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유람선 참사' 보도, 애타는 사연 부각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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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유람선 참사' 보도, 애타는 사연 부각 여전
피해자 집 찾아가고, SNS까지 캐는 사연 보도
'흥미 위주·선정적 보도 지양' 당부한 '재난보도 준칙' 무용지물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06.05 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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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TV조선에서 방영된 '3代 가족도, 자매도 실종…줄잇는 안타까운 사연' 리포트의 한 장면 ⓒ TV조선
30일 TV조선에서 방영된 '3代 가족도, 자매도 실종…줄잇는 안타까운 사연' 리포트의 한 장면 ⓒ TV조선

[PD저널=이미나 기자] 한국인 33명이 탑승한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 실종자들에 대한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의 사연을 부각하거나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는 보도 행태가 이번 사고에서도 되풀이됐다.   

지난달 30일 사고 발생 소식이 한국에 알려진 이후 탑승자 명단과 일부 지자체의 주민 피해 상황이 공개되면서 실종자들의 신상과 관련된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보도는 30일 오후부터 31일 사이, 각 언론사가 헝가리에 급파한 취재진이 도착해 현장 취재를 시작하기 전에 주로 집중됐다.

언론사의 '사연 보도'에는 6살 여아를 포함한 3대가 함께 여행을 떠난 가족이 주요 소재가 됐다. <한겨레>는 3대 가족이 살던 인천 미추홀구의 한 건물을 찾아가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탐문 취재한 결과를 처음으로 내놨다.  

<한겨레>는 30일 온라인판 기사에서 "이들은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한 3층 건물에서 함께 살고 있고, 딸은 이 건물 2층에서 뷰티숍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건물 1층 고깃집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건물 주인 아저씨가 매일 한 번씩 건물을 둘러보는데 4~5일 전에 보고 못 봤다'며 '한동안 안 보여서 여행 간 것으로 생각했는데 사고를 당한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겨레> 보도 이후에도 <한국일보>의 <6세 딸 돌봐준 친정 부모 모시고 간 헝가리 여행인데···>를 비롯해 <뉴스1>의 <"6살 딸 봐주는 부모 모시고 여행"···인천 3대 일가족 4명 사연>, <연합뉴스>의 <헝가리 유람선 최연소 탑승객 일가족 이웃들, 비보에 '침통'> 등 3대 가족이 사는 미추홀구 건물을 찾아 '효도 관광'을 떠난 이들의 평소 생활은 어땠는지를 전하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인천 3대 가족뿐만 아니라 퇴사한 남동생과 여행을 떠났다 사고에 휩쓸린 누나의 사연이나 60대 여고 동창들, 퇴직 공무원 부부들의 사연을 지인이나 이웃의 입을 통해 전하면서 '엇갈린 운명' '악몽이 된 여행' 등의 표현으로 그 비극성을 부각하는 보도도 빠짐없이 나왔다.

취재기자들은 피해자의 거주지를 촬영해 보도하거나 가족들에 일일이 전화를 걸고, 구조자가 사고 전 SNS 계정에 남긴 글을 전하는 등 피해자의 사생활을 캐는 모습도 보였다.

<중앙일보>는 30일 <'효도관광'서 3대 모두 실종···다뉴브강 비극에 무너진 가족> 기사에서 일부 실종자 가족의 휴대폰 전원이 꺼져 있었다거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등의 내용을 보도했다. 31일 <동아일보>의 <엄마 환갑 맞아 여섯 살 딸 데리고 3代가 함께 여행 떠났는데···> 기사는 생존자의 SNS 계정 글을 인용 보도했다.

TV조선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9>는 30일 <3代 가족도, 자매도 실종…줄잇는 안타까운 사연>과 31일 <배 뒤집히자 동갑내기가 던진 튜브…생사 가른 찰나의 순간> 기사에서 각각 인천 3대 가족이 살던 건물을 찾은 취재진이 굳게 잠긴 문을 흔들어 보는 장면이나 생존자가 SNS에 올린 사진을 방송에 사용했다.

5월 1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기사.
5월 1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기사.

연합뉴스가 사고가 난 다뉴브강 머르기티 다리 위에서 피해자 가족이 쓴 편지를 들고 찍은 연출 사진도 논란이 됐다. <조선일보>는 지난 1일 1면에 이 사진을 실으면서 <연합뉴스> 기자가 연출한 사진을 피해자 가족이 들고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모두 한국기자협회가 마련한 '재난보도준칙'과 거리가 먼 보도다. 

재난보도 준칙은 속보경쟁에 치우쳐 현장기자에 대한 무리한 취재·제작 요구는 지양할 것과 함께 피해자 가족의 오열 등 과도한 감정 표현이나 재난 상황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흥미 위주의 보도, 지나친 근접 취재 자제를 주문하고 있다.

사고 발생 직후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각 지본부에 내려보낸 긴급지침에서 재난보도 준칙 준수를 당부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피해자 가족 등에 대한 신중한 취재는 피해자 가족 신상정보가 기자들에게 유출된 뒤 행정안전부도 요청했다. 

윤석빈 언론노조 민실위원장은 "기자들도 단순한 흥밋거리로 (사연 보도가) 소비되길 바란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이제는 언론이 아젠다 세팅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영향이 어땠는지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만약 (의도대로) 언론 이용자에 도달하지 않았다면, 그 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희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는 "언론 이용자가 궁금해하는 것은 수색 상황이나 헝가리 당국의 대처"라며 "피해자 사연 보도는 국민의 알권리에 부합하지도 않고 이로 인해 얻는 공익도 적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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