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종목 스타선수의 비애
상태바
비인기종목 스타선수의 비애
당구연맹 ‘세계 랭킹 1위' 김가영 선수 등록말소 결정...국민청원 올라왔지만 관심 저조
  •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승인 2019.06.11 1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스포츠는 국민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선사한다. FIFA U20 월드컵 결승에 진출한 국가대표팀과 LA다저스에서 선전하고 있는 류현진 선수는 스포츠팬들과 전국민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축구계의 메시, 호날두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한국에서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선수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면 팬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한국 당구계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져 급기야 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대한당구연맹(회장 남삼현)이 프로당구LPBA에 출전했다는 이유로 국내 포켓볼 1위 김가영(인천시체육회)의 선수 등록을 말소했다며 ‘김가영을 지켜 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온 것이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포켓여제 ***선수 3쿠션 출전했다고 선수등록 말소 이게 말이 됩니까?’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장했다.

익명의 청원 게시자는 “청와대 계신 분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면서 “대한민국 모든 스포츠 연맹들이 정말 선수와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말로는 국민 스포츠 발전을 위한다고 하지만 조직간 이권 싸움과 비리로 국민들의 울분을 더 보태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각종 국제대회와 국내대회 우승으로 국가를 빛낸 선수를 다른 대회 참가 이유만으로 선수등록을 말소시키는 연맹이 참으로 놀라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2013 실내·무도 아시아 경기대회'에 참여한 김가영 선수. ⓒ뉴시스
'2013 실내·무도 아시아 경기대회'에 참여한 김가영 선수. ⓒ뉴시스

최근 몇 년 사이 당구전문채널이 생길 정도로 국내 많은 팬들을 늘고 있는 종목이라서 선수 육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김가영 선수같은 존재가 절실할 텐데 당구연맹의 처사는 납득하기 어렵다. 인기종목 선수였다면 시시콜콜한 것까지 보도할 텐데, 언론도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직 국내 미디어는 야구‧축구 등 인기 종목에만 관심을 두고 있지만 당구 역시 국가대항전, 개인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개인 종목을 넘어 대중 스포츠로 발돋움하고 있다.

국내 매체가 중계하진 않았지만, 김가영은 세계선수권(3회), US오픈(3회), 암웨이컵 국제오픈(3회), 차이나오픈 우승 등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20회 이상 우승한 세계적인 포켓볼 선수라고 한다.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랭킹 1위’ 선수를 알아봐준 건 외신이었다. 외신들은 국제당구대회 흥행을 위한 조건으로 김가영 선수의 이름을 올렸다.

누구보다 김가영 선수의 진가와 활약을 잘 알고 있는 당구연맹이 선수 보호보다 징계에 앞장 선 모습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김가영 선수는 지난 2015년 7월에는 차이나오픈 우승으로 여성 포켓선수로는 최초로 ‘그랜드슬램’(4대 국제 메이저대회 석권)을 달성하기도 했다. 한국을 빛낸 선수의 공을 인정한다면 선수 등록 말소는 가혹한 징계다.

보도에 따르면 대한당구연맹은 지난 5일 ‘여자프로당구 LPBA’투어 참가를 이유로 김가영의 대한당구연맹 선수등록을 말소했다고 한다. 당구연맹의 경기인등록규정(제21조 3항)에 따르면 이중등록이 불가능하다. 연맹은 지난 3월 “이중등록이나 연맹 미승인대회에 출전할 시에는 연맹 등록선수 자격을 말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한당구연맹은 선수가 등록규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 자격을 말소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팬들에게 당구 스타의 출연금지가 대한당구연맹의 조치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될 것이다.

김가영 선수는 당장 오는 12일부터 열리는 ‘2019 무안황토양파배 전국당구선수권대회’등 연맹이 주최하는 국내대회는 물론 해외 포켓볼 대회에도 나설 수 없다고 한다. 김가영 선수가 연맹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재등록 이후 3년이 지나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7일에 올라온 청와대 청원글은 동의한 수는 나흘동안 2천명을 밑돌았다. 다른 종목의 스타 선수들이 선수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면 어땠을까.

대한당구연맹은 세계 매스컴이 ‘언빌리버블’ ‘판타스틱’을 연발하던 김가영 선수의 경기력을 알고 있을 것이다. 모든 스포츠 단체와 규정은 선수들의 기량 발휘와 보호를 위해 존재한다. 스포츠 연맹이나 단체의 임원을 위하거나 스타 선수의 활약을 제한하기 위한 규정은 역으로 스포츠 단체의 불신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인기종목에만 관심을 쏟아온 미디어도 비인기종목 홀대도 아쉽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보다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이 팬과 국민을 위한 ‘알권리’ 서비스가 아닐까.

김가영 선수의 활약상이 대한당구연맹 임원 몇 명 때문에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은 비극이다. 청와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당구연맹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재심의 기회라도 주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