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변신 프로젝트’에 가려진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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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주인공 드라마에 이질적인 소재 결합해 의견 분분...이혼한 도훈과 수진의 앞날은

JTBC 월화드라마 '바람이 분다' 현장 사진. ⓒJTBC
JTBC 월화드라마 '바람이 분다' 현장 사진. ⓒJTBC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JTBC <바람이 분다>는 시청자 의견이 분분한 드라마다. 지난달 27일 첫 방송을 시작하고서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고 있다. <바람이 분다> 시청률이 4%대(닐슨코리아 집계)까지 올랐다가 본격적인 스토리 전개를 앞둔 가운데 3%대로 소폭 하락했다.

방영 전부터 SBS<키스 먼저 할까요>와 KBS 2TV<공항 가는 길>에서 열연했던 배우 감우성과 김하늘의 만남으로 대중의 관심이 모아졌던 드라마다. 로맨스를 현실적으로 풀어내는데 탁월한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이라서 정통 멜로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감을 높였다.

제작진도 이별 후에 다시 사랑에 빠진 두 남녀가 어제의 기억과 내일의 사랑을 지켜내는 로맨스 드라마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청자의 반응이 적지 않다. 

<바람이 분다>는 30대 부부의 권태를 다룬다. 제과회사 직원 권도훈(감우성)과 캐릭터 디자이너 이수진(김하늘)은 대학 시절 뜨거운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그러나 결혼 5년 차인 이들에게 남은 건 권태뿐이다.

부부관계는 오랜 시간 쌓여온 오해와 날벼락 같은 사건으로 갈등으로 치닫는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도훈은 수진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게 무엇보다 싫어 수진에게 더욱 모질게 군다. 그는 수진의 홀로서기를 돕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모르는 수진은 권태기를 극복하기 위해 아이를 갖자고 하지만, 그의 계획은 도훈에 의해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수진은 결국 다른 여자가 되어 도훈을 유혹해 이혼하고 말겠다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야 만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도훈의 선택과 아이를 갖고 싶은 수진의 열망이 엇갈리면서 드라마 곳곳에서 변곡점이 생겨난다. 

<바람이 분다>의 독특한 설정은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정통 로맨스 장르에서 보기 어려운 이질적인 소재를 결합해 덜거덕거린다. <바림이 분다>가 내세운 ‘알츠하이머’와 ‘변신 프로젝트’라는 소재는 여러모로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다. 

치매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인 ‘생존’과 직결된다. 드라마에서 자주 활용되는 시한부 소재가 살고 싶은 욕망을 건드리는 것처럼 치매도 온전한 자신으로 살고 싶은 욕망을 빗댄다. 그만큼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만, 소재 특성상 가볍게 다루기 어렵다. 

수진은 이혼하기 위해 분장 프로젝트를 감행한다. 영화제작사에 다니는 지인의 조력으로 차유정으로 분한다. 가발을 쓰고, 발성을 바꾸고, 눈물 흘리는 연습을 하고, 급기야 ‘코 분장’으로 차유정이 된다. 최루성을 극대화하는 치매라는 소재에 코믹드라마의 가능성을 여는 변신 프로젝트는 자연스럽게 섞이지 못한다. 소재가 플롯에 녹아들기보다 플롯보다 도드라지게 보이는 것이다. 

또 도훈과 수진은 각자 딜레마에 처해있지만, 그 딜레마를 벗어나기 위한 선택이 시청자의 호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도훈이 치매를 숨긴다는 설정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수진이 변신을 감행하고, 이들이 거짓 불륜을 저지르는 등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선택은 시청자들이 머리로 이해할 수 있지만, 가슴으로 응원하기 어렵다.

물론 제작진은 시청자에게 힌트를 남기면서 몰입을 높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예컨대 도훈이 수진을 모질게 대하는 게 결국 사랑하는 수진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점이 극 초반에 밝혀졌고, 유정으로 분한 수진도 도훈의 고백에서 자신(수진)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알아챘다.

지난 10일 방송에선 이혼한 뒤 두 주인공이 우연히 만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지난 5년 동안의 삶에 궁금증을 남겼다. 

결국 제작진이 전하고자 바는 중후반부에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서로 어긋나기만 했던 도훈과 수진의 모습에서 둘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현재진행형으로 치매를 앓고 있는 도훈과 수진이 어떤 마음의 변화를 겪어내면서 서로를 받아들일지가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다시금 만들 수 있는 지점이다. <바람이 분다>에서 도훈과 수진은 아직 서로에게 하지 못한 말이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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