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진 현대사 아로새긴 ‘추적 60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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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진 현대사 아로새긴 ‘추적 60분’의 시간
탐사 저널리즘 알린 KBS ‘추적 60분’ 36년 만에 종영...성역 없는 고발로 진실 추적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9.08.29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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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0일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KBS '추적 60분'
오는 30일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KBS '추적 60분'

[PD저널=박수선 기자] 탐사 저널리즘의 길을 개척한 KBS <추적 60분>이 36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추적 60분>은 오는 30일 1326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새로운 탐사 프로그램이  뒤를 잇는다.

1983년 2월 27일 ‘한국의 할리우드 충무로 영화가’편으로 첫 선을 보인 <추적 60분>은 내용과 형식 모두 파격적이었다. 사회의 이면을 들춘 소재와 흔들리는 카메라에 담긴 장면은 당시 방송 프로그램에서 접하지 못한 것이었다.

엄혹했던 독재정권 시절에 한차례 방송이 중단됐다가 1994년 재개된 <추적 60분>의 36년 역사는 굴곡진 현대사를 그대로 담고 있다. 
 
정치권력이 서슬 퍼렇던 초창기에는 사회 고발에 집중했다. 인신매매, 매춘관광 실태 등 사회병리와 부정부패 문제를 끄집어내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선정적인 소재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취재 방식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1996년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에서 제작한 비디오테이프를 그대로 받아 방송한 ‘긴급입수-한총련 북에 간 대학생들’편은 <추적60분> 역사에 오점으로 남아있다. 제작진과 노조의 반발 속에 강행한 방송으로 시사평론가 고성국 씨가 진행자로 나와 안기부에서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한총련의 이적성을 부각하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내보냈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고 방송가에 개혁 바람이 불면서 <추적60분>의 시선은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부정부패공화국 시리즈로 공직사회와 법조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짚었고, 1999년부터 삼성전자의 전횡과 재산증식을 정면에서 다루기 시작했다. 

2000년 매향리 폭격훈련 피해 실태를 고발한 ’매향리에도 봄은 오는가‘편, 2005년 ‘정형근 고문 논란, 누가 거짓을 말하나’편 등을 통해 성역 없는 고발과 과거사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8월 30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하는 KBS '추적 60분'
8월 30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하는 KBS '추적 60분'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추적 60분>에 닥친 암흑기는 길었다. 2010년 <추적 60분>이 콘텐츠본부에서 보도본부로 이관되고, 제작 자율성 침해 사례가 줄을 이었다.  

'사업권 회수 논란, 4대강의 쟁점은?' 편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편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불방 논란에 휘말렸다. 올해 KBS 과거청산기구인 진실과미래위원회는 두 편의 방송에 대해 심의실이 과도하게 개입한 제작 자율성 침해 사례라고 발표했다. 
   
2011년 천안함 사건의 합동조사단 최종보고서에 의문을 제기한 ‘천안함’편은 방송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인 경고를 받았다. <추적60분> 제작진은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 법정 다툼 4년만에 대법원에서 제재 처분 취소 판결을 받아냈다.  

지난해 1월 ‘공영방송 정상화’를 내건 파업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는 현장과 밀착한 문제를 파고들었다. 

'현대판 소장농'이라고 부를 만한 자영업자들의 현실, 하청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 신축 아파트 부실공사, 청년들을 노리는 전세 사기 등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일에 주목했다. 
 
30일 마지막 방송은 <추적60분> 36년간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추적60분>에 몸담았던 장해랑‧구수환 전 KBS PD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주인공 유우성 씨,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 등이 출연한다. 

<추적60분> 책임프로듀서이자 진행을 맡고 있는 최지원 PD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동안 세상의 불의에 분노하고, 힘없는 사람을 보며 울었다”며 “<추적60분>이 있어 우리사회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추적 60분> 후속 프로그램은 오는 10월 방송을 목표로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이다. <추적60분>과 <KBS 스페셜>를 통합한 <시사다큐 직격>(가제)이 시청자를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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