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비정규직 아나운서 '부당해고' 판결에 복잡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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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비정규직 아나운서 '부당해고' 판결에 복잡한 시선
서울행정법원, 2017년 재계약 거절된 프리랜서 아나운서 A씨 승소 판결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긍정적 영향 예상되지만 '적폐청산 작업에 발목' 지적도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07.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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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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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미나 기자] 2012년 MBC 파업 때부터 5년간 프리랜서로 일한 아나운서에 대한 계약 갱신 거절은 '부당해고'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를 두고 그동안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던 비정규직 아나운서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전향적인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과거 경영진이 실질적인 '파업대체인력'으로 기용했던 이들의 손을 들어주는 현행 법체제의 잇따른 판단에 MBC에선 난감한 표정이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2012년 4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프리랜서 업무 위임계약·출연자 계약을 맺고 MBC에서 앵커로 일했던 비정규직 아나운서 A씨가 MBC로부터 계약 갱신을 거절당한 것이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쟁점은 '근로자성' 인정 여부였다. MBC는 A씨가 프리랜스 앵커로 일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폈지만, 재판부는 A씨와 일하는 동안 업무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시받는 등 실질적으로 MBC의 지휘·감독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근로자성이 인정됐기 때문에 A씨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이며, 따라서 '계약 기간 만료'는 해고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각 분야에서 비정규직 채용을 늘려온 방송계 관행에 일차적인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지상파 3사를 제외하고 지역 민영방송·케이블 채널 등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는 대부분 도급·용역·출연자 계약 등을 맺는 비정규직이었다.

업무는 정규직 아나운서와 다를 바가 없이 수행하면서 부당한 처우를 받아도, 불안정한 지위와 평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이들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김도희 전 대전방송 아나운서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비정규직 아나운서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증언하기도 했다.

이번 판결은 방송계에서 비정규직 아나운서에 대한 '근로자성'이 폭넓게 인정될 수 있는 길을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으로 MBC를  신고한 'MBC 계약직 아나운서' 7명도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어 이번 판결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승현 노무사(노무법인 시선)는 통화에서 "이번 판결은 형식상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이) 용역계약직이라 하더라도, 포괄적으로 업무지시를 받는 등 사실상 종속관계에 놓여 있었다고 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비슷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판단을 내릴 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근 고용노동부와 법원으로부터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은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비롯해 이번 소송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받은 A씨 모두 과거 경영진이 부당전보와 퇴사 등으로 비어있던 자리를 채우기 위해 충원한 이들이지만, 현행 법체계가 과거의 부당한 상황은 간과한 판단을 내렸다는 언론계 안팎의 탄식도 나온다.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는 앞서 <PD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실정법이나 판결이 가장 강력한 구속력이 있다는 논리가 과거 청산과 언론 정상화 작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며 "KBS‧MBC 등 공영방송 적폐청산 작업이 법원 판결이나 근로기준법 위반 판단 등으로 뒤뚱거리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대한 냉혹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MBC는 이번 판결을 놓고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MBC 입장에서도 현재 진행 중이거나 향후 진행될 소송을 감안하면 사법부를 자극할 필요가 없는 데다, 비정규직을 탄압하는 모양새로 비쳐질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다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MBC는 이번 판결에 대해 "판결문과 함께 회사의 사규와 단체협약 등 여러 취지를 종합해 검토하고 있다”며 “그 밖의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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