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과 SBS의 윤리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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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과 SBS의 윤리의식 
불법촬영 혐의' 김성준 징계 없는 사표 수리로 윤리강령 휴지조각... 언론사의 책무 방기
  •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승인 2019.07.1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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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목동 SBS 사옥.
서울 목동 SBS 사옥.

[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SBS가 무책임한 처사로 공분을 사고 있다. 지하철역에서 여성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앵커 출신 김성준 전 SBS 논설위원에 대해 내부 징계없이 신속한 사표수리로 입막음했기 때문이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SBS 메인뉴스 앵커, 보도본부장을 역임하고 최근까지 자기 이름을 건 시사프로그램 진행과 논설위원을 맡을 정도의 인물이 문제를 일으키자 바로 선긋기를 하고 퇴사를 공식화하는 건 말 그대로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SBS가 단호한 징계로 언론사의 책무를 져야 한다는 시청자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다. 

SBS의 간판 앵커 출신인 김성준의 반사회적 범죄 혐의의 시비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SBS는 이번 사건에서 방송사의 공익적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 단순한 개인의 일탈 정도로 의미축소를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SBS는 적어도 세 가지 측면에서 잘못을 범했다고 본다.

먼저, 방송인의 윤리강령 준수 의무조항을 명시해두고도 이를 지키지 않은 자에 대한 징계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SBS 윤리강령 전문에는 “방송은 사회의 공적인 기구로서 그 구성원인 방송인은 철저한 사명의식과 확고한 윤리의식으로 시청자에게 봉사할 의무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강령 준수 부분에선 “윤리강령을 심히 위반했다고 판단해 노조가 조사를 요구할 경우 회사는 성실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노조에 통보한다”라고 규정했다.

이런 중대한 반사회적, 반윤리적 사건에 대해 SBS 노조와 사측은 무엇을 했는가. 그렇게 신속하게 퇴사처리를 하며 윤리강령을 휴지로 만들어도 괜찮은가. 방송사가 내세우는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은 어디로 갔는가. 언론사가 윤리강령을 강조하는 것은 법적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막고 언론 자유의 영역을 넓히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더구나 이 사건은 일개 취재기자가 실수를 한 것이 아니라 회사 간부의 반사회적 범죄사건으로 더욱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할 중대 사안이다. 윤리문제를 넘어 방송사 고위간부가 반사회적 법 위반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점에서 더욱 엄격하고 철저하게 조사, 징계를 결정해야 할 책무가 SBS에 있음에도 이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반사회적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은 김성준의 잘못이 크지만, 내부 징계 절차없이 바로 사표를 수리한 SBS의 처사도 너무 무책임했다. SBS 구성원을 욕되게 하고 방송사 전체의 이미지와 신뢰를 실추시키는 결정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잘못은 방송의 사회적 책무 의식의 결여다. SBS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 배출을 가장 많이 한 방송사로 언론계 안팎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특혜는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특권의식이 이번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드러난 건 아닌가. 

SBS의 뉴스, 시사 프로그램은 성역을 가리지 않고 사회의 감시견을 자처한다. SBS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는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고 억울한 피해자의 누명을 벗겨주는 등 방송의 사회적 책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SBS는 사기업이지만 공적업무를 추구하는 만큼 고도의 윤리관이 요구되는 방송사이며 간부들은 더 큰 책무가 따른다는 건 상식이다. 언론자유의 가치는 언론이 스스로 윤리강령을 준수하며 이를 어길 경우 단호하게 대처할 때 빛이 나는 법이다. SBS가 책임감 있는 방송사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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