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들어간 KBS·MBC, "비전부터 내놔야" 내부 반응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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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영' 들어간 KBS·MBC, "비전부터 내놔야" 내부 반응 싸늘
광고수익 감소 등 지상파 위기에 공영방송사 '허리띠 졸라매기'
비용절감 앞세운 계획안에 "자구 노력 필요하지만 콘텐츠 ·편성전략 없어" 지적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08.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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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MBC
ⓒKBS, MBC

[PD저널=이미나 기자] 최근 KBS와 MBC가 연달아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나선 가운데, 비용 절감에만 중점을 둔 경영진의 계획안이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양 방송사의 대표 노동조합은 속속 성명을 내고 경영진에 비용 절감에 앞서 미래 비전부터 제시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KBS는 지난 6월 토털리뷰TF를 구성하고 한 달여 뒤인 지난달 17일 비상경영계획을 내놨다. 총 4개 분야 63개 실행 과제로 나뉜 비상경영계획에는 △프로그램 재방 비율 확대 △일부 프로그램 통합 및 폐지 △올 하반기 신규 채용 중단 등이 담겼다.

양승동 KBS 사장은 지난달 22일 조회사를 통해 "토털리뷰를 통해 연간 600억 원 정도의 비용 감축 방안을 도출해 냈다"며 "KBS가 당면한 구조적인 재정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반드시 실행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혁신안"이라고 강조했다.

MBC도 지난달 25일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열린 하반기 업무계획 보고와 같은 달 31일 경영상황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프로그램 탄력 편성 및 제작비 효율화 △업무추진비 및 일반 경비 긴축 △올 하반기 신규 채용 제한 등의 방안이 담긴 비상경영계획의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비상경영제체를 통해 MBC는 올해 140억 원 정도가 절약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능희 MBC 기획조정본부장은 방송문화진흥회에 "2020년까지는 454억 원의 경감 효과가 날 것"이라며 "노동조합과의 상의를 통해 임금피크제 강화, 임금 삭감 등의 방안도 논의해볼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양대 공영방송사가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갈수록 악화되는 지상파의 경영상황 때문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광고 수입의 감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MBC와 KBS의 광고 매출은 작년 상반기 대비 각각 19%, 33% 감소했다. 광고 수익 감소가 결정적인 원인이 되면서 지난 상반기 MBC는 445억 원, KBS는 396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도 악화일로를 걷는 현 경영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구 노력이 필요성이 있다는 데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다만 단기 처방에 그칠 수 있는 '몸집 줄이기'에 앞서 양대 방송사의 미래 비전을 경영진이 정확히 제시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지난달 18일 성명을 내고 "무엇을 줄여서 하는 경영이라면 누구나 경영진이 될 수 있다"며 "어디서 어떻게 줄일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개혁을 이룰 것인지를 제시하라. 바꾸면 무엇이 좋아지는지, 바꾸면 어떻게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지를 제시하고 설득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KBS본부는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켜내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며 "경영진이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개혁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 서울지부도 6일 성명에서 사측이 최근 비상경영계획의 일환으로 제시한 '중기 인력운영 계획'이 "너무나도 편의적이고 익숙한 비용 절감, 인력 감축 방안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니"라며 우려를 표했다.

MBC '중기 인력운영 계획'의 핵심은 정년퇴직하는 인력보다 적은 인력을 신규채용하는 방식으로 향후 4년간 10%의 직원을 감축하겠다는 내용이다. 올해 하반기 진행될 신입사원 채용도 보도·시사교양·예능의 세 부문에서 7명만 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MBC본부 서울지부는 "적어도 콘텐츠강화전략과 편성전략이 제시되고, 그에 따른 예산과 제작 계획이 구축된 이후 인력운영 계획이 나와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회사는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일이라면 조합도 최선을 다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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