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머니', 교육 컨설팅의 두 얼굴
상태바
'공부가 머니', 교육 컨설팅의 두 얼굴
MBC가 선보인 2부작 파일럿 예능 '공부가 머니', 사교육 조장 비판 불식시킬 수 있을까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9.08.29 1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2일과 29일 2부작 파일럿으로 방송되는 MBC '공부가 머니'
지난 22일과 29일 2부작 파일럿으로 방송되는 MBC '공부가 머니'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자녀 교육에 고민이 많은 학부모에게 교육 컨설팅을 해주는 MBC <공부가 머니?>가 방송되자 마자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본격적으로 교육을 받기 시작하는 아이들의 생애주기에 따라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게 차별화 지점이다.

첫 의뢰인은 대치동에서 삼남매 자녀를 교육하고 있는 배우 임호 부부였다. 교육비는 줄이고 교육 효과를 높이자는 취지를 내건 만큼 교육 및 아동심리 전문가들이 출연해 임호 부부의 교육방법을 살폈다. 파일럿 방송인데도 방송되자마자 반향이 일었다. 이날 시청률은 1부 3.3%, 2부 4.1%(TNMS, 전국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특히  40대 시청자가 많이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이끈 건 단연 임호 부부의 교육방식이다. 9살, 7살, 6살인 삼남매는 학습지를 포함해 일주일에 총 34개의 학원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실제 관찰 영상 속 아이들은 주말 내내 숙제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이를 지켜본 진행자들은 과도한 사교육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유진은 숙제검사 때문에 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제발, 밥 좀 먹게 해주세요”라며 아이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러나 임호 부부는 온종일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에너지를 쏟느라 지치는 게 사실이지만, 행여 아이들이 뒤처질까봐 공부습관을 만드는 걸 포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의 사연은 OECD 중 사교육비 지출 비중이 1위를 차지할 정도인 사교육 경쟁이 심한 현실을 직접적으로 보여줬다. 

그렇다면 임호 부부의 교육방법을 따르는 아이들의 속사정은 어떨까. 첫째는 하기 싫은 숙제들을 하느라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글쓰기를 못하거나 부모의 눈치를 보며 몰래 글을 쓰며 답답함을 달랜다. 둘째는 다음 숙제로 넘어가기 싫어서 정답을 지우고 일부러 오답을 쓰는 등 부모와 갈등을 빚고 있다.

아동심리 전문가는 삼남매를 진단한 결과 모두 우울감이 있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교육의 핵심인 선행학습을 두고 전문가 간 설전이 벌어지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임호 부부의 교육방법이 “겉핥기 수준”이라며 아이들마다 맞춤형 교육 솔루션을 제시했다. 최성현 교육컨설턴트는 삼남매가 다니던 34개의 학원을 11개로 줄이며 교육비를 지금보다 65% 낮추는 파격적인 시간표를 공개했다.

프로그램은 화제성을 확보했지만, 여론은 부정적인 반응이 우세했다. 사교육에 대한 경각심보다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받고 있는 자녀 관련 의혹으로 부모의 상징자본에 따라 자녀의 스펙이 결정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공부가 머니>가 내세운 교육 컨설팅은 전적으로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제작진은 “아이마다 기질과 성격 특성이 다르듯 교육방법 역시 다르고, 궁극적으로 사교육을 받지 않게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지만, 출연자의 발언에서도 프로그램의 한계가 드러난다. “어차피 종착점은 대학으로 모두 같다”라는 전문가의 발언은 맞춤형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한국 입시경쟁 채제에서 부모의 전략적 개입이 필수적일 수 밖에 없는 씁쓸한 현실을 반증한다. 

<공부가 머니?>가 한국사회의 뇌관을 건드린 만큼 향후 정규 편성된다면, 프로그램의 구성 등을 재정비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제작진이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적극 안내하겠다”고 밝힌 만큼 바람 잘 날 없는 사교육 시장을 소개하기보다 거시적으로 교육의 방향성을 짚어보는 게 필요하다. 

<평균의 종말>을 쓴 토드 로즈는 개개인마다 진정한 고유성을 발견하고, 개개인성(individuality)에 따라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들의 개개인성을 발현하기 위한 부모의 역할, 교육의 역할, 사회의 역할을 환기시켜야 한다. 

또 상당 부분 어른의 시선으로 교육 솔루션에 접근하는 게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끼칠지도 따져봐야 한다. 가족의 고민과 별개로 아이들이 방송 출연으로 홍역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영재발굴단>에 출연한 한 아이의 엄마는 섭외의 목적과 다르게 방송이 왜곡 편집됐다고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가족의 얼굴과 거주지, 이름 등 개인정보가 공개된 상황에서 비난과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는 호소였다. 자의든 타의든 대중에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방송 출연으로 받는 영향을 제작진은 더욱 세삼하게 살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