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더 실버레이크’, 꿈의 도시에서 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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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실버레이크’, 꿈의 도시에서 꾸는 꿈 
 퍼즐 같은 암호와 메시지를 풀어가는 재미...흥미진진한 공포영화의 등장
  • 신지혜 시네마토커(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 승인 2019.09.27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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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언더 더 실버레이크' 스틸컷.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언더 더 실버레이크' 스틸컷.

[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 <신지혜의 영화음악> 진행] 딱히 잘 하는 것도 없는 전형적인 백수의 모습으로 의자에 몸을 걸친 샘은 오늘도 망원경을 들고 이웃집들의 창문 안쪽을 들여다본다. 그러다가 눈이 번쩍 뜨인다. 처음 보는 젊은 여자가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여자에게 접근한 샘은 여자의 이름이 사라라는 것을 알게 되고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잘 생긴 얼굴과 타고난 친밀감으로 사라와 살짝 친해진 샘은 그녀와 더 가까워지고 싶다.

그즈음 샘의 동네에는 이상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개들을 집중해서 죽이는 정체불명의 ‘개 도살자’가 나타나고 할리우드의 대부호의 의문사로 떠들썩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라가 사라진다. 

분명히 어제까지도 집에 있던 사라인데 오늘은 사라뿐 아니라 집 안 전체가 휑하니 남아 있는 것이 없다. 당황스러운 샘은 사라의 집에 몰래 숨어드는데 웬 여자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가방을 가지고 나간다. 무작정 여자의 뒤를 따라 나선 샘의 모험은 이렇게 시작된다. 

영화의 첫 장면. 새롭지도 않고 신선하지도 않다.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몰래 훔쳐보는 관음증이야 이미 여러 영화에서 보여준 장치이니까. 

그러나 이 영화, <언더 더 실버레이크>의 이 첫 장면은 그대로 당신의 기억 속 영화 한 편을 끄집어낸다. 바로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이다. 제임스 스튜어트가 분했던 주인공은 다리를 다쳐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시는 동안 망원경으로 이웃들의 창문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우연히 살인사건을 목격했다고 여겨지는 상황에 처하고 좇아간다. 

샘이 <이창>의 주인공과 같지는 않지만 사라의 실종(을 비롯한 마을의 괴괴한 일련의 사건들)으로 실마리를 찾아가며 추적과 추리를 해내가는 모습은 분명 히치콕의 영화들을 떠올린다.

사라의 행방을 쫓던 샘은 ‘부엉이 키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엄마가 좋아하는 배우 ‘자넷 게이너’의 영화를 보게 되고 그녀의 묘비 앞에서 정신을 차린다. 샘의 눈앞에는 계속 새가 날아가고 개와 마주치고 스컹크가 지나간다. 

샘의 추적과 환각은 또한 당신의 기억 속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데이빗 린치 감독의 <블루벨벳> 혹은 <멀홀랜드 드라이브>이다. 샘이 린치의 영화들 속 주인공과 같지는 않지만 그를 데려가는 앨리스의 흰토끼 같은 상황들은 이 곳, 할리우드가 꿈의 도시, 꿈의 공장이라는 것을 종종 상기시키면서 어쩔 수 없는 몽환 속으로 우리를 함께 집어넣는다.

이 영화 <언더 더 실버레이크>는 복잡미묘한 영화다. 그 속에 숨어 있는 암호들과 퍼즐조각들은 영화의 정체를 알 수 없게 하고 가느다란 실마리(라고 여겨지는 것) 하나를 손에 들고 고군분투하는 샘의 모습은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등장하는 여러 코드들은 또 어떠한가. 저것들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저것들이 나중에 일련의 상황을 설명해줄지 솔직히 미심쩍기만 하다. 

그런데, 이 영화, 재미있다. 히치콕의 영화를 닮아 난해하고 복잡하기만 할 것 같은데 (그리고 실제로 그들의 영화처럼 복잡다단한 것들이 숨어있는데) 이렇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사실 드물지 싶다. 

간혹 우리는 기억에 남는 재미있는 꿈을 꾼다. 뭔가 흥미진진하고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꿈, 꽤나 멋진 스토리를 갖고 있어 소설이나 영화 같다고 생각되는 꿈. 그러나 생각해보라, 그 꿈들을 글로 옮겼을 때를. 그것은 일련의 흐름을 가지고 있기 보다는 린치의 컬트영화들과 더 닮아 있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그러면서도 뭔가 큰 단서인 것처럼 보이는 조각들을 이리저리 끼워 맞혀보느라 애쓰는 샘의 모습은 우리가 매일 밤 꿈속에서 헤매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감독의 재능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이게 뭐지, 싶은데 어느새 등을 곧추세우고 샘과 함께 이러저러한 ‘암호’들을 살피다가 어느새 영화에 푹 빠진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우와, 이게 뭐지?’ 라는 생각과 함께 꿈을 꾸고 깨어난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 당신은 데이빗 로버트 미첼이라는 감독의 이름을 마음에 새겨 넣을지도 모르겠다. 

이 곳, 실버레이크에는 과연 무엇이 숨어있는 것일까, 무언가 있긴 한 걸까. 샘이 좇는 것은 결국 신기루인가, 맥거핀인가. 당신은 무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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