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는 비밀', 딜레마에 빠진 당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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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 개봉 예정인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 스틸 컷.
8월 1일 개봉 예정인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영화 '누구나 아는 비밀' 스틸 컷.

[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 <신지혜의 영화음악> 진행] 결혼 후 아르헨티나로 건너가 살고 있는 라우라(페넬로페 크루즈)가 자녀들과 함께 고향을 찾는다. 곧 있을 동생의 결혼식을 앞두고 라우라의 가족 친지뿐 아니라 마을 전체가 흥겨운 분위기다. 오랜 만에 만난 언니와 조카, 동생은 라우라 가족을 반기고, 일이 바빠 함께 오지 못한 알레한드로의 안부를 묻는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 온 친구들과 동네 사람들, 마을 곳곳에 남아있는 기억들과 시간들은 라우라의 과거와 닿아 있다. 그 기억 속 중심에는 아무래도 옛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파코(하비에르 바르뎀)가 있으리라.

나른한 공기, 살짝 들뜬 분위기, 반가움과 호기심이 섞인 작은 마을의 공기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 놓는다. 모처럼 교향을 찾은 라우라 가족은 마을에 새롭고 신선한 기운을 불어 넣고, 점점 곧 있을 결혼식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  

모두가 즐거움에 취한 결혼식 당일, 사건이 발생한다.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직접 침대에 누이고 이불을 매만져 주었건만 불과 몇 시간 되지 않아 라우라의 딸이 감쪽같이 실종된 것이다. 

사람들은 충격에 빠지고 범인의 요구대로 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다른 문제들이 슬며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누구나 알지만 모른 척 했던, 공공연한 비밀들이 툭툭 튀어 나오면서 라우라의 가족뿐 아니라 마을 전체가 술렁인다.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작품이다. 그 사람이 누구인데 하고 묻는다면 할 수 없지만 그의 영화를 단 한 편이라도 보았다면 이 영화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의 노련한 연출과 잘 짜인 구성과 흥미진진한 전개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란 영화계를 대표하는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은 이미 전작들로 영화계에서 찬사를 받았는데, 그의 작품은 흥행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듣는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어바웃 엘리>, <세일즈맨> 등에서 섬세한 심리묘사와 치밀한 전개에 감탄한 영화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비밀>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영화 역시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하나씩 드러내면서 갈등을 고조시킨다. 딸의 실종은 라우라의 집안과 파코의 집안의 갈등을 끄집어내고 그것은 현재 파코의 농장에서 일하는 일꾼들의 불안감과 중첩되면서 파동이 커져간다. 

정황상 유괴일 수밖에 없는 범인을 좁혀지게 되고, 딸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마음이 더 큰 파장을 불러 온다. 그리고 파코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관객들은 등장인물들과 함께 선택의 딜레마에 빠진다.  

‘이란의 히치콕’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쉬가르 파라디. 그의 전작에 비해서는 덜 무겁고 살짝 헐겁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해 흥미진진하게 극을 끌어나간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이야기에 개입해 사건의 방향과 각도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누구나 아는 비밀>은 감독이 펼쳐 보이는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보면 관객 스스로 결단을 내리게 된다. 관객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힘이 느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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