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육대’ 부럽지 않은 ‘EBS 아이돌 육상대회’ 탄생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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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육대’ 부럽지 않은 ‘EBS 아이돌 육상대회’ 탄생 비화
뽀로로‧뿡뿡이‧번개맨…BTS 전에 우리가 열광했던 아이돌 
자이언트 '펭수'와 EBS 선배들간의 콜라보레이션 종종 시도할 계획
  • 이슬예나 EBS PD
  • 승인 2019.09.30 16:45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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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EBS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에서 공개된 'EBS 아이돌 육상대회' 영상 갈무리.
지난 19일 EBS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에서 공개된 'EBS 아이돌 육상대회' 영상 갈무리.

[PD저널=이슬예나 EBS PD] 초등학교 고학년들을 만나 요즘 뭘 재미있게 보냐고 물으면 유튜브 아니면 성인 예능 프로그램을 꼽는다. “EBS는?” 하고 되물으면 “아 그건 아기 때나 보는 거죠”라고 답한다. 솔직히 ‘너희들도 아직 아기야’라고 말하고 싶지만, ‘꼰대스러운’ 마인드라는 생각에 입을 다문다.

나도 분명 초등학교 3학년 이후부터는 부모님이 보는 쇼 프로그램을 함께 보곤 했었다. 일단, 엄마 아빠와 함께 웃을 수 있어 즐거웠고, 여느 어린이 프로그램처럼 내게 ‘아이다움을’ 강요하지 않아서 좋았던 것 같다. 

어린이들을 아기 취급하지 않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었다. EBS는 아기일 때까지만 재미있는 채널이라는 편견을 부수고 싶었다. 오히려 부모님이 같이 보자고 조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는 마음에 <자이언트 펭TV>를 기획하게 됐다. 요즘 초등학생들처럼 인기 스타를 꿈꾸고, 장난스럽고, 엉뚱한 거대 펭귄 ‘펭수’가, EBS의 연습생으로 들어와서 <자이언트 펭TV>라는 유튜브 채널을 키워가는 과정을 담았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구독자가 2만 명도 안 됐을 때 팬 사인회를 열었는데, 감사하게도 먼 지역에서 팬들이 찾아왔고, 그중엔 청소년들과 성인들도 꽤 많았다. 펭수가 진짜 대형 기획사 아이돌이라도 되는 양 환호하며 사진을 찍고, 각종 선물까지 건네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펭수도 프로듀스 101이나 아이돌 육상대회 나가면 좋을 텐데.’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EBS에 이미 아이돌들이 있었다. 뚝딱이, 번개맨, 뿡뿡이, 짜잔형, 뽀로로…. 지금의 10대 20대들이 BTS에 열광하기도 전에 좋아했던, 누군가의 첫 아이돌들. 펭수의 소속사 선배나 다름없는 이 캐릭터들을 한 자리에 모아 육상대회를 펼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이것이 지난 19일 공개된 <EBS 아이돌 육상대회>(이하 <E육대>)를 기획한 계기다. <자이언트 펭TV> 프로그램 제작비와 인력 규모에 비해 다소 거대한 아이템이었지만, 펭수가 대선배 뚝딱이와 함께 뛰는 모습, 번개맨이 양궁을 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어서 제작진들과 실컷 웃으며 즐겁게 구성 회의를 했다.

지난 19일 EBS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에서 공개된 'EBS 아이돌 육상대회' 영상 갈무리.
지난 19일 EBS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에서 공개된 'EBS 아이돌 육상대회' 영상 갈무리.

팀을 ‘인간팀’과 ‘비인간팀’으로 나누자는 파격적인(?) 아이디어,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양 팀이 계주 대결을 할 때 바닥에 지압판을 깔자는 아이디어 등도 <E육대>라는 콘셉트 자체가 흥미롭다 보니 술술 나왔던 것 같다. 게다가 참여 캐릭터들이 제작진도 어렸을 때 좋아했던 친숙한 존재이다 보니, 어떤 포인트를 부각시키면 더 웃음을 유발할 수 있을지도 어렵지 않게 생각해낼 수 있었다. 

막상 <E육대> 촬영 당일에는 긴장이 많이 됐다. EBS 내부에서도, 개인적으로도 한 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포맷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출연자들이 자기 캐릭터에 빠져들어 즐겁게 경기하는 모습에 PD인 나도 어느새 관중이 되어 즐기고 있었다. 정형화된 스튜디오를 벗어나, 완벽하게 짜인 대본 없이 연기를 하다 보니 오히려 그간 방송에서 못 보았던 캐릭터들의 매력이 더 뿜어져 나왔다. 방송 후 반응이 좋았던 것도 우리들에게 친숙한 캐릭터들이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E육대>를 통해 <자이언트 펭TV>를 처음 기획할 때 세웠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서 기쁘다. EBS 캐릭터들을 좋아하는 어린 아이부터, 수능을 치른 이후 EBS를 다시 보지 않았다는 어른들까지 다 사로잡을 수 있었으니. 물론, 그 바탕에는 EBS 선배님들이 잘 키워놓으신 탄탄한 캐릭터들이 있었고,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준비한 스태프와 펭수를 비롯해 몸을 사리지 않은 출연자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감격스러운 것은 <E육대>를 통해 펭수의 매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며 연습생이 받기에는 과분한 사랑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E육대> 방영 후 일주일 만에 <자이언트 펭TV> 구독자 수가 약 서너 배로 뛰었다.)

앞으로도 펭수는 다양한 도전들을 해나가며 성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한다. 기회가 된다면, 또 다시 EBS 선배들과 콜라보레이션도 종종 시도하면서 말이다. 누군가의 첫 아이돌을 넘어, 월드클래스 아이돌이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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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dance 2019-10-04 23:54:18
넘나 멋있어요 이슬예나 피디님 방송에서 얼마나 공들이셨는지 느껴졌습니다 폴댄스 컨텐츠도 기대합니다^^

꽁지 2019-10-02 22:18:07
까투리 가족들도 한번 보고 싶어요. 같은 조류끼리 깊은 공감과 유대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펭soo 2019-10-01 14:53:51
이슬예나 피디님...자이언트펭tv 기획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ㅋㅋ하루하루 펭수때문에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언젠간 펭수와 함께 폴댄스를...★

영이 2019-09-30 19:10:00
이슬예나 피디님 멋져요!

Ari 2019-09-30 18:40:17
죽어도 천만 구독 간다~~~!!! 이슬예나 피디님 요즘 자주 피식 웃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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