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저널=박수선 기자] JTBC가 창사기획 다큐멘터리 <DMZ>를 제작하면서 국방부의 허가 없이 협찬사인 기아자동차의 광고를 비무장지대에서 촬영한 사실이 드러나자 결국 다큐멘터리 제작을 중단했다.
JTBC가 하반기 내보낼 예정이었던 <DMZ>는 북한의 DMZ인 판문점 내 판문각을 촬영해 남과 북의 시선으로 DMZ의 의미를 새롭게 조망해보자는 의도를 내세웠다. 본편에 앞서 지난 15일에 <DMZ>프롤로그가 전파를 탔다.
<DMZ> 제작진이 국방부의 반대에도 합찬사인 기아자동차의 광고 촬영을 비무장지대에서 강행한 사실은 SBS 보도를 통해 지난 16일 처음 알려졌다.
이날 SBS <8뉴스>는 “기아자동차는 JTBC의 다큐멘터리 제작에 약 12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JTBC 측이 군 허락 없이 최고의 군사 보안 시설을 배경 삼아 상업용 광고를 만든 것”이라며 “국방부는 광고 장면 중 민통선 이북에서 찍은 주행 장면은 보안훈령 위반이며 특히 고성 GP를 비롯한 철책 장면은 군사시설보호법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SBS 보도에 따르면 해당 광고는 극장에서 이미 방영됐고 각 방송사에도 전달돼 광고 시기를 조율 중이다. 기아자동차는 "JTBC가 국방부로부터 광고 제작 허가를 받은 줄 알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JTBC는 기아자동차에 <DMZ> 제작 지원을 요청하면서 광고제작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방송사가 제작하는 다큐멘터리도 점차 규모가 커지면서 외부에서 제작비를 끌어오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에서 협찬사나 제품이 두드러질 경우 기획 취지까지 퇴색될 수 있어 예능이나 드라마보다 다큐멘터리의 협찬사 노출은 신중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DMZ> 제작진의 기아차 광고 촬영은 협찬 제품을 단순 노출하는 정도가 아니라 기업의 상업 광고를 직접 제작해주겠다며 광고대행사를 자처한 꼴이다.
더군다나 이번 기아차 광고 촬영에 대해 국방부가 군사시설보호법 등의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는데도 JTBC는 촬영을 강행했다.
JTBC는 논란이 커지자 17일 공식 입장을 내고 “제작진이 국방부와 의견조율을 했으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국방부의 입장과 달리 제작을 진행해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국방부와 해당 부대 장병, 시청자 여러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JTBC는 <DMZ>의 본편 제작 중단과 함께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 대한 인사조치도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촬영된 영상이 광고에 사용되지 않도록 기아자동차와 협의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