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검색어' 당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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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검색어' 당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포털사이트 배경으로 검색 공정성에 화두 던진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9.06.2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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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수목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tvN
tvN 수목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tvN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tvN 수목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는 소재가 독특하다. 제목에 담겨 있듯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와 그 곳에서 치열하게 업계 1위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의 일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생각해보면 왜 이제야 포털사이트라는 소재가 드라마에서 다뤄졌는지 의아할 지경이다. 우리는 거의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정보를 검색하거나 들여다보면서 보내지 않던가. 그러니 한번쯤 궁금증을 가져볼만한 소재다. 내가 검색한 정보들이 과연 어떤 외부적인 간섭 없이 제대로 내게 전달되고 있는가 하는 궁금증이다. 

<검블유>가 진짜로 다루고 있는 건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 그 중에서도 여성들이다. 넘버원 포털사이트업체인 유니콘에서 일하다 해고되어 경쟁업체인 바로의 TF팀장으로 이직한 배타미(임수정)와 그를 해고시킨 유니콘 대표이사 송가경(전혜진) 그리고 바로 TF팀의 팀원으로서 사사건건 배타미와 부딪치고 있는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차현(이다희)이 그들이다.

그들은 모두 맹렬한 워킹우먼들이고 저마다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가진 여성들이다. 배타미는 성취를 위한 유연한 사고를 가졌지만 포털사이트도 지켜야할 어떤 선은 분명히 있다고 여기고, 송가경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피도 눈물도 없이 달려드는 인물이며 차현은 불의를 지나치지 못하고 분노하는 열혈 여성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제목에 들어있는 ‘WWW’는 포털 사이트를 지칭하는 것이면서도 동시에 이 세 여성들(Women)을 표상화한 느낌마저 든다. 실제로 이들이 일터에서 보이는 모습들은 지금껏 그 어떤 드라마에서도 보지 못했던 걸크러시의 사이다를 안겨준다. 

하지만 <검블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역시 이 드라마가 다루고 있는 포털사이트 검색으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의 풍경들이다. 포털사이트의 검색창은 과연 대중들의 자연스러운 선택에 맡겨도 되는 것일까. 아니면 정보의 왜곡을 막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적절한 개입이 필요한 것인가.

TV 선거방송에서 한 후보가 근거 없는 터트린 상대방 후보의 불륜설이 포털 검색어에 오르거나 한 배우의 스폰서설과 함께 검색어에 오른 인물이 스폰서로 지목되는 상황은 현실과도 겹쳐 보인다. 

불륜설에 검색어로 오른 정치인의 이름은 포털사이트 유니콘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KU그룹 회장의 지시에 의해 지워지고, 그것은 선거가 끝난 후 문제가 되어 배타미가 희생양이 된다.

검색에 개입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배타미지만 바로로 이적한 후 그는 자신의 이름이 스폰서설과 연루되어 검색어에 오르자 충격에 빠진다. 포털이 어떤 정보의 흐름을 만들고 심지어 그것이 거짓이어도 진실처럼 믿게 만드는 이른바 ‘검색사회’에서 우리는 제대로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일까.

물론 <검블유>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어쩌면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닐 수 있다. 대신 <검블유>가 다루고 있는 건 시시각각 터지는 포털사이트의 검색을 두고 벌어지는 사건들 속에서 저마다의 생각과 의견들이 부딪치며 어떤 선택이 내려지는 과정이다.

주인공 배타미는 어떤 확고한 신념에 도달한 인물은 아니다. 그는 늘 어떤 선택을 하지만, 그것이 만들어내는 잘못이나 파장들을 겪어내며 다음에는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과정을 걸어간다. 일과 사랑을 부딪쳐가며 배우는 인물이다. 

배타미의 솔직함과 변화에 열려있는 쿨한 자세는 대단히 매력적이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관계들 또한 흥미진진하다. 이들이 흔들리며 서로의 어깨를 빌리는 과정들이 아름답게 여겨지는 건 결코 개인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검색사회의 거대한 공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검블유>가 주는 달달하고 쿨한 세계의 이면에는 삶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여기지만,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검색사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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