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터 람스’, 디자이너의 태도
상태바
영화 ‘디터 람스’, 디자이너의 태도
독일 브라운 디자이너로 이름 알린 디터 람스의 눈부신 족적
  • 신지혜 시네마토커(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 승인 2019.08.28 1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2일 개봉한 '디터 람스'
지난 22일 개봉한 '디터 람스'

[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 <신지혜의 영화음악> 진행)] 디자인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도 생소하지 않은 디자이너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독일 가전업체 브라운의 디자이너로 일했던 디터 람스다. 

수 년 전 국내 한 뮤지엄에서 람스의 전시회가 있었다. 워낙 사람이 많이 몰린다는 소리가 있어 최대한 마감일 즈음까지 기다렸다가 찾았건만 그 날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브라운’이 수 십 년간 내놓은 제품들을 이러 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아마도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였던 것 같다. 

독일 비스바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람스는 그 곳을 아름다운 곳이었다고 회상한다. 그 곳의 아름다움과, 특히 케이블카에 대한 그의 기억은 미적인 면과 효율성이라는 것을 어떻게 디자인에 접목시킬 것인가를 알게 모르게 새겨 넣게 된 계기가 아닐까. 그의 말처럼 디자인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배우고 경험한 것들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말이다. 

건축 공부를 하고 건축가가 된 그는 우연한 기회에 브라운사에서 일하게 되고 이 때 그는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길을 가게 된다. 이후 30년이 넘게 브라운사의 디자이너로서 동료들과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디자인을 창출한다. 

1997년 브라운사를 퇴사한 그는 1960년대부터 함께 일을 해온 비초에와 그의 디자인의 지평을 넓힌다. 이미 1960년대 초, 601체어로 가구 디자이너로서도 충분히 자신을 알려온 그이기에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겠지만 이후의 시간은 람스 자신에게는 또 다른 활력이 되었으리라.

그 시기가 어느 때인가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디터 람스가 디자이너로서 활동을 시작했을 당시는 독일이 거듭나려던 시기이다. 독일인들 스스로가 자신은 누구인가, 어떻게 사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는 시기였고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공아파트에서 살던 때였고 바우하우스의 시도를 이어받은 인재들이 존재하던 때였다.

그 시기에 람스 또한 디자인과 삶에 대한 깊은 사고를 했던 것이다. 더 좋은 세상, 바람직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 더 나은 것을 위해 자원을 써야 한하는 생각은 그와 그의 동료들의 디자인에서 드러난다. 그것은 곧 그의 철학이 되고, 디자인에도 반영되어  그가 디자인한 제품은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든다. 디터 람스의 위대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 멋만 한껏 부린 디자인, 과감한 색채와 현란한 모양으로 과시하는 디자인이 아니라 유용성과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디자인은 세월이 흘러도 낡거나 진부해보이지 않았다. 

올해 초 한 영화사 이사가 해 준 이야기가 있다. 올해는 다큐멘터리의 해가 될 것이라고. 필름마켓에 꽤 좋은 다큐들이 많이 나왔다고. 그 좋은 작품들이 하반기 들면서 마구 풀려 나오고 있다. <디터 람스>와 함께 <블루노트 레코드>, <호크니>, <바우하우스> 등 대중들과 멀지 않은 이름들이 눈에 뜨인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들이 개봉된 요즘은 영화팬이나 (겹치는 부분이 많겠지만)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찾아온 멋진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음악 특히 재즈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블루노트 레이블을 모를 리 없고, 최소한 블루노트 레이블의 음반 몇 장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호크니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유명한 <수영장>이나 <비거 스플래쉬> (영화에도 영감을 주어서 이런 저런 영화가 탄생하기도 한 그 유명한 그림들)를 비롯해 그의 작품이 갖는 의미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예술, 디자인 쪽으로 조금이라도 발을 대고 있는 사람이라면 바우하우스의 성과와 영향력을 모를 리 없다. 문화 예술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공유무에 관계없이 이 영화들을 필람하기를 권하고 싶다. 

단지 람스나 호크니 등이 유명해서가 아니다. 그 이름들이 갖는 가치가 어디에서 발현된 것인지, 그 가치는 어떻게 철학이 되었는지, 그 철학을 삶 속에서 어떻게 표현하고 적용했는지 함께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는 자칫 지루하고 교훈적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언하건대 하반기에 우리 곁을 찾아오는 다큐멘터리들은 당신에게 작은 흥미와 큰 감동을 안겨 줄 것이다. 

시대에 새겨진 큰 이름들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법. 디자인은 멋을 부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은 사용자들에게 유용해야 하는 것임을 제대로 알려준 디터 람스의 철학을 함께 느껴보는 게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