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제작사·노조, 드라마 스태프 '표준근로계약서'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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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제작사·노조, 드라마 스태프 '표준근로계약서' 마련한다
지상파·언론노조 등 4자 협의체, 20일 기본 가이드라인 발표...오는 9월까지 표준인건비기준 도출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대상 기술팀 팀장급 스태프까지 포함 검토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06.20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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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촬영 현장 모습(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MBC
드라마 촬영 현장 모습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MBC

[PD저널=이미나 기자] 빠르면 내년부터 지상파에서 방송되는 모든 드라마 제작 현장에 표준근로계약서가 적용된다. 이와 함께 표준인건비기준을 도입하고, 각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는 종사자협의체를 꾸려 실질적 노동조건을 협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방침이다.

20일 지상파 3사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이하 방송스태프지부)로 구성된 지상파방송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공동협의체'(이하 협의체)는 지상파 방송 드라마 제작 환경 가이드라인 기본사항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지상파 모든 드라마 제작 현장에 통용되는 표준근로계약서를 마련한다는 데 있다. 협의체는 오는 9월까지 지상파 드라마 제작 현장에 사용될 표준근로계약서 마련에 나선다. 기한 내 표준근로계약서가 완성돼 10월부터 적용되면 내년 초부터 방송되는 모든 지상파 드라마는 이 표준근로계약서를 사용하게 된다.

관건은 기술팀 팀장급 스태프를 포함한 모든 스태프에 이 계약서가 적용되는지 여부다. 그동안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기술팀 팀장급 스태프들은 제작사·방송사의 지휘를 받지만 관행적으로 팀 단위의 도급 계약을 맺는 탓에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로 인정받아 왔다.

지난 10일에는 고용노동부의 드라마 현장 근로감독 결과 발표를 앞두고 146명의 기술 스태프들이 실명으로 '노동자성을 인정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모든 드라마 스태프는 노동자...노동부 전향적 판단 내려야")

협의체는 향후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대상에 기술팀 팀장급 스태프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협의체 한 관계자는 "계약서 내용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당초 작성한 표준근로계약서와 영화계에서 사용되는 표준근로계약서를 바탕으로 드라마 현장에 적합한 형태로 만들 것"이라면서도 "기술팀 팀장급 스태프를 포함해 모든 스태프를 대상으로 (표준근로계약서를) 적용할 것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 1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시한 '방송분야 표준계약서 사용 지침'보다도 한 발 앞서간 것으로 평가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시한 지침을 두고 방송스태프지부는 "스태프들의 의견조차 수렴하지 않은 일방적 발표"라며 "방송제작현장과 동떨어진 사용지침의 폐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방송스태프지부는 또 지침 내용을 놓고 "실질적으로 대다수의 스태프들이 방송사와 제작사의 업무지휘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계약 상태이거나 업무위탁계약서 작성을 강요당하는 현실을 방기했다"며 "비정규직 방송스태프들에게 사업자등록을 강요하는 방송사와 제작사들이 정부 관계부처의 지침에 따라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의무를 회피할 수 있는 면죄부를 주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표준근로계약서가 적용돼 제작 현장에 정착될 경우 드라마 스태프들의 노동 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 내용에 따라 스태프들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 각종 사회보험 보장도 받을 수 있다.

최정기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이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게 되면 노동시간을 포함한 노동조건의 제도적 보호가 가능해진다"며 "또한 과거 드라마 제작 현장의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됐던 갈등과 논란이 최소화되면서 사회적 비용도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지상파 방송사도 이번 합의가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시대정신에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지상파 한 관계자는 "드라마 산업에서 출혈 경쟁이 계속되면서 제작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사회적으로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의 문제점이 의제화되고 있는 만큼 개선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드라마 제작비용의 상승은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 현실적 어려움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내부에서는 표준인건비 기준이 도입되면 스태프 인건비의 폭발적 상승은 통제할 수 있지만, 노동시간 축소로 적지 않은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상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주 68시간 근로제 이후 제작 비용은 약 20% 상승했으며,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되면 15%가량 추가 상승이 예측된다.

또 다른 지상파 관계자는 "사전제작 기간을 늘리거나 스태프를 C팀까지 꾸리는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어떻게든 비용 상승을 감당해봐야겠지만, 그조차 어려울 땐 (드라마) 축소도 고민해볼 수 있다"고 토로했다.

협의체 역시 이번 합의가 드라마 산업의 지속적 발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정기 실장은 "협의체는 드라마 현장 스태프들의 노동조건 개선뿐만 아니라 드라마 산업 발전에도 지속적으로 힘을 모으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처우 개선에만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드라마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책임 있는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를 정착시키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20일 정의당 상무위원회에서 "방송스태프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온전히 인정하는 제작환경의 첫 발을 드디어 내딛은 이번 합의를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정부는 행정편의적인 발상으로 표준계약서 사용지침을 발표할 것이 아니라, 현장 당사자들이 중지를 모은 합의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오는 21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고 드라마 제작 현장 노동조건 개선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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