개념을 도입함으로써 노선 독점에 따른 각종 폐단을 근절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끝으로 노선특성에 따라 버스색상을 구분하여 버스식별이 용이하도록 하였고, 새로운 교통카드와 과학적인 버스운행관리시스템을 구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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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앞서 제시한 하나의 정책만도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소지가 많은 사안이라,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예를 들면 버스중앙전용차로제 시행과 새로운 교통카드 도입은 시차를 두고서 추진했어야 큰 혼란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동시 다발로 추진됨으로써 당초 기대하던 상생효과보다는 정책혼란만 가중시킨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처럼 서울시 대중교통체계 개편사업은 정책목표가 아무리 좋아도 철저한 준비와 적기에 추진하지 못하면, 많은 혼란과 비용을 초래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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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대중교통체계 개선사업은 교통혁명이라 할 정도로 합당한 평가를 받을 부문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첫째는 버스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독점적이며 사유화된 버스운영방식을 경쟁 입찰방식으로 탈바꿈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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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견실한 버스업체만이 버스운영을 담당하게 됨으로써 이용시민 위주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버스업체와 지하철공사간 조직통합을 하지 않아도, 대중교통간 환승요금 무료화를 통하여 버스나 지하철간 합리적인 기능분담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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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만 해도 들끓던 시민들의 불만도 서서히 수그러지고 있다. 이번 서울시 대중교통체계개편은 시민불편이라는 폐단도 있었지만, 향후 수도권 차원의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서 좋은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 얻는 것도 있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생기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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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규 / 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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