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하마’ 드라마 줄이고 안정성 좇는 지상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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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는 하마’ 드라마 줄이고 안정성 좇는 지상파 
하반기 월화드라마 폐지 수순...재정난 타개 자구책 일환 
웹툰 IP 확보 등 안정적 수익 창출 통로 마련 움직임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9.08.0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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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방송을 시작한 KBS 월화드라마 '너의 노래를 들려줘' MBC '월컴2라이프', SBS 2부작 단막드라마 '17세의 조건' 포스터.
지난 5일 방송을 시작한 KBS 월화드라마 '너의 노래를 들려줘' MBC '월컴2라이프', SBS 2부작 단막드라마 '17세의 조건' 포스터.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지상파 드라마 위기론이 가시화됐다. 지상파 3사가 평일 미니시리즈 중 월화극을 잠정 중단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이미 일일극, 주말극을 폐지하며 드라마 편성의 변화를 예고한 터다. 지상파는 한시적 중단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KBS‧MBC 등의 지상파 방송사들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할 정도로 재정난에 빠진 가운데 택한 자구책으로 보인다.

 드라마는 방송사의 핵심 콘텐츠다. 그러나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데 비해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산업 구조로 악순환을 거듭하자 드라마 감축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론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향후 드라마 제작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KBS는 오는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약 3개월간 월화극 중단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KBS 월화드라마는 오는 9월 방송되는 <조선로코-녹두전> 편성까지 확정된 상태다. MBC는 이미 월화극 잠정 중단 수순을 밟았다. 지난 5일 방송을 시작한 <웰컴 2 라이프> 이후 월화극 편성이 없다. MBC 평일 미니시리즈는 오후 10시대에서 9시대로 옮겨 방영되고 있다. SBS는 지난 6월 <초면에 사랑합니다> 종영 이후 16부작 예능 <리틀 포레스트>를 오는 12일부터 선보인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일시적 월화극 폐지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수십 년간 이어온 드라마 편성이 수술대에 올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지상파의 기조는 재정난과 직결된다. KBS‧MBC는 올해 9백억~1천억원 규모의 적자가 전망되면서 이달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지상파 중심 구도는 채널 다변화로 진작에 깨졌다. 무엇보다 드라마 시장을 이끌던 지상파의 광고수익이 빠르게 감소하며 경쟁력 있는 드라마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치솟은 출연료와 스타 작가의 높은 고료를 제작비로 감당하는 것도 만만찮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지상파 드라마가 시청자로부터 호평을 받더라도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은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사가 드라마 몸집을 줄이기로 결정을 내린 만큼 다방면으로 자구책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드라마 대신 다양한 장르를 편성할 뿐 아니라 드라마 편성 시간도 유연하게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 KBS는 내년까지 드라마 감축 뿐 아니라 미니시리즈도 70분에서 50분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결국 지상파의 드라마 제작방식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두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지상파는 웹툰을 2차 콘텐츠 제작으로 범위를 넓히는 데 나서고 있다. 과거엔 대중적으로 성공한 웹툰과 웹소설을 작품 단위로 드라마를 제작했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수익 창출의 통로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다.

카카오페이지의 사내독립기업인 다음웹툰컴퍼니와 드라마제작사 메가몬스터는 내년부터 3년 동안 매년 1편씩 다음웹툰 IP를 활용한 드라마를 KBS를 통해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가 웹툰 IP를 영상 콘텐츠로 만드는 콘텐츠 기획개발사 스튜디오엔을 설립해 내놓은 첫 작품이 KBS <저스티스>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다방면으로 자구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지만, 콘텐츠의 보고로서 어떤 역할을 회복해야 하는지에 관한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방송사가 이미 만들어진 스토리라인을 각색하는 드라마 제작과 편성하는 데에만 골몰할수록 색깔 있는 연출자와 작가를 발굴하는 일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현실론에 입각한 선택이 방송사의 콘텐츠 전략으로 굳어버린다면, 장기적으로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는 시청자에게 만족감을 안겨줄 수 없다. 드라마 산업이 자본의 영향력에 좌지우지되는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현실론과 이상론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게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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