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료방송 인수합병 심사 여전히 준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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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유료방송 인수합병 심사 여전히 준비 부족"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 "과기부가 인수합병 심사 주도해야" 주장에 부처별 '온도차'
통신3사 주도 유료방송 시장재편에 중소SO 대표 "지역성 소멸 우려...남은 SO 대한 제대로 된 지원 마련해야"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07.0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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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 주최로 '바람직한 유료방송 생태계 조성방향: 시장재편 상황을 중심으로' 세미나가 열렸다. ⓒ PD저널
5일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 주최로 '바람직한 유료방송 생태계 조성방향: 시장재편 상황을 중심으로' 세미나가 열렸다. ⓒ PD저널

[PD저널=이미나 기자] 최근 진행되고 있는 유료방송 인수합병 심사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아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주도하게끔 하고, 궁극적으로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까지 세 부처가 협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통신사 주도로 재편되고 있는 유료방송 시장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미디어 산업의 특수성과 시장상황을 감안해 심사할 수 있는 부처가 주심을 맡고, 관련 부처 간 연계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이 주최한 <바람직한 유료방송 생태계 조성방향: 시장재편 상황을 중심으로> 세미나에서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체계적인 유료방송 인수합병 심사의 시스템 구축을 위한 관련 부처 간 정책과 법‧제도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합병에서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시도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독자적인 결론으로 무산된 2016년의 전례가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 박상호 실장의 주장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LG유플러스-CJ헬로 인수와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의 경우, 공정위와 과기정통부는 각각 심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공정위가 불허 결정을 내릴 경우 과기정통부의 심사는 별다른 효력을 가질 수 없다. 또한 각각의 독립 법인을 유지하는 인수의 경우 방통위의 사전동의 절차가 필요 없지만, 통합 법인이 되는 합병은 사전동의 절차가 필수다.

이를 두고 박 실장은 "2016년 이후 시장논리에 입각한 자연스러운 인수합병 흐름이라고 평가되는 2019년 유료방송 인수합병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부부처는 3년 전과 비교해보면 여전히 준비 부족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상호 실장은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공정위와 과기정통부, 방통위의 판단을 종합해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절차"라며 "인수합병 절차 진행 역시 공정위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 아니라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변경허가‧변경승인 등 사전동의 절차도 동시에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인수합병 기준으로 우선적으로 유료방송산업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청사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박 실장은 "장기적으로 방송의 공적‧사적 영역뿐만 아니라 방송‧통신 영역을 포괄하는 정책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날 모두 토론자로 참여한 세 부처 관계자들은 현재 심사 상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을 피하면서도, 박상호 연구실장의 주장을 두고는 다소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김동철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방통위 역할 확대론'을 폈다. 김 국장은 "최근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방통위가 걱정하는 부분은 방송이 통신의 부상품화되는 것"이라며 "요금이나 불공정 경쟁 등에서도 살펴볼 부분이 있겠지만, 방송의 공적 가치 등 사회문화적 측면이나 시민사회에서 우려를 제기하는 부분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동철 국장은 "방통위의 사전동의 절차는 방송의 공공성이라는 측면이 (합병 과정에서) 소홀해질까봐 입법부가 마련한 장치"라며 "인수나 합병이나 목적과 효과가 비슷한 만큼, 기업 인수의 경우에도 사전동의 절차를 마련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창희 과기정통부 방송진흥정책국장은 "이 자리에서 (다른 부처의) 이야기에 반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일일이 의견을 덧붙이게 되면 부처 간 권한다툼으로 비춰질 것"이라면서도 "현행 법령에서 각 부처가 맡은 역할을, 주어진 기능을 활용해 충실히 하면 된다"고 말했다.

'부처 간 권한 다툼'으로 비화될 것을 우려하면서도, 사실상 김동철 국장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 자리에서 이창희 국장은 '다른 사람의 일에 관여하지 말라'는 뜻을 가진 <논어>의 한 구절 '부재기위 불모기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 국장도 '공정위가 심사를 독점하고 2016년 오판을 했다'는 박상호 실장의 지적을 두고 "법령에 따라 각 부처가 다른 부분을 독립적으로 심사하고 있다"며 "공정위가 독점적으로 (인수합병)승인 권한을 갖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송상민 국장은 "제도 설계상으로도 그렇고, 과거 사례를 봐도 관할에 따른 (부처 간) 충돌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지역성‧다양성 등 방송의 공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방법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최용준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전국 네트워크인 IPTV 사업자가 케이블TV를 인수합병한 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 오던 지역채널이 유지될 수 있을지, 지역 방송사와의 관계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실종됐다"며 "또 사업자끼리의 서비스 경쟁으로서만 치부되는 것이 현실이라면, '유료방송'이라고 하지 말고 '유료콘텐츠서비스'라고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금강방송의 이한오 대표 역시 "통신 3사가 유료방송 인수합병을 통해 실제로 국내 콘텐츠를 육성해 세계적으로 진출할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성장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이제 중소 SO만 시장에 남게 될 텐데, 이들마저 시장에서 퇴출된다면 '지역성'은 더 이상 한국에서 발을 붙일 수 없는 용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한오 대표는 "남은 SO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데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아쉽다"며 "지역을 견제할 수 있는 언론으로서의 인정과 지원이 필요하고, 지역 SO가입자를 IPTV 가입자로 전환시키기 위한 '과잉 현금살포' 등 불공정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통신 3사가 중소 SO 등 미디어 산업의 다양한 사업자와 상생하려는 계획도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통신사를 대표해 참석한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관계자들은 인수합병 심사의 주요한 변수로 떠오른 알뜰폰 사업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이들은 각자의 발언 기회가 한 차례씩 돌아간 뒤에도 추가 발언을 이어가며 신경전을 이어가는 모습도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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