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가족 말고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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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가족 말고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면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부담스러운 당신에게 추천하는 영화·드라마·책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09.12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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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미나 기자] 몇 년 전부터 명절에 큰집에 가지 않았다. 차례 지내고, 밥 먹고 나면 해가 저물도록 딱히 할 것이 없는 무료한 시간이 아쉬웠다. 속내를 털어놓긴 애매하게 먼 '가족'들이 건네는 덕담 혹은 조언은 크게 와 닿지 않았고, 나의 시큰둥한 반응이 그들에게도 달갑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렇게 명절 연휴는 느지막이 일어나 집에서 뒹굴 거리며 밀린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책을 보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지, 최근 한 결혼정보회사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미혼남녀 셋 중 둘은 고향에 가지 않는 대신 자신만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이런 여론에 힘입어 '가족과 함께 보기엔 어색한 콘텐츠'를 모아봤다. '명절은 온가족이 모여 함께 즐겨야 한다'고 강요하는 듯한 사회 분위기가 불편하게 느껴졌다면 이번 추석에는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해 보는 게 어떨까. 

※주의: 작품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 에피파니&매스 오너먼트, 넷플릭스, 다음카카오, 문예출판사(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 에피파니&매스 오너먼트, 넷플릭스, 다음카카오, 문예출판사(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 <벌새>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건을 배경으로 한 중학생 소녀의 성장담'이라는 말로 영화 <벌새>를 정의하기엔 그 안에 담긴 서사가 너무 많다. 누군가에겐 <응답하라 1994>의 또 다른 버전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겠지만, 주인공인 은희(박지후 분)가 통과하고 있는 외로움에 공명한 관객의 평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언젠간, 은희처럼 '정상가족'이라는 이름의 이면에서 불안했던 적이 있지 않았던가? 은희를 위로한 영지 선생님(김새벽 분)이나 병원 의사, 같은 병실을 쓰는 환자들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밖에 놓인 사람들이라는 점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시간이 흘러 40대가 되었을 은희는 이제 누가 자신을 상처 입히면 맞서 싸울 수 있는 어른이 되었을까.

넷플릭스 <굿걸스>

언젠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런 '사이다 썰'이 돈 적이 있다. 매해 명절 음식 차리기에 지친 큰어머니가 집안 며느리들을 모조리 차에 태우고 여행을 떠나버렸다던, 그 전설 같은 이야기는 명절증후군에 시달리는 많은 이들이 어쩌면 한 번씩은 꿈꿨던 일탈이었을 수도 있겠다. 이유는 다르지만, <굿걸스>의 주인공인 베스와 루비, 애니도 일상의 궤도에서 벗어나면서 예측불허의 삶을 살게 된다.

이역만리에 있는 주인공들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건 <안녕하세요>에 '철없는 남편'의 사연 주인공으로 나오거나 <사랑과 전쟁>에 소재로 쓰인다 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것만 같은, 그들의 남편들 덕분이다. '굿걸스'였던 세 여성이 (계기는 기묘하지만) 점점 주체성을 찾아 가는 과정은 그 옛날 '사이다 썰'만큼 흥미진진하다. 그래서, 시즌3은 언제 나온다고요?

책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열 받아서 매일매일 써내려간 임신일기>(이하 <임신일기>)

인터넷에서 아기들의 사진을 보며 흐뭇해하고 있더니 누군가 이랬다. "아기가 귀여워 보이면 결혼해서 아기 낳을 때라고 했어." 이렇듯 흔히 여성의 삶에 당연한 선택지인 것처럼 이야기되는 임신과 출산. 하지만 작가가 임신 과정에서 느낀 단상을 엮어 낸 <임신일기>는 임신과 출산의 아름다운 면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임신을 한 뒤 몸에 찾아오는 변화가 빼곡하게 적힌 이 책은 임신과 출산의 적나라한 현실을 마주하게 하는 한 편의 '르포'와도 같다. 사회에서 겪는 다양한 무지와 무례가 나열된 대목은 또 어떤가.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미혼인 여성 후보자에게 한 남성 국회의원이 낮은 출산율을 언급하며 "그것(출산 경험)까지 갖췄으면 100점짜리 후보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물며 올 연휴에 '아이는 언제 낳니'라는 말을 들을 부부가 없을까. 이 책의 보급이 꼭 필요한 이유다.

웹툰 <혼자를 기르는 법>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팝업창이 끊임없이 뜨는 사이트를 시작 페이지로 설정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을 때', 작가는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독립된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2015년부터 3년간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연재한 <혼자를 기르는 법>은 이렇게 독립해 대도시에서의 생활을 시작한 작가의 삶을 담은 자전적이면서 자조적인 웹툰이다.

작가가 서늘한 감각으로 관찰한 직장생활 에피소드나 고향에서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에피소드에서는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위로가 느껴지기도 한다. 연휴를 맞아 더욱 적막해진 혼자만의 공간에서 본다면 여운이 배가 될 것만 같다. 단행본으로도 엮여 현재 2권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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