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실패했지만 ‘녹두꽃’은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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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실패했지만 ‘녹두꽃’은 옳았다   
종영 앞둔 SBS ‘녹두꽃’, 무거운 소재로 저조한 시청률 아쉽지만 민중 저항사 의미 새겨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9.07.10 14: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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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은 그 작품의 규모에 비해 시청률은 높은 편이 아니다. 종영을 앞두고 있지만 시청률은 5~7%대에서 머물렀다. 100억 원대 제작비가 들어갔고,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소재답게 동원된 인력도 대규모였는데 아쉬운 수치다. 시청률 성적으로 따지면 ‘실패’가 아니냐는 평가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는 결과다.

<녹두꽃>의 편성 전략이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주말에는 좀 더 가볍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를 기대하는데,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녹두꽃>의 소재는 너무 무거웠다. 금토드라마에 처음 편성돼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열혈사제>와 비교하면 시청자들은 후속작인 <녹두꽃>이 더욱 무겁게 느꼈을 것이다. 

무엇보다 동학농민혁명은 결과적으로는 참패로 끝난 혁명이다. 일본군을 끌어들인 조정의 무능함은 구국의 뜻으로 나선 동학 의병들을 우금티(우금치)의 비극으로 몰아넣어다. 살육에 가까웠다는 그 우금티 전투에서 일본군의 막강한 화력 앞에 우리 동학 의병 2만여 명이 속절없이 산화했다. 그러니 이런 역사를 재연해낸 <녹두꽃>을 본다는 건 마음이 무거워지는 일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동학농민혁명을 실패로 그려내려 하지 않았다. <녹두꽃>은 전봉준(최무성)이 아닌 이름 모를 민초들 중 하나로 거시기라 불리다 사라졌을 수도 있는 백이강(조정석)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는 우금티 전투에서 참패하고 끝까지 싸울 것인지 아니면 물러나 훗날을 도모할 것인지의 상황에서 ‘진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이렇게 설파한다.

“해산을 혀서 목숨은 부지할지 몰라도 더 이상 접장은 아니겄제. 양반 있던 자리에 왜놈이 올라 타갔구 다시 개돼지로 살아야겄재. 그래서 난 싸울라고. 겨우 몇 달이었지만... 사람이 동등하니 대접하는 세상 속에 살다본 게 아따 기깔라갔꼬 다른 세상에서 못살 것 드랑께. 그래서 나는 싸운다고. 찰나를 살아도 사람처럼 살다가 사람처럼 죽는다 이 말이여.” 

지난 5일 방송된 SBS ‘녹두꽃’ 방송 화면 갈무리. ⓒSBS
지난 5일 방송된 SBS ‘녹두꽃’ 방송 화면 갈무리. ⓒSBS

이 백이강의 대사는 <녹두꽃>이 동학농민혁명이 끝난 우금티 전투에서의 참패가 결코 실패가 아니라는 걸 강변한다. 이미 거시기로 불리던 그가 백이강이라는 이름을 갖고 혁명군의 별동대장으로 맹활약할 때 그는 이미 혁명을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 백이강의 말을 들은 뼛속까지 양반이었던 황석주(최원영)는 뒤늦게 이들의 혁명이 실패가 아니었다는 걸 깨닫고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틀렸구만. 경계를 못 넘을 거란 얘기 말일세. 이제 보니 저 우금티가 경계가 아니었네.” 그들은 조선이라는 시대가 그들에게 그어놓았던 신분사회의 경계를 이미 넘었고, 자유인으로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의미다. 

<녹두꽃>이 하고 있는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이러한 가치 부여는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일이다. 구한말, 근대화 과정을 일본 제국주의의 침탈의 영향으로만 바라보면 그것은 자칫 외세에 의한 근대화를 자인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 우리에게는 주체적으로 근대화의 길을 열기 위해 시도했던 동학농민혁명이 있었다. 그들은 신분제를 타파하고 집강소를 열어 근대의 민주적인 삶을 현실화했다. 거기에 일본 제국주의가 들어온 것이고, 동학 의병들은 그들과 맞서 싸운 것이다. 

민주적인 삶의 시작으로서의 근대화는 동학농민혁명으로부터 시작됐고, 우금티 전투가 끝이 아니었다. 동학 의병들이 들었던 횃불은 군부독재를 넘어 촛불로 타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농학농민혁명의 가치를 품은 <녹두꽃>은 그대로 실패한 드라마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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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름 2019-07-10 16:26:45
드라마 볼 때 진 것에 초점을 둬서 저런 대사들을 놓쳤는데 승리한 것이군요 너무 감동적인 드라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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