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도체 소재 제재 틈타 '환경규제 완화' 꺼내든 보수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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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반도체 소재 제재 틈타 '환경규제 완화' 꺼내든 보수언론
일부 언론, 반도체 관련 전문가단체 보고서 내용 중 '환경규제' 언급만 부각
환경운동연합 "국민 안전 무시하는 보도 행태" 지적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07.16 18: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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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자 동아일보 1면에 실린
12일자 동아일보 1면에 실린 "화학물질 1개 등록에 수억"… 규제에 막힌 소재 국산화 기사 ⓒ 동아일보

[PD저널=이미나 기자] 일본 정부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세 가지 핵심 소재에 대해 한국 수출을 규제한 가운데 일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환경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소재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놓고 환경규제를 탓하는 '친기업' 관점의 보도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관련 전문가단체인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가 지난 5일 공개한 '일본 반도체소재 수출규제 대응방안 검토' 보고서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분석하고 국내 산업의 대응 방안을 담았다. 네 장짜리 보고서와 함께, 보고서의 내용을 추가로 설명한 총 14장 분량의 '2019년 일본 반도체소재 수출규제 사태에 대한 분석 및 대안' 자료도 냈다.

연구회는 보고서와 자료에서 국내에서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기 어려운 이유를 두고 환경 규제를 비롯해 제품 평가 전환 문제와 기술적인 어려움, 가격적인 한계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며 향후 반도체 산업 선진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실행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료들을 받은 일부 언론은 "반도체 소재 국산화, 환경규제로 골든타임 놓쳤다"는 등의 제목을 달아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 7일부터 8일 사이 <한국경제>의 <"반도체 소재 국산화 외쳤지만…환경규제로 '골든타임' 놓쳤다">, <서울경제>의 <환경 규제에 발목 잡혀 불화수소 국산화 무산>, <세계일보>의 <"불화수소 국산화 막은 것은 환경규제 강화 탓">, <국민일보>의 <공장 짓기도 힘든데… 소재 국산화, 규제부터 풀어야>, <조선일보>의 <"반도체 소재 국산화, 환경규제로 골든타임 놓쳤다"> 등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문화일보>는 8일 사설 <"과도한 환경규제가 반도체 소재 국산화 가로막았다">를 통해 "비과학적 공포에 사로잡혀 '묻지 마 규제'로 흐르는 일은 경제와 국익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반도체 산업의 난맥상의 원인을 정부의 환경규제에서 찾으며 '규제 완화' 프레임을 꺼내든 셈이다.

언론이 지목하는 '환경규제'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이다. 2012년 구미 불산 가스 누출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뒤 만들어진 화관법은 5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모든 사업장에 시행된다. 화평법 역시 화관법의 취지에 맞춰 지난해 강화됐다.

이 보고서를 낸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는 지난 10일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고 "일부 언론에서 지엽적인 내용을 오독하고 침소봉대하는 등 왜곡 보도"를 했다고 반박했다.

또 "반도체 소재 국산화의 어려움을 환경규제 탓으로 돌리는 것은 국민 안전의 중요성을 방기하는 주장"이라는 환경부의 해명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힌 연구회는 "본 연구회가 배포한 4쪽짜리 보고서에서 환경규제가 언급된 부분은 '공장 건설의 어려움-구미 불산 누출 사고 이후 환경규제가 심해짐'이라는 두 줄이 내용의 전부"라고도 강조했다.

연구회가 반박 자료를 낸 뒤에도 <동아일보>는 12일자 신문에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가 기업에 족쇄가 되고 있다'는 요지의 <"화학물질 1개 등록에 수억"… 규제에 막힌 소재 국산화> <"화학물질 배합 바꿀 때마다 신고… 이래서 기술개발 하겠나"> 기사를 내놨다.

지난 13일 <중앙일보>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화평법‧화관법 등에 대한 기업의 불만에 "여러 규제를 여러 규제를 개선해볼 여지가 있다는 건의가 있었다. 이 부분은 적극 검토하고 노력하겠다"고 답한 것을 "규제 풀겠다"로 단정해 보도하기도 했다.

환경운동연합은 15일 논평을 내고 "화평법과 화관법에 대한 기업과 보수 언론의 흠집 내기가 도를 넘었다"며 "국민 안전을 무시하는 기업과 보수 언론의 행태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특히 "화학물질 하나를 등록하는 데엔 보도처럼 수 억 원이 드는 것이 아니라 평균 1200만 원이 든다"며 "산업계 부담을 고려해 2030년까지 단계적 등록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있음에도, <동아일보> 기사는 올해부터 7천여 종의 물질을 한꺼번에 등록해야 하는 것처럼 담았다"고 지적했다.

또 '유럽보다 규제가 엄격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EU REACH(최대 60개) 보다 화평법(최대 47개)이 엄격하다며 '망국법', '족쇄', '과잉규제' 등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이들은 언론의 왜곡 보도가 국민 안전을 위한 규제를 무력화하는 시도라는 입장이다.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 부장은 통화에서 "2013년 화관법‧화평법 제개정 당시에도 기업과 보수 언론이 '기업 경쟁력'을 방패삼아 누더기 법으로 만든 바 있다"며 "시민사회와 기업이 3년간의 논의 끝에 이제야 제대로 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시행하려는 찰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틈타 기업과 보수언론이 막판 '재 뿌리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미란 국장은 또 "일부 보도에선 '익명의 관계자' 발로 그동안 반복됐던 친기업적 주장만을 되풀이하며 기업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며 "환경부의 해명이 나왔음에도 이 같은 보도가 정정되지 않고 이를 반박하는 주장도 제대로 언론에 실리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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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2019-07-17 10:58:47
규제 완화하라는 기사들이 맞는 말 했구만..... 걍 화학산업 아작나서 손가락 빨면서 일본한테 엎드려 비는거보다 적재적소에 규제 완화해서 국력 키우는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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