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이미나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양승동 KBS 사장의 불출석을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업무보고를 보이콧했다.
과방위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받은 방통위 업무보고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반쪽짜리가 됐다.
15일 오후 3시 10분경 속개된 과방위 전체회의는 양승동 KBS 사장의 불출석 문제로 한시간 넘게 방통위 업무보고가 지연됐다. KBS <시사기획 창> '태양광 보도'에 대한 청와대 외압 의혹을 제기한 자유한국당은 이날 양승동 사장을 불러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하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노웅래 위원장은 개회를 선언한 직후 "양승동 사장의 배석을 요청한 바 있으나 오전에 설명한 이유를 들어 출석을 못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설명했고, 이어 이효성 위원장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그러나 뒤늦게 도착한 과방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연달아 양승동 사장의 불출석에 대한 의사진행발언을 이어가며 "오늘 회의는 정회하고, 다시 날을 잡아 양승동 사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과방위 한국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자유한국당 의원 전원은 KBS 사장에 대한 출석요구가 무시된 채 업무보고를 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또한 자유한국당 의원 전원은 KBS 사장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반 소위도 협조할 것을 결의했으며, 국회법 65조에 따른 KBS 청문회 추진을 강력히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수 의원은 "KBS가 제시한 불출석 사유 가운데 합당한 부분이 있다"며 "양승동 사장 출석에 신중하지 못하게 동의한 것에는 내 불찰도 있다 생각한다. 향후 국정감사에서 (KBS 사장은) 피감기관 증인 신분으로 나와 답하는 게 좋겠다"고 설명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이대로는 방통위 업무보고를 진행할 수 없다며 정회를 재차 주장했다.
'청와대 외압 의혹 제기'도 되풀이됐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윤도한 수석이 지난달 21일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사흘째 답변이 없다'고 했는데, 청와대 출입 KBS 기자가 의사를 전달받은 건 그 하루 전인 20일"이라며 "기자 뿐 아니라 사장이든 누구든 KBS 고위층에 (청와대가) 비공식적으로 의사를 전달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18일부터 20일 사이 사장과 보도국 임원들의 통화내역과 문자 수‧발신 내역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여야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가자 노웅래 위원장은 "상당히 시간이 경과됐다"며 "필요하다면 여야 간사 간 협의를 하고, 방통위 업무보고는 계속하자"며 상황 수습에 나섰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오후 4시 20분께 모두 자리를 떴다.
20분 뒤 홀로 돌아온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KBS 사장의 불출석 사태 때문에 도저히 방통위 업무보고를 받지 못하겠다며 정회를 요청했는데 위원장이 계속 진행해 상당히 난처하다"며 "KBS 사장 없는 업무보고는 받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결의에 따라 나도 오늘 물러나겠다"고 말하곤 다시 퇴장했다.
과방위 여야 간사들은 이날 따로 협의를 벌여 양승동 사장의 출석과 관련한 사항을 16일 오전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바른미래당 간사인 신용현 의원은 "KBS 측의 설명에 따르면 <시사기획 창> 재방송 불방이 청와대 외압 때문이 아니라 사내 심의에서 먼저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사전에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방송이 그냥 나갔다면 더 큰 문제"라며 "이에 대해 양승동 사장이 출석해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면 좋았을 텐데 (KBS가) 문제를 키운 것 같아 유감이다. 반드시 사장이 출석해 업무보고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과방위 불출석을 문자로 최종 통보한 KBS는 방통위 업무보고에 앞서 불출석 과 관련한 입장을 과방위에 전달했다.
KBS는 “지난해에도 양승동 사장은 국정감사와 확인국감에 모두 출석한 바 있고, 올해도 국정감사에 성실하게 임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이번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 참석의 경우에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 보장,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방송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 측은 <시사기획 창> 청와대 외압 의혹과 관련해 “특정 사안의 사실 확인이라는 명목으로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수시 출석 요구가 정당화된다면 프로그램 제작 개입으로 작용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방송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심각한 훼손을 초래할 것”이라며 “과방위 회의에 KBS 사장을 출석하게 하는 것은 형사사건의 고발인이 해당 사건과 직접 관련돼 있는 사람에 대해 수사와 다름없는 심문을 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