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검사’ 말고 직업군 다양해지는 드라마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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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검사’ 말고 직업군 다양해지는 드라마 주인공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감찰관 등 주제의식과 밀착된 리얼한 직업세계 돋보여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9.07.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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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의 부조리를 해결하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SBS '닥터탐정' 의 한 장면.
산업현장의 부조리를 해결하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SBS '닥터탐정'의 한 장면.ⓒSBS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드라마 속 직업군이 다채로워지고 있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감찰관, 보좌관, 근로감독관까지 주인공이 보여주는 직업세계가 시청자들의 흥미를 끈다.

그동안 드라마 주인공의 단골직업은 검사, 경찰, 의사, 재벌 등으로 요약됐다. 갈등에 처한 주인공이 쥔 권력이 클수록 활약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고, 선택지가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과거 사회적 흐름이나 관심 직업을 반영한 드라마가 선보이긴 했지만, 직업은 단순한 볼거리로 소비되곤 했다. 

최근 드라마가 그리는 주인공의 직업은 배경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적 현실을 고스란히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부각하는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SBS <닥터탐정>은 산업현장의 부조리를 해결하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의 이야기를 담은 메디컬 수사물이다. 미확진질환센터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은 은폐된 산업재해와 질환을 발굴한다. 이들이 직업과 질병의 관계를 파헤치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애쓰는 만큼 산업재해를 감추는 TL그룹 간 갈등이 플롯의 중심축이다.

직업환경의학은 생소한 분야이지만, 현실을 보면 낯설지 않다. 일터에서 사람들이 생명을 잃는 사건이 뉴스를 통해 전해지고, 사고를 당한 노동자의 생명권과 노동권은 기업의 이윤 앞에서 외면받기 일쑤다. 직업병을 넘어 노동과정과 일터 환경에서 유해한 요인을 따지는 게 직업환경의학의 주된 연구 주제다.

<닥터탐정>의 첫 단추도 스크린도어 사고사인 ‘구의역 사고’를 떠올리게 했다. 에필로그에서는 꿈 많던 열아홉에 생을 마감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OCN <왓쳐>에서는 감시의 화살을 내부를 향해 겨눈다. 배우 한석규는 모두를 철저하게 의심하는 감찰 4반 반장 도치광으로 분하고 있다. “나는 나쁜 경찰만 잡는다”라고 말하는 도치광은 경찰 내부 권력과 비리의 실체를 파헤치는 데 전력을 다한다. 무일그룹의 뇌물 장부 수사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시청률이 5%까지 치솟았다.

<왓쳐>가 범인을 검거하는 경찰의 영웅 서사 대신 내부 비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는 건 권력을 가진 자들이 저지르는 비리가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훨씬 크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한국사회를 뒤흔든 버닝썬 게이트와 YG엔터테인먼트와 경찰과의 유착 의혹은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기도 했다. 

시즌2를 예고한 JTBC<보좌관>은 정치 현실의 민낯을 다시금 보여줬다. 국회의원의 뒤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보좌관을 통해 권력 암투를 치밀하게 그려냈다. 시즌1 막바지에 장태준(이정재)은 비극적 사건을 겪은 이후 ‘흑화’한다. 장태준이 지역구 공천권을 획득하며 시즌1의 막을 내린 만큼 그의 행로가 시즌2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더구나 내년 총선을 앞둔 만큼 국민의 손으로 누구를 뽑아 권력을 위임해야 하는지에 관한 물음도 던질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방영된 MBC<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서는 근로감독관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근로감독관은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근로조건을 감독하고, 부당한 노동행위를 적발하는 공무원이다. 조장풍이 악덕 사업주 응징에 나서면서 통쾌함을 안겼다. 

드라마 주제의식과 밀착된 직업은 주인공이 드라마의 메시지를 더욱 분명하게 전달하게 돕는다. <닥터 탐정>은 ‘죽음의 외주화’에, <왓쳐>‧<보좌관>에서는 우리 사회가 발칵 뒤집힐 정도의 사건을 겪을 때마다 부패한 권력이 뒤에 있다는 현실에 일침을 가한다. 또 생명을 앗아가는 노동 환경과 ‘갑질’에 사이다를 날리며 시청자에게 대리 만족을 선사한다. 

드라마 주인공의 직업이 다양해진다는 건 그만큼 좀체 나아지지 않는 현실을 구체적으로 반영하려는 흐름으로 읽힌다. 하지만 지나치게 직업적 특성 위주로 사건을 나열하거나 가공하지 않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드라마의 방향성에 걸맞은 취사 선택을 통해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이어가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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