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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05 10:47
  • 수정 2019.06.12 11:32

'조장풍' PD "노동법 준수 노력한 현장, 바람직한 변화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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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종영한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노동문제 본격 조명
박원국 PD "'조장풍'은 이 시대 필요한 이야기"... "'주52시간 근로' 현장 도입, 사전제작 확대 필요"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스틸컷 ⓒ MBC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스틸컷 ⓒ MBC

[PD저널=이미나 기자] 요즘 말로 '꽉 닫힌 결말'이었다. 지난달 28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하 <조장풍>)은 잘못한 사람들이 벌을 받고, 좋은 일을 한 사람들은 다시 평범하지만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내용으로 끝을 맺었다.

이 '뻔한' 결말이 식상하지 않았던 건 드라마가 내내 유쾌함을 잃지 않고 달려온 덕분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현실 속 '을'들에게 위로가 됐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첫 미니시리즈 메인 연출작을 물색하고 있었던 박원국 PD에게 <조장풍>의 대본이 눈에 띄었던 이유도 "이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드라마에 등장한 노동 문제는 촬영장에 모인 이들에게도 '남 일'이 아니다. 밤샘과 쪽잠이 일상적이었던 드라마 촬영장의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최근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조장풍>도 이 변화에 기꺼이 참여했다. 노동시간과 휴식시간의 기준을 만들어 이행하고, 스태프 대표를 뽑아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한 게 대표적이다.

작지만 의미 있는 '실천'에 드라마 제작현장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 3개 단체는 간식차를 보내며 응원했다.

<조장풍>은 최초로 노조의 제작지원을 받은 드라마다. 드라마 제작 소식을 접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측이 먼저 <조장풍> 제작진에 연락을 취했고, 초반 버스회사 파업 장면에 도움을 주다가 제작지원까지 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지난 3일 만난 박 PD는 "(긍정적으로) 변했다기보다는 원래 이래야 했는데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놓쳤다는 말이 더 적절할 것 같다"며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사람을 그동안 너무 헐값으로 써 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원국 PD와의 일문일답이다.

최고 시청률 8.7%(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하는 등 동시간대 1위로 종영했다. 

"연출부 스태프가 '이제 끄고 촬영에 집중하라'고 말할 정도로 실시간 반응을 꼼꼼히 챙겨봤다.(웃음) 그 중에서도 '내 이야기 같았다, 남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현실의 고충을) 판타지로 해결하는 게 시청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걱정했는데, '이렇게라도 해결되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는 반응이라 다행이었다."

그동안 노동 문제를 다룬 드라마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근로감독관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다양한 노동 현안을 다룬 드라마는 <조장풍>이 처음이다.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처음엔 많이 생경했다. 하지만 드라마가 다룬 건 지금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현실이자, 일상적으로 겪는 어려움이다. 거창하게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르고 투쟁해야만 노동 문제가 아니고, 직장 상사의 막말과 같은 문제도 노동 문제라는 얘기다. <조장풍>의 문제의식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스틸컷 ⓒ MBC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스틸컷 ⓒ MBC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스틸컷 ⓒ MBC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스틸컷 ⓒ MBC

'땅콩회항'이나 '맷값 폭행 사건' 등 현실 속 재벌가 갑질을 연상하는 소재나 국정농단·탄핵,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한 풍자도 등장했다. 이 역시 민감한 소재일 수 있었는데, 출연진 반응은 어땠나.

"누군가 한 분은 말씀하시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다들 큰 부담은 느낀 것 같지 않더라. 대본 자체가 재밌었고, 상황 자체가 웃겨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정색하고 비판하기보다, 대놓고 패러디함으로서 오히려 정치적 해석에서 자유로울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소재는 무거웠지만 상황 설정이나 연출 등에서는 코믹함이 두드러졌다. 

"사회적 이야기가 담겨 있다 보니 자칫하면 '가르치려는 드라마'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 점을 경계하면서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향을 고민했다. 몇 년 전과 달리 최근 시청자들이 (주인공이) 이기는 이야기, 잘 되는 이야기, 즐거운 이야기를 보고 싶어 한다는 느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좀 과장을 섞어도 용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모노톤인 조진갑의 일터인 구원지청과 달리 갑을기획 사무실은 화려한 색감을 사용하고, 소품을 활용해 등장인물의 심경 변화를 드러내는 등 연출적 장치도 여럿 눈에 띄었다. 연출에 있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었나.

"김반디 작가님의 대본에도 진지한 부분과 코믹한 부분이 잘 섞여 분배돼 있다. 이 대본을 보면서 조명 감독과 카메라 감독, 컬러리스트 등 스태프와 머리를 맞대고 상의한 결과다. 

예를 들어 조진갑(김동욱 분)과 갑을기획 친구들은 명랑만화 같아야 하지만, '을'들은 굉장히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분들이 등장하는 장면엔 색감도 차분하고, 그림자도 많이 사용하려고 했다. 반면 악랄한 '갑'들은 초반엔 현실적으로 그리되, 시간이 지날수록 우스꽝스럽게 보였으면 했다. 구대길(오대환 분)만 봐도 초반엔 너무 무시무시하지 않았나.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나사 하나 빠진 것 같고…. (웃음)"

대본에 없지만 현장에서 낸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장면이나 장치는 없었나.

"우도하(류덕환 분)가 마지막에 조진갑을 향해 '감사합니다!'라고 외치고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장면은 대본에 없던 것이었다. 배우가 하고 싶다고 말해 그렇게 촬영했는데, 편집하며 보니 조진갑이 인생을 보답 받는 것 같은 장면이었다. 도하가 마지막에야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변화한 것이지 않나. 이 장면을 통해 스토리가 진정으로 완결된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또 드라마의 특정 시점마다 그림자 처리됐던 조진갑의 '동료'들이 예고편 전 등장하는 건 내가 작가님이 '결국은 조진갑 옆에 조력자들이 하나둘씩 늘어나 다 같이 이기는 이야기'라고 말씀하신 것에 착안해 잔재미처럼 넣은 화면이다. 포스터를 촬영할 때부터 생각한 것이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하지만(이원종 분)의 경우엔 템포를 놓쳐 한 회 늦게 나왔고, 마지막 순서라고 생각했던 우도하는 15~16회를 편집하다 보니 먼저 조력자가 되어 활약하는 모습이 등장하게 됐다."

가장 기억나는 장면을 꼽아 본다면.

"1회 엔딩신이다. 갑을기획에 간 조진갑이 백부장(유수빈 분)에게 '전해, 조장풍이 왔다고'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가장 재밌게 찍은 장면이기도 하고 '한 사람이 한 발 더 나아가는 순간을 그린 드라마'라는 우리 드라마의 정체성을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스틸컷 ⓒ MBC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스틸컷 ⓒ MBC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근로기준법을 잘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스태프를 여러 팀으로 꾸리고, 피치 못할 경우 스태프와 협의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과거의 드라마 제작 현장과 비교했을 때 긍정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나.

"조금은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촬영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조바심이 날 수도 있지만, 결국엔 스태프와 출연진의 복지가 중요하다. 또 촬영 계획도 좀 더 치밀해지고, (휴식시간 보장으로) 스태프 컨디션도 좋아지면서 드라마의 퀄리티도 조금은 높아졌다고 본다. 스태프와의 소통도 원활해진 측면도 있다.

다만 '변했다'기보단 원래 이랬어야 하는데, 그동안 우리가 너무 많은 것들을 놓치고 진행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이제야 서서히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거지.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다음 달부턴 지상파 방송사에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다. 드라마 제작현장도 더 많은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예전엔 방영 두 달 전에만 촬영 들어가면 '나쁘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주 68시간 근로제에 맞추려면 최소 네 달 전부턴 촬영을 시작해서 8부까진 찍어둬야 했다. 결국은 사전제작으로 가거나, 반사전제작으로 간다고 해도 다섯 달 전부터는 현장에 나가야 하지 않을까.

원래 콘텐츠 제작은 이렇게 해야 하는데 우리가 그동안 너무 급하게, 싸게 제작하려고 했던 것이다. 현장에서도 당연히 '다섯 달 전부터 촬영해야 하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시대가 올 거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을 앞두고 현장에선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라인업 결정과 대본만큼은 더 빨리 나와야 한다. <조장풍>의 경우 PD와 카메라 감독이 30분 먼저 현장에 도착해 미리 고민하고, 스태프가 도착하면 바로 촬영에 들어간 게 초반 시간 단축에 많은 도움이 됐다.

제작자 입장에선 '갑자기 왜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동집약적인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돈을 많이 들이는 게 게 당연하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헐값에 써왔던 거지. 인식을 바꿔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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