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날리는 여름특집, ‘들썩들썩’ DJ KOO의 디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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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SBS '최화정의 파워타임' 여름특집에 나와준 구준엽, '한낮 클럽'으로 만든 마법같은 시간

클론의 'Everybody' 뮤직비디오 화면 갈무리.
클론의 'Everybody' 뮤직비디오 화면 갈무리.

[PD저널=김훈종 SBS PD] 그를 처음 만난 건, 푸릇푸릇하던 대학시절 노래방 화면에서였다. 노래방책은 책갈피마다 꿀을 발라놨는지 끈적거려 떨어지질 않았고, 에어컨도 없어 마이크를 쥔 주먹으로는 땀이 뚝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가 신났는지 청춘들은 ‘쿵따리 샤바라’를 목이 터져라 불러댔다. 이후 초여름만 되면 여름 복달임이라도 되겠다는 듯, 클론은 ‘도시탈출’, ‘펑키 투나잇’, ‘초련’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쿨과 더불어 대한민국 여름 가요계를 양분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클론을 싫어했다. 가뜩이나 신승훈, 김건모, 박미경, 노이즈 등 90년대 초반 가요계를 쥐고 흔들던 ‘라인음향’에서 이젠 노래도 제대로 못하는 춤꾼들까지 동원해 음반을 내는구나, 싶어 질색이었다. 하지만 그건 핑계였고,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노래방에서 열창하던 패닉 노래를 가열 차게 끊고는, 차고 들어오던 태진미디어의 3159번, 금영의 4152번이었던 그 놈의 ’쿵따리 샤바라‘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를 다시 만나게 된 건 PD 초년병 시절이었다. 당시 <한밤의 TV연예>란 프로그램의 조연출이던 나는 야심차게 준비한 ‘포장마차 토크’ 촬영에 나섰다. 요즘이야 <인생술집>이다 뭐다, 대놓고 술 마시는 프로그램이 많지만, 당시만 해도 걱정이 한가득인 담당 팀장은 ‘술은 마시는 시늉만 해라’ ‘포장마차에서 그저 느낌만 내라’ 등등 촬영 나가는 사수와 내 등 뒤로 잔소리를 쏟아 부었다.

사수 선배와 내가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는 ‘포장마차 토크’의 첫 타자로 섭외한 인물은 바로 ‘클론’의 구준엽이었다. 최고의 댄스 가수로 천하를 호령하다 친구에게 찾아온 지독한 불운으로 실의의 나락에 빠진 그의 속내를 들어보고 싶었다. 꽁치가 석쇠에서 지글거리며 기름을 내뿜고 있었고, 내 사수와 구준엽은 소주잔을 기울이며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카메라 뒤에서 구준엽의 진심을 듣다가 그의 우정에 왈칵 눈물이 났다. ‘카메라 앞이라 가식 떠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진심으로 친구를 걱정했다. 댄스가수로서 자신의 커리어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고, 오직 강원래의 건강과 행복만을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십여 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라디오 연출자로서 <하하의 텐텐클럽> <김창렬의 올드스쿨> <최화정의 파워타임>에서 구준엽과 그의 손에 휠체어를 맡기고 편안한 얼굴로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강원래를 게스트로 맞이했다. 마이크 앞에서나 빨간불이 꺼진 곳에서나 구준엽의 배려는 늘 빛났다. 포장마차에서 내가 느낀 감정은 결코 가식일 수 없음을 깨닫는다. 설사 그게 가식이라도 20년동안 지속된다면 그건 진심이고 인성이다.

올해로 3년째 구준엽 아니, DJ KOO는 여름특집을 맞아 <최화정의 파워타임>을 찾아줬다. 그가 한 땀 한 땀 믹스한 음악을 들으며, ‘최파타’ 청취자들은 열광했다. ‘DJ KOO의 마법에 빠진 시간, 갓쿠!!!’ ‘버스에서 승객들이 들썩들썩’ ‘클럽 못 간 지 16년째, 대낮인데 클럽 온 것 같아요’ ‘파주에서 방이동까지 꽉 막힌 강변북로, 음악으로 가슴 뻥!’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해진 초로의 DJ KOO가 공연장에서 헤드폰을 끼고 관중들을 열광시키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친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멋진 노신사의 디제잉에 어깨를 들썩거릴 관중 가운데, 나 역시 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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