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일상에 스며든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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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필 무렵’, 일상에 스며든 편견
공효진 강하늘 주연의 범상치 않은 로맨틱 코미디, 입체적인 배우들의 열전에 미스터리 사건으로 몰입감 높여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9.09.2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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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스틸컷. ⓒKBS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스틸컷. ⓒKBS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출발이 심상치 않다. 지난 19일 방송된 <동백꽃 필 무렵> 4회는 같은 시간대에 맞붙은 SBS<시크릿 부티크>, 그간 시청률 1위를 달리던 MBC<신입사관 구해령>을 제치고, 시청률 8.3%(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선두를 차지했다.

<동백꽃 필 무렵>은 임상춘 작가가 <쌈, 마이 웨이>에 이어 선보인 두 번째 미니시리즈다. 편견에 갇힌 ‘맹수’ 동백(공효진 분)과 그를 깨우는 황용식(강하늘 분)과의 생활밀착형 치정 로맨스를 표방하고 있다. 로그라인만 보면 익숙한 로맨틱코미디로 여겨질 법하지만, 드라마가 그리는 소소한 일상과 주·조연 캐릭터의 열전, 그리고 미스터리한 사건을 한 데 엮어내며 시청자의 관심을 붙잡고 있다. 앞으로 이야기가 기대되는 <동백꽃 필 무렵>의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무엇보다 극 중 주인공 ‘동백’이 매력적이다. 배우 공효진이 두 번째 미혼모 역할을 맡았다. 공효진은 지난 2007년에 방영된 MBC<고맙습니다>에서 에이즈 걸린 딸을 키우고,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를 모시는 이영신으로 등장한 바 있다. 당시 드라마를 집필한 이경희 작가가 한 인터뷰에서 “(영신은) 내게 있어 이상향 같은 인물”이라고 말할 정도로 착한 캐릭터였다.

<동백꽃 필 무렵> 속 동백은 영신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아들 필구와 옹산으로 내려와 술집 ‘까멜리아’를 연 동백은 예쁘장한 외모, 끝을 흐리는 말투로 오해를 받지만, 술집을 한다고 해서 주눅 들진 않는다. 오히려 동백은 허세 가득한 안경사 노규태(오정세 분)가 ‘땅콩 하나 서비스로 주질 않냐’라고 타박할 때, “8천원”이라고 응수한다. 술주정을 받아주기는커녕 “술값에는 손목값과 웃음값은 없다”라고 선을 긋는 등 동백의 소박한(!) 사이다에 공감하게 된다.

드라마 속 공간인 옹산에서 차별과 편견이 어떻게 재생산되는지도 볼 만하다. 겉으로 평화로워 보이는 이 마을에는 차별과 편견이 곳곳에 스며있다. <고맙습니다>가 에이즈, 치매, 미혼모 등 다소 파격적인 소재를 전면에 내세워 사회적 편견을 다뤘다면,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일종의 ‘뒷담화’같은 차별을 보여준다.

마을 사람들은 묘령의 여인 동백을 받아주는 듯하지만, 늘 경계한다. 동백이 다정하게 대해도 모질게 구는 사람들이 있다. 어린 아들 필구가 엄마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들이박고서 “난 1학년인데 내가 왜 엄마를 지켜”라며 대성통곡할 정도로 말이다.

그럼에도 동백은 남편을 캐묻는 사람들을 향해 머뭇대면서도 “결혼하지 않아도 아이는 있을 수 있잖아요”라며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낸다. 무언가 다르다는 이유로 동백을 은근히 배척하는 옹산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가족, 회사, 사회 등)를 투영해도 낯설지 않다.

<동백꽃 필 무렵>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관계성이다. 드라마의 무대인 옹산은 지역 소도시를 떠올리게 하는 익숙한 곳이다. 지역 명물인 게장 골목 중심으로 떡집, 백반집, 생선집, 게장집, 철물점 등이 늘어서 있다. 삼대가 뿌리박고 살며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이 없는 옹산에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게장골목 3인방이 등장한다. 마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 열전을 기대하는 것은 물론 동백과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임 작가는 이미 전작인 <백희가 돌아왔다>에서 발랑 까진 백희가 딸과 함께 고향에 내려와 아빠를 찾는 과정을 그려내면서 시청자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또 <쌈, 마이웨이>에서 청춘들의 웃픈 현실과 로맨스를 버무린 것처럼 ‘친구 되면 편파적으로 편들겠다’라고 선언한 용식과 동백의 로맨스도 기대된다.

<동백꽃 필 무렵>은 복합장르로서의 실험도 엿볼 수 있다. 첫 방송에서부터 ‘동백’을 암시하는 듯한 ‘게르마늄 팔찌’를 찬 사체를 용식이 확인하는 장면이 삽입되면서 자칫 늘어질 법한 드라마 전개에 긴장감을 높였다. 로맨스 코미디이지만, ‘살인’이라는 미스터리 사건을 서브플롯으로 엮어낸 드라마다.

살인범인 ‘까불이’에 관한 단서는 시청자에게만 주어진 상태다. <동백꽃 필 무렵>은 과연 진범이 누구인지, 평화로운 마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인지, 정말 죽은 게 동백인지를 두고 시청자들이 추리하면서 드라마를 시청하도록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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