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날' 축하연 대신 쓴소리 자청한 지상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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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날' 축하연 대신 쓴소리 자청한 지상파 
방송협회 56회 '방송의 날' 앞두고 '한국 방송산업 위기와 대응방안' 세미나 개최
"불신 받는 미디어 현실, 공공성 정책 목표 실종·산업 활성화 결과"... "폐쇄적 엘리트 구조 타파해야" 뼈아픈 지적 쏟아져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9.09.0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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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날 56주년을 앞두고 2일 한국방송협회·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열린 ‘한국 방송산업 위기와 대응방안’ 세미나가 방송회관에서 열렸다.
방송의 날 56주년을 앞두고 2일 한국방송협회·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열린 ‘한국 방송산업 위기와 대응방안’ 세미나가 방송회관에서 열렸다.ⓒPD저널

[PD저널=박수선 기자] 지상파 방송사가 방송의 날을 맞아 매년 개최하던 축하연을 취소하고 쓴소리를 자청했다.

방송의 날 56주년을 앞두고 2일 한국방송협회·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열린 ‘한국 방송산업 위기와 대응방안’ 세미나는 경영 위기와 영향력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지상파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난 자리였다.  

박정훈 방송협회장(SBS 사장)은 이날 세미나에 앞서 “매년 9월 3일 방송의 날에는 정재계 인사를 모셔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해왔는데, 올해 처음으로 축하연을 취소하고 특별세미나를 개최하기로 했다”며 “참담하다 못해 참혹한 지상파 매출 상황은 저희 스스로 만들어냈다”고 자조 섞인 소감을 전했다.  

경영 악화로 가시화했지만, 지상파 위기는 정부 정책과 미디어 이용자의 불신이 켜켜이 쌓인 결과였다.      

발제를 맡은 정수영 MBC 전문연구위원은 “지상파 광고 매출은 2011년 종편 출범과 KBS‧MBC 노조가 파업을 벌인 2012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하락했다”며 “모바일 광고 비중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과 함께 지난 10년 동안 공영방송의 독립성, 제작 자율성 훼손으로 인한 불신 누적이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수영 위원은 “언론 자유 확대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불신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작금의 대한민국 미디어의 현실은 미디어 공공성의 구현이라는 정책 목표의 실종과 미디어 산업과 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어온 결과일 수 있다”고 짚었다.  

지상파의 대응방안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한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는 제도 의존적이고, 폐쇄적인 엘리트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준희 교수는 “미디어는 전문가 모델에서 시민형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예전 방식대로 ‘대중이 원하는 걸 보여주겠어’라는 태도로는 대중을 더 이상 설득할 수 없다”며 “BBC가 수용자 분석을 하기로 하고 목표 달성 여부 측정한 것처럼 대중 평가와 내부 평가의 중간고리를 찾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젊은 층을 겨냥해 프로그램과 광고를 묶어 콘텐츠 전략을 세운 영국의 채널4를 예로 들었다. 

그는 “채널4는 공영방송으로 부여받은 책무를 수행하면서도 상업적인 콘텐츠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며 ‘광고 기반 무료 OTT 서비스인 ’All 4‘를 통해, 개인화된 광고가 통용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브랜드 신뢰를 유지하고, 충성도 있는 이용자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준희 교수는 지상파 공익성의 의미에 대해서도 “외주제작이나 애니메이션 편성 비율을 얼마나 되어야 공익성이 확보되는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대중이 모인 곳에서 콘텐츠를 내보내야 하는데, 대중을 앉히지도 못하면서 공익을 논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환경 변화를 반영한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상파 위기를 거론할 때마다 등장하는 비대칭 규제 등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토론자로 참여한 정미정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은 “지상파의 위기는 몇몇 지상파 사업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섹터의 위기로, 중간광고 해소 등으로 해결되지도 않는다”며 “미디어 시장 전체가 건강한 체질을 유지하면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규제기관이 적극적이고 가시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한열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정책국장도 “지상파의 경영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공적 책임과 가치를 실현하는 노력보다 생존을 위한 상업성 경쟁에 빠져, 결국 공익성 약화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상파 위기 타개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수긍했다. 

양한열 국장은 “글로벌 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선 콘텐츠 경쟁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콘텐츠 투자에 환원되지 않는 규제 완화는 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며 “시청자와 방송사업자에게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규제로 바꿔야 한다고 보고 기본 연구 논의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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