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해랑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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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ine Your Energy!
  • 승인 1998.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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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가 어렵다보니 국민들에게 희망과 힘을 주려는 기업광고가 부쩍 늘었다.그 중에서도 한 정유회사의 광고가 유난히 눈길을 끈다. ‘Imagine Your Energy!’ 라는 카피를 내세운 이 광고는 다양한 표정의 아이들을 14컷의 흑백사진으로 표현하고 있다.제일 큰 사진은 야무지게 입을 다물고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두 눈을 부릅뜨고 전면을 응시하는 열살 가량의 남자아이다.그 주변에 고개 숙이고 슬픔에 잠긴 댕기머리의 소녀, 보행보조기를 달고 운동경기에 출전한 소년, 윗통을 벗은 채 씨름중인 소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수영에 열중하는 소년, 흙이 잔뜩 묻은 채 무언가 열심히 끌어당기고 있는 흑인소년의 손등이 골고루 배치돼 있다.그리고 크고 작은 모든 사진에는 앞의 그 카피가 적혀있다.Imagine Your Energy!직역한다면 ‘너의 가능성(잠재력)을 믿어라!’ 쯤 될까.존 레넌의 ‘Imagine’이란 노래마저 떠올리게 한 이 광고는 흑백사진이 주는 리얼리티와 깊이, 그리고 각 사진들이 서로 묘한 상승작용을 일으켜 큰 느낌으로 다가왔다.IMF경제난국 속에서 빅딜이니 퇴출이니 하는 온갖 새로운 용어가 난무하는 지금, 모두가 힘든 게 요즘 형편이다. 언론해직자가 이미 4,000명을 넘어서고 감봉에, 제작비 삭감에 제작현장의 모습도 별다름이 없다. 그래서일까 나는 사진 컷 하나하나 속의 아이들 표정과 오늘의 표정을 대응시켜보고 속으로 Imagine Your Energy!라고 자기암시를 해 보았다. 훨씬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이 광고를 모든 프로듀서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확실히 요즘광고는 눈부시게 발전중이다.광고에 문외한이긴 하지만 발상법·주제처리방식·표현기법·전달력 등 여러 분야에서 첨단을 달리고 있다는 느낌이다.그것은 광고계에 광고이론이나 광고전략, 그리고 수용자반응 등이 체계적으로 연구되고 그 결과가 광고제작에 바로바로 적용되기 때문일 것이다.한편으론 광고인에 대한 전문인으로서 사람 키우기가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지금은 IMF 시대라 어렵지만, 1∼2년 전만 하더라도 아무조건 없이 1년 또는 6개월씩 해외연수를 시켰다.) 광고와 프로그램을 직접 비교하는 것이 타당한 일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광고들 사이에 낀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 10년 전 그 모습 그대로 우중충한 느낌으로 다가온다.왜 일까. 그것은 광고계처럼 프로그램에 대한, 포맷에 대한, 전달방법에 대한, 수용자분석과 피드백에 대한 연구와 이론적 체계화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송계 내부를 들여다보면 항상 그 프로그램이 그 프로그램이고 프로듀서들은 같은 방식대로 쳇바퀴 돌 듯 제작하고 있다. 새로운 발상법, 포맷연구, 제작방법의 체계화, 이론화 없이는 앞으로 개방된 세계무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세계와 경쟁할 영상소프트의 개발, 21세기를 준비하는 새로운 기획, 새로운 포맷개발을 다양한 실험은 고사하고, 국내 방송사끼리 누가누가 잘하나식 도토리키재기 싸움만 하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 방송계의 모습이라면 과한 표현일까. (대표적 예가 신문지상의 시청률 랭킹10위 순서표이다. 방송계 발전을 바란다면 각 신문은 이 못난 짓거리를 당장 중단해야한다.)얘기가 빗나간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우리의 가능성이나 잠재력(Energy)을 상상하고 믿는(Imagine)일이란 5년 뒤, 10년 뒤의 우리 모습을 그려내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면, 정확히 표현해서 우리의 목표와 방향이 세워지고 확신이 선다면 지금이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의 Energy를 Imagine할 수 있다.모두가 어렵다.그럼에도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 그것도 지금 요모양대로가 아닌 변화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모든 프로듀서여러분의 건투를 빌며 광고카피 나머지 부분을 소개한다. 자 ∼ 힘을 내, 힘을 내자구!모두가 끝이라고 말한 곳에서, 우리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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