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시평] 체첸 문제 해결을 위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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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시평] 체첸 문제 해결을 위한 희망
  • 박상남 / 한국외대 외국학센터 교수(국제정치
  • 승인 2004.09.1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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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냉전시대에는 미소 양극의 핵 억지력에 의해 지구상의 많은 지역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역사는 아이러니하다. 소련 붕괴 후 냉전이 해체되자 예전에는 평화를 유지하던 지역에서 오히려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보스니아, 체첸, 그루지야, 아프카니스탄, 중동, 중앙아시아지역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은 과거 냉전시기 이데올로기 대립과 체제 경쟁 아래서 자신들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억압당했던 역사적 공통점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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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지역들은 냉전해체와 더불어 그동안 억눌렸던 문화적, 민족적, 종교적 정체성을 회복하고 독자성을 찾으려는 다원적 욕구들을 분출하고 있다. 보다 큰 시각에서 현재 지구촌에서 격화되고 있는 분쟁과 테러는 바로 이러한 제 민족들의 다원적 욕구와 자국중심의 세계질서 구축을 위해 또는 과거의 지배력을 회복, 유지하려는 미국과 러시아 등 열강들의 패권적 열망의 충돌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주목해야할 점은 과거에 비해 소수민족들의 저항이 강대국들을 쩔쩔매게 할 만큼 과감하고 잔인성을 띠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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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러시아 남부 체첸공화국의 독립을 둘러싼 계속되는 비인도적인 테러와 무자비한 진압이 또 한번 인류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8월 24일 모스크바 버스 정류장폭발 사건, 여객기 추락사건에 이어 31일에는 모스크바 지하철역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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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들어서자마자 발생한 북-오세티아공화국의 학교 인질사건은 500∼700여명의 희생자를 내며 비극적 결말을 맞이했다. 이렇듯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것은 비인도적인 인질범들의 행동에 기인하지만, 인질구출보다는 정치적 명분에 집착하는 러시아정부의 강경진압 방식도 주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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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2002년 모스크바 극장 인질사건 당시에도 신경가스를 주입해 약 170여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사태를 해결해 도덕적, 정치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강성대국,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위상회복”이란 기치를 내걸고 있는 그는 부도덕한 테러단체와는 어떤 협상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강경입장의 내면에는 거대한 다민족 국가인 러시아가 단일국가를 유지하고 강대국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 소수민족에 대한 지배력을 확고히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코카서스로 통하는 관문인 체첸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풍부한 석유가 이런 강경진압에 확신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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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슬라브 민족과는 상이한 체첸은 1859년 러시아의 식민지가 됐으며 스탈린 시대에는 혹독한 탄압으로 민족의 존립마저 위협받는 수난의 역사를 살아왔다. 1999년 9월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푸틴은 허약했던 옐친과는 달리 자신은 강력한 결단력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심는 좋은 기회로 2차 체첸전쟁을 활용했다. 푸틴은 이런 선거운동 결과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무자비한 공격으로 인해 체첸인은 6만명의 사망자와 20만명의 난민이라는 희생을 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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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1억5000만 인구의 러시아를 상대로 100만명이 채 안되는 체첸이 저항과 테러를 반복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비극적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러시아의 무자비한 통치와 탄압은 체첸인에게 원한과 증오를 심었고 그 증오가 독립에 대한 열망과 끝없는 보복행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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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라는 비인도적 폭력을 제압하기 위해 더 큰 폭력인 전쟁과 무자비한 진압을 동원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키고 테러를 양성화하는 길이다. 따라서 푸틴은 이제 제압이 아닌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21세기는 더 이상 과거의 제국적 방식으로 다른 민족을 지배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깨달아야 한다. 한쪽 입장에서 보면 테러지만 상대편 입장에서는 무장독립투쟁이라는 다원적 시각이 궁극적 문제 해결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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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남 / 한국외대 외국학센터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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