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이해휘 기자] 골목상권을 파괴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방송의 책임은 없을까. ‘골목상권 살리기’, 도시재생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지만, 방송이 띄운 ‘핫플레이스’가 곧바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수난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24일 한국PD연합회와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연구비평모임은 tbs <홍석천의 Oh! 마이로드>를 통해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방송의 역할을 되짚었다. 지난 7월 18일 시즌1을 마무리한 <홍석천의 Oh! 마이로드>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침체된 경리단길을 되살릴 방안을 세입자와 건물주, 서울시가 진지하게 모색해 본 프로그램이다.
발제를 맡은 이종임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대학원 강사(문화연대 집행위원)은 "미디어에 등장하지 않는 곳은 관심이 없고, 카메라가 비추는 곳은 상업화된다는 게 딜레마”라면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지역 곳곳을 다니면서 충격을 받았는데, <오! 마이로드>는 어떻게 상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태원 일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홍석천 씨를 진행자로 내세운 게 <홍석천의 Oh! 마이로드>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이종임 강사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직접 경험한 진행자가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상인들과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미션을 제시하는 방식이라서 여타 프로그램과 차별화됐다”라며 “<Oh 마이로드>는 상인회를 형성하고, 인근 지역주민들까지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상생방안을 고민한 게 인상 깊었다”라고 말했다.
<홍석천의 Oh! 마이로드>를 프로듀싱한 김진희 PD는 “홍석천 씨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서 '최저임금 때문에 가게를 폐업했다'는 보도가 오보라고 바로잡는 인터뷰를 듣고 기획된 프로그램”이라며 “경리단길에 대한 애착과 마음을 표현하는 걸 보고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고 환기하는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가졌다”고 밝혔다.
김 PD는 “상인들이 원하는 건 콘텐츠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었기 때문에 임대료를 낮추는 방향으로 솔루션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다행히 방송이 나간 뒤 여러 건물주들에게 ‘우리 건물로 와달라’는 연락을 받았고, 다양한 단체에게 콘텐츠 협업을 하고 싶다는 제안도 들어왔다”라고 전했다.
건물주를 바라보는 미디어의 시선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종임 강사는 “일본은 계약을 할 때 10년 동안 세를 올리지 않는 게 상식인데, 한국은 법에 저촉하지 않는 이상 ‘내 건물 임대료 올리는 데 왜 간섭하느냐’는 반응이 많다”며 “‘부동산 투기’를 잘하는 방법을 주제로 한 강연을 내보낸다거나 건물주는 성공한 인생이라는 식의 출연자들의 농담이 노출되면서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인식을 확산하는는 데 방송이 일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회를 본 홍성일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라서 다른 지역방송에서도 참조할 수 있는 모델”이라며 “해외나 다른 방송사에 포맷을 판매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Oh! 마이로드>는 포맷 판권 판매가 논의 중이다.
김진희 PD는 “아시아 콘텐츠에 관심있는 미국 대행사가 1회가 나간 뒤 포맷을 사고 싶다는 메일을 보내왔다”며 “미국도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에 현지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tbs는 낙원상가를 무대로 <Oh! 마이로드> 시즌2 제작도 추진하고 있다.
김 PD는 “낙원상가는 최대 악기상가가 있다는 지역적 특성뿐만 아니라 어르신들과 성소수자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해서 어디에 방점을 찍고 갈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