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성공 위해 떠난다는 방통위원장..."미디어 규제기구 일원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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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위원장, 2주년 브리핑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외주제작 업계 불공정관행 근절 대책 아쉬워"
언론계 "후임 위원장, 미디어 개혁 추진력 갖춰야"...한상혁 변호사 표완수 시사인 대표 등 물망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22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 뉴시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22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 뉴시스

[PD저널=이미나 기자] 임기를 1년 여 남겨둔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이 22일 공식적으로 사의를 밝혔다.

이효성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제 2기를 맞아 국정 쇄신을 위해 대폭적인 개편을 앞두고 있다"며 "1기 정부의 일원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구성과 원활한 팀워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대통령께 사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당초 이효성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 4기 방통위 2년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브리핑할 예정이었으나,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전 11시로 브리핑을 앞당겼다. 이 위원장은 청와대의 후임 인선 작업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킬 예정이다.

4기 방통위는 어느 때보다 방송 개혁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지난 2017년 8월 출범했다. 공영방송 '낙하산 사장' 논란 등 방송 공공성을 해쳤다는 평가를 받았던 지난 정권 아래 방통위와 달리, 처음으로 미디어 관련 전문가들로만 상임위원을 구성했다는 점에서도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공영방송 정상화' 외에는 안팎에서 부침을 겪으면서 지난 2년간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는 게 방송계의 중론이다.

법적으로 독립된 임명·추천권을 가지고 있는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서도 방통위는 정치권의 입김을 완전히 막아내지 못했다. 반면 내부 자문기구를 통해 국회에 제출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은 여야의 논의가 진척되지 않으면서 정체 상태다.

중점 과제로 내걸었던 '종편 특혜 재검토'도 지난해 2월 과거의 종편 특혜 재검토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여기에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에는 종편 재승인 조건에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제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종편 봐주기' 논란에도 휩싸였다.

그나마 지난해 방통위 내부에선 매듭을 지었던 의무송출 폐지는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뚜렷한 이유 없이 입법예고 기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 12월 5개 부처 합동으로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한 뒤 '상생 방송제작을 위한 독립창작자 인권 선언'(2018년 11월)과 '외주제작 거래 가이드라인'(2019년 7월)을 내놓기는 했지만, 큰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외주제작 업계의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다.

'가짜뉴스'로 일컬어지는 허위조작정보와 관련해선 지난해 10월 범정부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가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당시 정부와 여당에선 상대적으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으나, 방통위에서 '자율규제'에 방점을 둔 대책을 내놓으면서 온도차가 컸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 후 방통위는 학계‧언론계‧시민단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자율규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자유한국당 등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마저도 '언론통제 시도'라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효성 위원장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2년간 정책 추진과정에서 많은 성과도 거뒀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외주제작 업계 불공정관행 근절 등에서 속도를 내지 못한 점을 인정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가 미디어 진흥과 규제 정책을 나눠 가지면서 생긴 혼선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반복됐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 이후 사후규제안을 놓고 관계부처인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현재까지 결론을 내지 못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효성 위원장도 사의를 밝히는 자리에서 작심한 듯 "문재인 정부가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해 방송통신 미디어정책의 컨트롤타워가 일원화되지 못한 것이 특히 아쉽다"며 "한국의 방송통신 정책이 바로서기 위해선 방송통신 규제기관으로서 모든 규제업무를 방통위가 관장하는 게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날은 방송통신의 융합이 고도화돼 OTT 등 양자 구별이 어려운 경우까지 생기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의 퇴행적 조처가 이어지면서 방송통신 업무를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두 부처에서 담당하게 됐다"며 "잘못된 업무분장이 계속될 경우 이원화된 방송통신 정책은 유료방송 합산규제 문제처럼 일관성과 종합성, 효율성을 상실한 채 표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기 방통위의 새로운 수장으로는 그동안의 정책을 강하게 이끌어 갈 추진력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정기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이효성 위원장의 가장 큰 역할과 공이 이른바 '공영방송의 정상화'였다면, 새 방통위원장에겐 무엇보다도 '본격적인 미디어 개혁의 추진'이 요구된다"며 "실현되지 못한 종편 특혜 완전 철폐와 시민‧이용자의 참여와 권익 증진을 위한 보다 높은 수준의 철학과 의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방송계 관계자도 "이효성 위원장이 지난 2년간 추진해 온 방송개혁 과제들을 마무리 짓기에도 1년이라는 시간이 모자랄 것"이라며 "강한 추진력을 갖고 정책들을 실현시켜가야 한다"고 했다.

합의제 기구로서의 방통위의 정신을 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는 "그동안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에만 합의제가 작동하면서 '정쟁의 장'이 되고, 반대로 합의제가 작동되어야 하는 통신 공공성 등의 부문은 독임제 부처가 담당하면서 시장과 사업자의 진흥에만 몰두하는 상황이 됐다"며 "이런 조건에선 누가 새로운 방통위원장이 되더라도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정기 정책실장도 "정부가 방통위에 '미디어 개혁'을 맡겨 놨으면 그만한 힘과 결정권도 주어져야 한다"며 "새 방통위원장 개인의 자질도 중요하지만 청와대가 정책 추진권과 실행권을 주고 그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후임 방통위원장으로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지낸 한상혁 법무법인 정세 대표변호사를 비롯해 표완수 시사인 대표, 엄주웅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청와대에서) 인사 검증 작업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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