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한 일드 리메이크작…원석 찾아 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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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한 일드 리메이크작…원석 찾아 삼만리
검증된 원작 가져왔지만, 시청자 반응 미지근...'60일, 지정생존자'는 선전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9.07.18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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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드라마 '지정생존자'를 리메이크한 tvN '60일, 지정생존자' ⓒtvN
미국드라마 '지정생존자'를 리메이크한 tvN '60일, 지정생존자' ⓒtvN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리메이크 드라마의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 기존 리메이크 드라마의 주류였던 일본뿐 아니라 영미권, 러시아까지 다양한 각색이 시도되고 있다. 이미 방송계에서는 웹툰, 만화, 소설을 비롯해 해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을 쉽게 볼 수 있다. 방송사나 제작사 입장에서 보면 제작비만큼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제작환경에서 대중에게 검증받은 작품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꾸준히 리메이크 드라마가 제작되고 있지만, 탄탄한 원작을 둔 드라마의 흥행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원작과 비교당하거나, 국내 정서에 맞게 작품을 각색하는 데 실패하면서 리메이크 후광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경쟁력을 갖춘 원작을 찾기 위해 일본뿐 아니라 영미권 등으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올해 상반기 방송된 MBC<더 뱅커>, JTBC<리갈 하이>, SBS<절대 그이>는 일본 만화와 드라마를 원작으로 둔 작품이었다. 지난 11일 종영한 <절대 그이>는 일본 동명 만화가 원작이자, 지난 2008년 방영됐던 드라마를 리메이크했다. 인간과 로봇의 사랑을 그렸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청자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최고 시청률은 3.5%에 그쳤고, 1.5%라는 최저 시청률까지 기록했다. 당초 40부작에서 36부작으로 조기종영하며 쓴맛을 봤다.

<더 뱅커>는 일본 만화 ‘감사역 노자키’를 리메이크했다. 국내에서는 배우 김상중, 채시라, 유동근 등 베테랑 배우가 대거 포진됐음에도 평균 시청률 3~4%대에 그쳤다. <리갈 하이>도 지난 2012년 일본 후지TV에서 방송된 드라마를 각색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일드를 리메이크한 작품이 고전하는 이유는 각색의 영향이 크다. <더 뱅커>는 거대 은행의 부정부패와 부조리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금융 오피스 드라마를 표방했지만, 다소 느슨한 전개로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또 드라마의 중심축인 노대호(김상중)는 한없이 정의롭게만 그려지면서 인물의 입체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리갈 하이>에서도 일본판 드라마의 독창적인 캐릭터가 국내 정서에 맞게끔 구현되지 못했다는 평이 뒤따랐다. 배우 진구의 연기가 원작 주연을 맡은 사카이 마사토의 과장된 연기와 겹쳐 보이면서 감정이입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종영한 SBS ‘절대그이’ⓒSBS
지난 11일 종영한 SBS ‘절대그이’ⓒSBS

상대적으로 영미권 드라마를 각색한 작품은 선전하고 있다. 미국 드라마를 각색한 tvN<60일, 지정생존자>는 초반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남한과 북한을 대립축으로 사건을 재구성해 극적 갈등을 높이고 있다. 복잡한 사건과 상황을 인물의 대사로 설명되는 부분이 많다는 게 흠이지만, 그럼에도 국내 상황에 맞게끔 각색됐다.

지난해 방영된 OCN<라이프 온 마스>도 호평받은 리메이크 드라마다. 극의 흐름은 영국 원작 드라마를 따랐지만, 타입슬립 시점을 차별화했다. 스페인에서는 1977년 프란시스코 프랑코 정권이 끝난 시점으로, 러시아에서는 소련 해체 전인 1979년을 배경으로 각색한 것처럼 국내에서는 1988년을 배경을 잡았다. 1980년대 당시 수사방식과 특유의 복고 문화를 엿보는 재미를 선사했다.

앞으로 드라마 업계에서는 좀 더 다양한 리메이크 드라마 제작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지상파 방송사에서 방영 당시 시청률 40%까지 돌파한 경찰 드라마 <실버 스푼>가 리메이크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실버 스푼>은 부유한 집안의 철부지 외아들인 ‘금수저’로 태어난 주인공이 경찰서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경찰 시리즈물이다.

날이 갈수록 넷플릭스와 왓챠 플레이와 같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대중의 색다른 욕구를 어떻게 반영하느냐도 관건이다.

사이코패스 킬러와 영국 비밀 요원의 심리 스릴러를 그린 BBC 아메리카<킬링 이브>는 국내에서 지난달 말 공개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첫 주말 플랫폼 시청점유율에서 최고 기록을 보유한 <왕좌의 게임 시즌8>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국내 여배우 중 누가 적역인지를 뽑는 <킬링 이브> 가상 캐스팅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검증된 원작뿐만 아니라 새로운 소재와 다양한 관점을 담은 드라마를 원하는 대중의 소구를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리메이크 드라마의 성패를 가르는 또 다른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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