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골목식당’이 돋보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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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골목식당’이 돋보이는 이유
[라디오 큐시트] ‘사실 찾기’ ‘관점 보여주기’를 통한 기자‧PD저널리즘의 구현   
  • 박재철 CBS PD
  • 승인 2019.09.10 11:3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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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화면 갈무리.
지난 2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화면 갈무리.

[PD저널=박재철 CBS PD] 퍼즐을 맞출 때마다 마지막은 매번 비슷하다. 잃어버린 조각 찾기다. 방석을 들춰보고 소파 밑을 엎드려 살핀다. 집안 구석구석을 톺아보다가 진이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퍼즐 맞추기는 마무리된다. 몇 개의 행방불명 조각들이 제 자리를 찾으면 멋진 그림이 완성되련만, 이 빠진 동그라미를 볼 때의 안쓰러움이 남겨진 공란(空欄)의 시선 끝에 묻어난다.

기자의 일이랄까, 기자저널리즘을 떠올릴 때 난 이 상황이 연상되곤 한다. 기자란 무엇인가? 맞다. 기자는 ‘팩트(fact)를 찾는 사람들’이다. 잃어버린 ‘팩트’라는 조각을 찾아 ‘사건’이라는 퍼즐을 완성하고 그 윤곽을 그릴 수 있게 해주는 사람, 기자는 내게 그런 사람이다. 그러니 기자저널리즘의 본령은 ‘사실 찾기’(fact- finding)다.

이에 최적화한 TV 프로그램이 MBC의 <스트레이트>가 아닐까 싶다. <스트레이트>는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씨를 미국에서 추적해 찾아냈다. 그로부터 노 전 대통령이 회갑 선물로 받은 1억 원짜리 시계를 논두렁에 내다 버렸다는 일명 ‘논두렁 시계’ 보도의 배후가 국정원이라는 발언을 받아냈다. 검찰과 국정원 등 국가 기관이 여론을 어떻게 움직였고, 전직 대통령 구속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가늠하게 했다. 미완의 퍼즐 조각을 찾아내 사건의 맥락을 분명히 짚어준 셈이다.

자못 선명한 이런 기자저널리즘에 비해 PD저널리즘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출입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자에 비해 인적 망이 넓은 것도, 그렇다고 특유의 비교 우위적 근성이나 취재 노하우가 있다고도 말하기 어렵다. 언뜻 <PD 수첩>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떠올려 보지만 <스트레이트>와 대별되는 PD저널리즘만의 고유한 특성을 거론할 수 있을까? 유사한 취재 방식과 프로그램 구성을 취하면서도 단지, 주체가 기자가 아닌 PD여서 PD저널리즘이라면 뭔가 옹색하지 않은가. 

오는 11일 방송 예정인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예고편 갈무리.
오는 11일 방송 예정인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예고편 갈무리.

보는 각도에 따라 형태가 다르게 보이는 ‘렌티큘러’(Lenticular)를 종종 보게 된다. ‘렌티큘러’는 ‘어린이들 눈에만 보이는 광고판’이라는 별칭이 있기도 한데, 그만큼 보는 법을 달리 하면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의미일 테다. 옆으로 보면 없던 얼굴이 드러나기도 하고 관찰자의 움직임에 따라 입체적인 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광고뿐만 아니라 관습적 시선을 성찰케 하는 예술 작품에도 렌티큘러는 유용하게 사용된다.       

PD저널리즘을 렌티큘러의 특성을 통해 정립해 나가길 제안해본다. 관점의 다양화, 렌티큘러는 수용자에게 다른 각도로 대상을 보기를 권한다. 정면이 아닌 측면을, 개별이 아닌 배경을, 단층이 아닌 다층을 견주어 바라봐주기를 제안한다. 기자 저널리즘이 ‘사실 찾기’(fact- finding)라면 PD저널리즘은 ‘관점 찾기’(perspective-finding)라 명명해보고 싶다.

이를 구현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SBS의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꼽아본다. <골목식당>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골목 상권을 활성화 시켜보자는 기획의도로 제작된 프로그램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프로그램의 제작 관점이 ‘고발’이 아닌 ‘교정’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25%를 차지한다. 그만큼 자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인구가 많다. 좁은데 많으니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대기업까지 가세해 중소 상권을 침탈한다. 덩달아 임대료까지 치솟는다. 특색 있는 가게 운영을 통해 지역 문화를 만들었던 원주민들은 디아스포라 신세로 전락한다.

기존의 PD저널리즘은 과열 경쟁의 실상이나 대기업 진출로 인한 골목 상권의 파괴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의 심각성을 밀착 취재해 보여주었다. 여기까지는 기자저널리즘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사안을 ‘고발’의 관점에서 똑같이 바라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목식장>은 이런 문제점을 알리는 것에서 벗어나 자영업자들에게 재생을 위한 실제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잘못된 관행을 ‘교정’할 수 있도록 조력한다. 백종원이라는 카운슬러를 등장시켜 재료 관리에서부터 적정 가격 책정, 거기다 경쟁력 있는 레시피 교육까지 현실적인 솔루션을 제공해준다. 

무엇보다 방송의 일회성을 뛰어넘어 해당 가게가 변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지 관찰하고 거기서 나온 소스(source)를 다시금 서사화해 애프터서비스를 시청자에게 펼쳐 보인다. '이대 백반집' 사례가 대표적이다. 자영업 생태계의 문제점을 정면에서 거론하지 않더라도 업주나 가게의 교정 과정에서 이런 이슈는 무리 없이 배어나 환기된다.  

자력갱생의 활성화 프로젝트 과정을 고스란히 담으면서도 <인간극장>류의 소박한 성장사(成長史)를 함께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라디오 PD로서 ‘PD의 시선이 담긴 오디오 탐사보도의 새로운 가능성은 어떤 것일까?’ 고민하게 만든 프로그램이 <골목식당>이기도 했다. 
   
기자든 피디든 제작의 공통분모는 성실함일 것이다. 성실함 없이 저널리즘을 논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최근 언론인에 대한 세인의 평가가 이를 적나라하게 말해준다. 

사실 확인 없는 무분별한 뉴스 보도와 기존의 포맷을 자기 복제하는 유사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부끄러움은 커진다. 답은, ‘무엇을 성실하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있지 않을까. 기자는 퍼즐을 완성할 수 있는 팩트 찾기에, PD는 기존의 사안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 찾기에 그 특유의 성실함을 발휘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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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2019-09-11 09:26:56
골목 활성화를 위해 백종원님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모습 매주 방송에 나오니 정말 보기좋습니다 앞으로도 골목활성화를 위해 힘써주세요!

안상훈 2019-09-10 13:28:12
새로운 관점을 찾는 게 PD저널리즘이다! 명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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