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대응 시동 거는 정부..."규제 신중해야" 커지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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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대응 시동 거는 정부..."규제 신중해야" 커지는 목소리
정부·여당 안팎서 "가짜뉴스는 사회 오염시키는 바이러스" 대응 필요성 언급
야당 "통신장악" 반발에 시민사회도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08.21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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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5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댓글조작.가짜뉴스대책단이 가짜뉴스와 악성댓글에 대한 고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2018년 2월 5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댓글조작.가짜뉴스대책단이 가짜뉴스와 악성댓글에 대한 고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PD저널=이미나 기자] 한동안 주춤했던 정부의 '가짜뉴스' 대응이 다시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가짜뉴스 근절에 대한 의지를 잇달아 드러내면서 가짜뉴스 규제 찬반 논란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일 단행한 개각을 기점으로 다시 가짜뉴스 대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에 한상혁 변호사를 지명하며 청와대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을 언급했고, 한 후보자도 지명 소감을 통해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을 저해하는 허위조작정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책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지난 12일 다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의도적인 허위조작정보와 극단적인 혐오표현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범위 밖에 있으므로 규제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율규제에 방점을 둔 이효성 현 방통위원장과 달리 한 후보자는 강경 대응에 무게를 둔 것이다. 

여기에 악화일로를 걷는 대일 관계에서 가짜뉴스가 성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입에서도 '가짜뉴스'가 오르내리는 날이 잦아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근거 없는 가짜뉴스나 허위정보, 과장된 전망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6일 한국기자협회 창립기념식에 보낸 영상 축사를 통해서도 재차 가짜뉴스의 폐해를 지적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를 오염시키는 바이러스와 사회악"에 비유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특히 이 가짜뉴스들이 5개의 유튜브 채널에서 파생됐다며 적극 대응을 시사했다.

유튜브와 SNS를 중심으로 지지 여론을 형성해 온 자유한국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상혁 후보자의 발언이 나오자 성명을 내고 "가짜뉴스를 빌미로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9일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가짜뉴스가 시장 불안을 키운다니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느냐. 대통령이 가짜뉴스의 진원지"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유튜브에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유튜브세' 논의나 OTT를 규제 대상에 묶는 통합방송법안 제정 움직임, 최근 청와대 민정실에서 일부 부처의 '오보 대응 실태'를 조사하고 나선 것 등이 일련의 가짜뉴스 규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20일자 사설에서 "이러니 이번 조치가 '가짜뉴스에 대한 청와대의 본격 대응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사전 정지작업'이란 의심까지 사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가짜뉴스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했고, 여권에선 일부 보수 성향의 유튜브 등 SNS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부처 감찰을 순수하게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방송·통신 장악' 프레임과 별개로 시민사회에서는 정부 주도의 가짜뉴스 대책이 표현의 자유를 저해할 수 있다고 비판해 왔다. 특히 신중히 논의되어야 할 가짜뉴스 대책 관련 논의가 정치적 논리에 휘말리는 것은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정부 주도의 가짜뉴스 대응은 정부에 비판적인 표현물을 규제하겠다는 의도로 읽힐 수 있다. 특히 '사회질서'를 이야기하며 규제론을 꺼내드는 건 전체주의적 관점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성명을 통해 "지금 방통위에게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과연 가짜뉴스 근절 대책의 수립인가"라고 반문하며 "방통위가 이 문제를 주요 업무로 받아 안아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논하자는 것이 합당한가"고 우려한 바 있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가짜뉴스' 대응보다 현 정부 들어 실종된 미디어 정책을 논의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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