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시행 앞둔 방송사, 재량근로제 도입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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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시행 앞둔 방송사, 재량근로제 도입 '진통'
드라마·예능 제작부서 '재량근로제' 불가피..."노동시간 단축 취지 무색"
지상파 "'재난방송·대형 스포츠 중계 '주 52시간' 적용 제외해달라"...방통위 '시행 후 보완' 방침
  • 이미나·김혜인 기자
  • 승인 2019.06.1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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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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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미나·김혜인 기자] 오는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전면 시행되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유연근로제 확대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예능·드라마 제작부서는 노동자가 '재량껏' 노동 시간과 방식을 정하는 '재량근로제' 도입이 불가피하면서 '노동시간 단축'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상파 3사의 '주52시간 근로제' 시행안은 '직군별 유연근로제 차등 도입'으로 가닥을 잡았다. 

'초장기간 노동'이 일상화됐다는 평가를 받아 온 드라마와 예능 부서는 주 52시간제와 상관없이 노사 대표가 합의한 노동 시간을 인정하는 방식의 재량근로제를, 업무시간이 불규칙하고 초과 노동이 많은 시사교양‧보도부서는 일정 기간 동안 정해진 총 노동시간(1달에 총 208시간) 한도 내에서 일하는 선택근로제를 도입하는 안이다. 

유연근로제가 도입되는 직군은 KBS에서 약 12%, MBC에서 약 20%, SBS에서 약 30% 가량에 해당된다.

KBS가 최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본부)에 밝힌 바에 따르면 예능과 드라마 부서 소속 구성원은 재량근로제 도입이 검토 중이다.

기자와 촬영감독, 후반제작부 소속 구성원에게는 1개월 단위로 총 208시간 안에서 자율적으로 업무시간을 조정하는 선택근로제를 제안했다. 

MBC도 드라마·예능본부를 중심으로 일부 제작 관련 부서는 재량근로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MBC 보도본부와 시사교양본부는 1개월 단위 선택근로제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 MBC 관계자는 "노사 협의에 따라 지난 3개월간 노동량을 5%씩 줄이는 방안을 시행해 봤지만, 어떻게 해도 재량근로제 도입이 불가피한 부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의 경영권 개입 논란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SBS 노사는 '주 52시간 근로제' 협상에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지난해 8월 SBS 노사는 드라마·예능 제작 부서에 제한적으로 재량근로제를 도입하고, 나머지 제작 부서에는 통상·시차·교대 근무 등을 활용하는 노동시간 단축안에 합의한 바 있다. (▷관련기사: SBS노사, '주 68시간 근무'합의...유연근무제 제한적 허용

SBS 노사는 최근 주52시간제 관련 협상을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SBS 한 관계자는 "최근 다시 노사 대화를 시작해 재량근로제 적용 범위를 비롯해 휴식시간 보장 등의 장치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앞서 합의한 주 68시간제 체제에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BS 역시 인사 문제로 노사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주 52시간제 도입과 관련한 노사 협상은 후순위로 밀린 상황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단협에 주 52시간제 관련 항목도 있지만, 인사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아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EBS를 제외한 지상파 3사도 6월 말이나 돼야 노사 합의안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 직군이 다양한 데다 이해관계도 엇갈려 이견을 좁히는 게 쉽지 않다. 노측은 실질 임금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아직 과반노조가 없는 KBS는 관련법에 따라 각 노조와 부서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밟아야 할 수도 있다. 

각 방송사는 주 52시간제 시행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드라마의 경우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반 사전제작'이 아닌 '사전제작' 형태의 드라마도 늘어나고, 제작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드라마 편수가 줄거나 재방송 비율이 증가하는 등 편성 변화도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 MBC는 오는 9월부터 내년 3월까지 월화드라마를 중단하는 등 드라마 제작을 축소했고 SBS도 올 여름 한정으로 월화드라마 시간대에 예능을 편성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방송사의 비용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편성 조정을 비롯해 재방송 비율 증가 등 후속 조치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아무리 정밀하게 설계한다고 해도 시행 후 점진적으로 보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송사 관계자도 "3사가 공동으로 정부에 재난 상황이나 월드컵·올림픽·정상회담과 같은 대형행사에는 주 52시간제 적용을 예외로 적용해 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는데, 일단 정부에서도 '시행해 보고 상황에 따라 보완하자'는 입장"이라고 귀띔했다.

'유연근무제 확대' 말고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사측에 내부에선 불만이 터져 나온다.    

지난달 29일 발행된 MBC본부 노보에서 한 드라마 PD는 "7월 1일부터 주 52시간제가 도입되지만, 아직 드라마국 PD들에게 내려온 지침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신고당하지 않게 잘' 하라는 주문만 있을 뿐"이라며 "이 연장선상에서, 이 몇 달간 드라마 연출과 조연출의 노동시간을 이렇게 줄이자는 회사의 방침 또한 제공받은 적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한 관계자도 "(사측이) 교양본부 일부를 제외한 전체 제작 부서로 재량근로제를 확대하자는 안 외에는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며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자는 덴 동의하나 예전처럼 일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식의 재량근로제 악용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지속적인 평가와 제도 보완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크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실질적인 노동 기록이 남지 않는 재량근로제가 도입되면 향후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할 근거가 없어지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연차가 낮은 PD들 중심으로 피해가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상파 예능 PD도 "(주 52시간제 도입) 초반엔 회사와 구성원 어느 쪽도 만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영 위기와 프로그램 경쟁력에 대한 고민으로 근로시간 논의가 뒷전으로 밀려나 있지만, 중장기적인 대책 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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