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쇼’, 몰락한 정치인의 유쾌한 가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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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쇼’, 몰락한 정치인의 유쾌한 가족극
tvN ‘위대한 쇼’, 가진 자들의 '위선'과 못 가진 자들의 '진심' 선명하게 대비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9.09.03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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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 ⓒtvN
tvN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 ⓒtvN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진심을 감춘 쇼는 왜 하는 걸까.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시장통을 돌며 순댓국을 먹고 할머니들의 손을 마주잡은 장면은 대중에게 대표적인 쇼로 인식되고 있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시장에 발걸음을 끊는 정치인들을 너무나 많이 목도해왔기 때문이다. 

tvN <위대한 쇼>는 제목만 봐도 냉소가 지배하는 정치가 떠오른다. 실제 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위대한(송승헌)은 서른 초반의 나이에 청년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국회의원이다. 진심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이 인물은 같은 지역구의 경쟁 후보인 강경훈(손병호)을 상대로 서민을 대변하는 정치인을 자임하면서 지지율을 높여나간다. 하지만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불거진 아버지의 부고로 그의 야망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다.

선거 유세장에 찾아왔던 아버지를 외면하는 영상이 인터넷에 회자되면서 그는 ‘국민 패륜아’로 낙인찍힌다. 광화문에서 아버지의 유골이 있는 납골당까지 삼보일배를 하면서 만회 해보려고 하지만 결국 낙선하고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가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다정(노정의)이라는 아이가 동생들을 데리고 와 자신이 그의 딸이라고 주장하는데, 위대한은 이것이 정치에 복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생각한다. ‘국민 패륜아’라는 이미지를 지워버리고 가족을 돌보는 인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tvN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 ⓒtvN
tvN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 ⓒtvN

<위대한 쇼>는 본격 풍자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위대한이라는 인물이 가진 ‘진심 없고 속물적인’ 모습으로 웃음을 준다. 하지만 코미디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비극이 보인다. 위대한이 그렇게 된 이유를 찾아가보면 부모에 의해 미래가 결정되는 사회의 대물림이 깔려있다.

위대한의 부모는 일찍이 이혼했고, 아들에게 둘 중 한 명을 선택하게 했다. 한편 위대한이 반에서 1등을 했다며 그의 어머니가 가게를 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려는 강준호(임주환)의 아버지 강경훈을 보며 위대한은 현실의 쓴 맛을 보게 된다. 1등 자리를 버림으로써 집안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위대한은 강경훈 같은 힘을 가진 정치인이 되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렇지만 그 문턱에서 가족은 또 걸림돌이 된다. 아버지는 사실상 없는 존재였지만 고인이 되어서도 그의 발목을 잡는다.

위대한에게 가족은 피하고 싶은 존재이지만, 그에게도 남은 진심은 있다. 그것은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연민 같은 것이다. 그는 유전자검사를 통해 한다정이 친자라는 결과가 나와도 아이들을 보육원에 보낼 것이라고 매몰차게 말하지만, 밤중에 집을 나서는 아이들에게 이 밤에 어딜 가려 하느냐고 걱정한다. 또 어쩌다 아이들이 사는 집을 찾아가 그 곤궁한 삶을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다. 아마도 어린 시절 자신이 겪었던 가난의 기억이 겹쳐졌기 때문이 아닐까.

아버지의 정치 행보를 옆에서 늘 보며 자라온 강준호는 위대한과 공정한 경쟁을 하려한다. 하지만 그는 빼앗겨본 적이, 부족해본 적이 없는 인물이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정수현(이선빈)이 위대한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아버지가 그래왔던 그 권력 욕망을 다시금 꺼내든다. 늘 온화해 보이는 그의 본심은 무엇일까. 가식 속에 진심이 숨겨져 있는 위대한과 다르게 말이다. 

<위대한 쇼>의 이야기는 명쾌하다. 가진 자들의 위선과 못 가진 자들의 진심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없어서 위악을 떨기는 하지만 그들은 없이 살아본 경험을 공유하며 진심을 버리지 못한다. 혹처럼 여겨지던 아이들을 기회로 이용하려던 위대한은 점점 아이들에게 갖는 진심이 의외의 힘을 발휘한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세상은 쇼로 가득 차있고, 쇼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위대한 쇼>는 쇼를 가장한 위대한 ‘가족극’을 보여줄 심산이다. 정치에서도 우리의 삶에서도 진정 필요하고 힘을 발휘하는 건 쇼가 아니라 진심이라는 걸 드러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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