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방송금지 결정 “사법부 사전검열”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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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PD협회 “사법정의 부합한 결정인지 되물어야” 

법원이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3일 방송 예정이었던 '그것이 알고 싶다-고 김성재 사망사건 미스터리'편은 불방됐다.
법원이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3일 방송 예정이었던 '그것이 알고 싶다-고 김성재 사망사건 미스터리'편은 불방됐다.

[PD저널=박수선 김혜인 기자] 법원이 故 김성재 사망사건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이례적으로 방송금지 결정을 내리면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법원의 사전검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한편 과거 판결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획의도를 불편해한 법원의 감정적 대응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법원이 시사보도프로그램에 방송금지 결정을 내린 건 드문 일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2003년 ‘결핵환자촌 이야기’편 이후 16년 만에 방송금지 처분을 받았다. 

법원은 그동안 정치‧경제‧종교권력을 대상으로 한 시사보도프로그램의 견제‧감시 기능을 폭넓게 인정하면서 사전금지 조치를 예외적으로 허용해왔다. 사전금지 여부는 방송의 목적이 공공의 이해와 연관된 것인지 국민적 관심사, 공적 인물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졌다. 

지난해 'MB 아들' 이시형 씨가 제기한 <추적 60분>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이나 지난 1월 강성원 전 젝스키스 멤버가 법원에 낸 MBC <실화탐사대> 방송금지 가처분신청도 이같은 과정을 거쳐 기각 결정이 나왔다. 

법원은 지난 2일 방송 예정이었던 <그것이 알고 싶다> ‘고 김성재 사망사건 미스터리’편 방송금지 처분을 내리면서 김성재 전 여자친구인 A가 국민의 관심과 감시의 대상인 공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2일 신청인 A씨에 대해 “어떠한 의미에서도 공적 인물이 아니고 더욱이 1998년 관련 형사사건에서 무죄 확정 판결까지 받았다”며 “방송의 주된 내용이 김성재를 신청인이 살해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면 신청인의 인격과 명예가 훼손되는 등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다”고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방송 내용에 대해서도 ”신청인에게 불리하고 분명하지 않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신청인의 명예에 우월하지 않은 것이 명백하다”고 평가했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지상파 한 시사교양 PD는 “의혹을 제기하는 대상이 사인이라는 점에서 방송이 됐을 경우 개인이 입을 피해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결정에 일부 반영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학자는 “대중의 알권리를 위한 방송의 이익과 취재 대상의 피해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야 하는데, 법원은 피해자의 인권을 우위에 둔 것”이라며 “김성재의 죽음이 다수의 관심사이긴 하지만, 시사프로그램이 집중해야할 공적인 사안인지는 모르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나온 사건을 다시 들춘 게 이번 방송금지 결정의 배경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당시 항소심 재판부가 김성재 살해 혐의를 받은 A씨에게 무죄판결을 내리면서 “졸레틸50 1병이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양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본 근거를 검증하는 방송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재심제도의 개선 방향 등도 모색해볼 계획이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결정문에서 재심제도 도입을 제기하는 방송 내용을 언급하면서 “재심제도 도입 자체의 장단점에 관한 소개와 논의가 없는 걸 보면 기획 의도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재심제도와 방송의 진정성을 연결 짓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PD연합회는 5일 성명을 내고 “재판부가 방송금지가처분을 인용한 가장 큰 이유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사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 때문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재심 제도 개선을 모색한다는 기획의도를 전면 부정한 것은 확정판결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 사법부의 분위기에 영합한 게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SBS PD협회도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금지 결정을 “사전 검열 사건”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SBS PD협회는 이날 낸 성명에서 “‘한국판 O.J 심슨 사건’이라 불릴 만큼 의혹투성이였던 당시 재판을 언급하는 것조차 원천적으로 막아버린 재판부의 결정에 유감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재판부는 이번 판결이 과연, 사법부가 추구한다고 천명한 ‘사법 정의’에 얼마나 부합한 판결인지 스스로에게 그야말로 진정성 있게 되묻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SBS는 법원의 방송금지 가처분 인용 결정을 받아들여 지난 3일 방송 예정이었던 <그것이 알고 싶다>를 결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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