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앞에서 길 잃은 언론계 적폐청산
상태바
법 앞에서 길 잃은 언론계 적폐청산
[기고] 언론 정상화, 개별 언론사 법정싸움으로 중단·지연...범사회적 공생방안 모색해야
  •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언론학 박사
  • 승인 2019.07.22 13:1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직장 내 괴롭힘 진정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직장 내 괴롭힘 진정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PD저널=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언론학 박사]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첫날이었던 지난 16일 MBC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이 회사에서 일을 주지 않고 따돌림을 당했다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냈다. 이들은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복직했지만, 회사 측이 업무를 주지 않고 다른 아나운서들과 격리하는 등 괴롭힘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공정방송, 진실보도를 외치던 언론인들을 음식 만들기 교육이나 체육시설 관리 등에 보낸 뒤 그 공간을 메우기 위해 충원된 측면이 컸다. 이들 아나운서들의 채용은 MBC의 공영성 훼손이 심각했던 시기에 취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MBC 계약직 아나운서의 채용이 이뤄진 법적 절차만을 들여다볼 뿐 당시 회사 내 부당한 상황 등은 살피지 않았다. 

이 문제는 KBS, 연합뉴스 등 일부 공영언론이 당면한 개혁 과정에서도 유사한 형식으로 불거지고 있다. 실정법이나 판결이 가장 강력한 구속력이 있다는 논리가 과거 청산과 언론 정상화 작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법원이 국민의 법 감정과 동떨어진 결정을 할 때 판결은 지고지순한 것이어야 한다는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변하기도 한다. 

촛불혁명에 의해 정권이 교체되었지만 적폐청산이 지연되거나 저지되는 현실이 도처에서 확인된다. 이는 민주시민의 참여로 확대된 민주화 공간을 이른바 ‘태극기부대’가 악용하고 있는 것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청산되었어야 할 세력들의 행태를 보면 분노가 앞선다. 이들은 민주화 운동으로 확대된 민주공간에 편승해서 뻔뻔스런 요구나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적폐청산 요구에 대한 적반하장식의 행태와 도덕 불감증은 심각한 지경이지만 그에 대한 마땅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KBS‧MBC 등 공영방송 적폐청산 작업이 법원 판결이나 근로기준법 위반 판단 등으로 뒤뚱거리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대한 냉혹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독재정치, 공작정치의 간교함에 비해 개혁 세력의 준비 부족 또는 무감각이 그 원인의 하나로 보이기도 한다. 

박근혜 정부의 적폐는 블랙리스트 작성이나 사법농단‧청와대의 결탁 등에서 드러났듯이 대중을 기만하는 공작정치였다. 공작정치는 박정희, 전두환 독재를 거치면서 매우 정교화 되었는바 예를 들면 실정법을 정밀검토한 뒤 특정 세력을 탄압하면서 소송제기의 경우까지 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참고로 전두환은 1980년 불법해직, 언론사 강제 통폐합을 할 때 그에 대한 소송을 원천 봉쇄하는 조치를 취했고 광주항쟁과 언론인 투쟁을 분리시켰다. 동시에 해직언론인들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거나 왜소화시키는 각종 대책을 정보기관 등을 통해 강행했다. 

MBC 전 경영진이 실정법을 검토해 계약을 맺은 계약직 아나운서 고용 문제는 현 경영진에 부당노동행위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른바 ‘법대로’라는 잣대를 들고 나오는 적폐세력들이 큰 소리를 치는 것은 현행 법체제로 판단한다는 프레임이 바뀌지 않는 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를 이렇게까지 만든 건 예측이나 준비가 전혀 없었던 현 정권의 책임도 크다. 해결책을 찾는 게 어렵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이 1995년 설치해 국제적 주목의 대상이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도입했다 그 기능이 중단된 ‘진실과 화해 위원회(Truth and Reconciliation Commission)’의 재가동 등이 이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치권력의 독재, 인권탄압 등에 대해 사법적 정의를 세우고, 진실화해위원회를 통해 공생의 길을 모색하는 노력이 이뤄졌으면 좋았을 것이다. 법치는 존중하되 그것을 완성케 하는 범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과거 정권하에서 공영방송 파괴의 일환으로 시도된 인력 충원 부분에 대해서는 언론개혁 차원에서 사회적 공론화와 전체 언론운동 진영의 공동 대처가 필요했다고 본다. 개별 언론사의 문제로 치부되면서 적폐청산이 지연되거나 중단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일부 수구언론들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눈앞의 경제 현실만을 두부 자르듯 쪼개는 식으로 현 정부를 비판하는 작태를 보이는 것도 적폐청산이 안된 언론이 자행하는  비극적 현상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언론운동 진영이 공영언론 정상화 투쟁을 벌였듯이 2019년의 언론 문제에 대한 정밀한 진단과 처방 노력이 필요하다. 공영언론이 당면한 문제를 사내 문제이니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할 경우 MBC 사태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준희 2019-07-23 18:49:48
참 처처에 적폐가 적은곳이 없군요ㅠ
언론이 바로서는 그날까지 화이팅입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